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1:03 (토)
최적 생산∙최적 판매는 왜 힘들어졌나?
최적 생산∙최적 판매는 왜 힘들어졌나?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4.01.26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2020년대 철근 시장을 가장 크게 바꾼 것은, 단연 ‘최적화’ 대세였다. 오랜 시간 철근 업계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물량 중심 판매를 탈출하는 ‘최적 생산’과 ‘최적 판매’가 바로 그 개념이다. '팔 수 있는 만큼만 생산하고 생산된 제품은 제 값을 받고 팔겠다'는 인식의 변화였다. 

최적 생산∙최적 판매의 패러다임은 출혈 판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던 철근 시장에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냈다. 그런 측면에서, 최적 생산∙최적 판매는 가장 효능감이 컸던 정책의 성공사례로 평가될 만 하다.

불과 얼마전까지 철근 시장을 견고하게 지탱하던 최적화 기조를 실감하기 어려워졌다. 철근 시장의 수요와 공급 각각의 균형이 크게 틀어지면서 그동안의 최적 생산∙최적 판매의 경험치가 무의미해 졌다는 설명이 좀 더 정확하겠다.

공급에서는, 한국특강의 변수가 가장 크다. 한국특강은 기존 제강사가 어렵사리 찾은 최적화의 균형을 단번에 깰 만큼 파괴력을 갖는 변수다. 신규 제강사의 진입과 연간 100만톤에 달하는 생산능력이 한꺼번에 늘어나는 변수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충격이다. 일찌감치 한국특강을 철근 시장의 수급 지형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꼽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수요에서도 궤도를 크게 벗어났다. PF 부실사태로 건설시장이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그 후폭풍이 철근 시장을 흔들고 있다. 철근의 단일 수요처인 건설시장이 예상보다 크게 무너지면서, 철근 시장도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예정된 공사는 물론 진행중이던 공사현장마저 멈춰서는 위기상황이 연출되면서, 철근 수요가 예측선의 변수를 크게 벗어나 버렸다. 철근 수요가 언제까지 얼마나 추락할 지 전혀 가늠할 수 없게 됐다.

불행하게도, 철근 시장의 ‘공급’과 ‘수요’의 극한 변수가 같은 시점에 맞물렸다는 게 최종적인 문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A제강사가 20% 정도의 비가동 구간에서 수급 최적화의 균형감을 느꼈다면, 지금은 생산을 얼마나 줄여야 효능감을 느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종 제강사의 변수도 가늠할 수 없기에, 무작정 생산을 줄여가는 비가동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즉, ‘죄수의 딜레마’로 비화된 최적화의 갈등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여정을 험난하게 만들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