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철근 시장을 가장 크게 바꾼 것은, 단연 ‘최적화’ 대세였다. 오랜 시간 철근 업계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물량 중심 판매를 탈출하는 ‘최적 생산’과 ‘최적 판매’가 바로 그 개념이다. '팔 수 있는 만큼만 생산하고 생산된 제품은 제 값을 받고 팔겠다'는 인식의 변화였다.
최적 생산∙최적 판매의 패러다임은 출혈 판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던 철근 시장에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냈다. 그런 측면에서, 최적 생산∙최적 판매는 가장 효능감이 컸던 정책의 성공사례로 평가될 만 하다.
불과 얼마전까지 철근 시장을 견고하게 지탱하던 최적화 기조를 실감하기 어려워졌다. 철근 시장의 수요와 공급 각각의 균형이 크게 틀어지면서 그동안의 최적 생산∙최적 판매의 경험치가 무의미해 졌다는 설명이 좀 더 정확하겠다.
공급에서는, 한국특강의 변수가 가장 크다. 한국특강은 기존 제강사가 어렵사리 찾은 최적화의 균형을 단번에 깰 만큼 파괴력을 갖는 변수다. 신규 제강사의 진입과 연간 100만톤에 달하는 생산능력이 한꺼번에 늘어나는 변수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충격이다. 일찌감치 한국특강을 철근 시장의 수급 지형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꼽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수요에서도 궤도를 크게 벗어났다. PF 부실사태로 건설시장이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그 후폭풍이 철근 시장을 흔들고 있다. 철근의 단일 수요처인 건설시장이 예상보다 크게 무너지면서, 철근 시장도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예정된 공사는 물론 진행중이던 공사현장마저 멈춰서는 위기상황이 연출되면서, 철근 수요가 예측선의 변수를 크게 벗어나 버렸다. 철근 수요가 언제까지 얼마나 추락할 지 전혀 가늠할 수 없게 됐다.
불행하게도, 철근 시장의 ‘공급’과 ‘수요’의 극한 변수가 같은 시점에 맞물렸다는 게 최종적인 문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A제강사가 20% 정도의 비가동 구간에서 수급 최적화의 균형감을 느꼈다면, 지금은 생산을 얼마나 줄여야 효능감을 느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종 제강사의 변수도 가늠할 수 없기에, 무작정 생산을 줄여가는 비가동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즉, ‘죄수의 딜레마’로 비화된 최적화의 갈등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여정을 험난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