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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제강사, “방심하면 안 되는 이유”
철근 제강사, “방심하면 안 되는 이유”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2.06.17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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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철근 제강사가 재고급증 충격에 직면했다. 최적생산∙ 최적판매 기조의 긴장감을 이어온 철근 제강사 입장에서는 큰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화물연대 파업이 절정이던 이번 주 초, 7대 철근 제강사의 보유재고는 톤당 35만톤을 훌쩍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당장은 막혀 있던 출하가 풀리면서 일정폭의 보유재고가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제강사의 비탄력적인 생산체제를 감안하면, 보유재고가 늘어나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줄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2019년 10월 제강사가 보유재고가 35만톤 이상을 기록한 이후, 25만톤 이하의 수위에 안착하기까지 무려 5개월의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경각심을 높일 또 하나의 경험은, 과거 제강사 보유재고의 급증시점은 주로 비수기이거나 성수기 초입이었다는 점이다. 이번 재고급증은 성수기 끝물에 일어났다. 계절적인 비수기 진입을 앞둔 시점의 재고급증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보유재고의 자연감소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운송대란 여파로 건설현장의 복귀가 지연되면서 실수요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강사의 출하 또한 운송수요 폭증으로 차량수배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건설현장과 제강사가 화물연대 파업의 직접적인 후유증을 벗어나는 데에, 최소 일주일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수요 시장의 악재도 여전하다. 수도권 지역의 레미콘 운송노조가 7월 1일부, 철근콘크리트 업계는 7월 11일부 파업을 예고하는 등 건설현장의 연쇄 파업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보다 먼저, 6월 하순부터는 장마권에 진입하는 난감한 변수들이 철근 수요를 가로 막을 것으로 우려된다.
 
밀려 있는 철근 실수요를 과신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철근 유통시장의 수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제강사 출하가 끊긴 상황에서도, 유통시장의 거래 침체감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보유재고나 바닥시장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격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유통 거래를 얼어붙게 만든 탓이 크다.

제강사 유통대리점은 5월에 이어 6월에도 톤당 2만원~3만원의 판매적자를 떠안는 실정이다. 더욱이 오는 7월과 8월에 연이은 기준가격 인하가 예정된 상황은 유통 업계에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당장에도 감당하기 힘든 적자판매와 수요공백 상황에서, 유통시장이 제강사의 보유재고를 흡수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제강사 입장에서도, 책임지지 못할 적자판매를 유통 대리점에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순리에 대한 고민이 중요해진 상황이고 시점이다.

재고급증 부담을 떠안게 된 제강사가 남은 6월과 여름 비수기를 어떻게 보낼 지, 깊은 고민과 분명한 선택이 필요해 졌다. 이번 재고급증 사태를 계기로, 균형을 잃어버린 생산과 판매, 가격정책의 문제를 다시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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