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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아도 걱정, 안 팔아도 걱정
팔아도 걱정, 안 팔아도 걱정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3.07.27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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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가장 열악하고 취약한 시장은 득실의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가 아닐까. 파는 게 맞을 지, 팔지 않는 게 맞을 지. 누구도 판단하기 어려운 시장. 바로 지금의 철근 유통시장이 그러하다.

7월 말의 철근 유통시장은 푹푹 찌는 날씨 만큼이나 답답하다. 장맛비에 이은 폭염, 절정의 휴가철이 맞물린 시장은 수요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공허하다. 반토막 매출이 길어진 철근 시장에서 자금운영의 한계를 드러내는 유통점들이 속출하고 있고, 감당 못할 저가판매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이 되고 있다.   

선택지 없는 저가판매가 마음 편할 리 없다. ‘팔고 죽으나 안 팔고 죽으나 마찬가지라면, 파는 게 낫다’는 생각이지만, 감당 못할 적자마감 계산서를 손에 쥐게 될까 무섭고 두려운 게 사실이다. 여타 유통점들의 짐작대로 제강사가 90만원을 7월의 마지노선으로 적용한다면, 7월 말 판매물량은 톤당 2만원~3만원의 적자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자금난으로 숨이 턱에 찬 유통점에 적자마감 충격까지 더해져 더 빨리 쓰러질 수 있다.  

7월 말 판매를 멈춰선 유통점은 마음이 편할까. 이들 유통점 역시 반토막 매출과 자금운영 압박에 예외가 없다. 7월 시장에서 다른 유통점보다 많이 팔아서 판매를 멈춰선 게 아니라는 말이다. 감당할 수 없는 저가판매에 대한 공포로, 일단 판매를 멈춘 것 뿐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 했던가…멈추면 쓰러지는 게 지금의 시장이기도 하다. 최소한의 매출(자금)흐름이 끊기는 것도 불안한 데, ‘묻지마’ 월말 판매를 강행했던 유통점들의 승(勝)이 될까 불안해 하고 있다. 제강사가 6월분 마감 때처럼 대부분의 저가판매를 수용하는 후정산에 나서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저가판매를 멈춘 유통점만 매출과 수익 모두에서 손해를 봤던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제강사는 편할까. 이미 마지노선 없는 눈치게임으로 흘러버린 철근 시장을 두고, 제강사 역시 극도로 예민하고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누구도 편치 않고 불안한 시장. 팔아야 옳을 지, 팔지 말아야 옳을 지 가치판단이 불가능한 시장. 불필요하게 서로의 불안과 공포를 부추기는 철근 시장이 걱정스럽다.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시장에서, 의도치 않은 오발과 우발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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