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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도 재고도 없는’ 철근 유통, 어떻게 이해할까?
‘수요도 재고도 없는’ 철근 유통, 어떻게 이해할까?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0.05.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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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수요도 없고 재고도 없습니다” 철근 유통시장의 역설적인 시황 체감이 길어지고 있다.

정확히는, ‘수요가 없어서 판매가 어렵고, 수요가 있어도 재고가 없어서 대응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철근 유통시장의 직관적인 시황 체감임에 분명하지만, 쉽게 이해하기 힘든 역설인 것도 사실이다.

먼저, ‘수요가 없다’는 체감은 당연하다. 올해 5월까지 전체 철근 수요의 전년 대비 감소는 14% 수준. 수량으로 환산하면, 66만톤에 달하는 규모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는 소규모 공사현장 중심의 바닥수요 경쟁에 나서야 하는 철근 유통시장의 수요 체감은 더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연중 계절수요 증가폭이 가장 큰 3월에 들어서면서 재고부족 체감이 본격화 됐다. 수요감소와 불안정한 시세를 의식해 보유재고를 비워오던 유통시장의 계절수요 대응에 구멍이 생긴 셈이다. 무턱대고 생산을 늘릴 수 없는 제강사의 ‘先실수요·後유통’의 공급 패턴도 유통시장의 재고부족 문제가 해소되기 힘든 여건으로 작용했다.

철근 유통시장은 ‘수요감소’와 ‘재고부족’의 두 가지 한계로, 올 봄 성수기를 답답하게 보냈다.

그렇다면, ‘수요도 없고 재고도 없는’ 유통시장의 역설적인 체감을 부추긴 다른 이유는 없었나?

철근 유통은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기대심리에 좌우되는 시장임을 상기할 만 하다. 수급상황의 반전이 일어난 3월 중순을 기점으로, 철근 유통가격은 크게 올랐다. 그 덕분에, 시중가격이 유통 대리점의 마감원가를 상회하는 ‘구조적인 정상화’가 이뤄졌다.

가격구조 정상화의 감격은 잠깐. 이후 철근 유통시장은 아슬아슬한 고점인식에 끌려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가격이 오르기 힘들다’는 고점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유통 시장은 당장 필요한 강종과 규격만 골라 사는 핀셋구매가 고착화 됐다.

견고하지 못한 재고부족이 떠 받치고 있는 유통가격이 언제 꺾일지 모른다는 불안. 추가적인 가격상승 한계를 마주한 가격정체 상황에서 핀셋구매가 당연해진 것이다. 즉 유통 시장 내 거래량은 줄어든 대신, 구매처가 요구하는 강종과 규격의 구색은 다양해진 상황이다. 재고부족에 시달리는 철근 유통 업계 입장에서는 ‘다양한 구색을 맞추기 힘든 유통 수요 대응의 피로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수요도 없고, 재고도 없는 시황 체감은 고점인식에 기반한 핀셋구매 패턴의 부담이기도 한 것이다. 거래 구색을 맞추기 위해, 너도 나도 수소문에 나서는 일상이 철근 유통 시장의 또 다른 왜곡을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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