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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이는 내진철근, 무엇이 먼저인가
들썩이는 내진철근, 무엇이 먼저인가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3.23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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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내진철근 가격인상에 군불이 지펴지고 있다. 누구라고 특정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닌 데, **사가 내진철근 엑스트라를 인상한다는 소문이 있던 데…” 최근 한 달여 동안 내진철근 엑스트라 인상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려는 질문들이 오갔다. “우리는 아직 아니다”라고 했지만, 결국 모두의 고민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한 내진철근 수요가 올 들어서는 들썩이고 있다. 과거 내진철근 수주물량의 납품과 신규 수주가 맞물리면서, 철근 업계의 수요증가 체감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누군가는 최소 20~30%, 또 누군가는 그 이상의 올 한해 수요증가를 예견하는 상황이다.

내진철근 시장은 특정 수요처에 국한된 시장을 넘어서게 됐다. 공급처 또한 선별적인 수주에 나서거나 동종 제강사(외부매입)에 얹혀갈 수 없는 시장이 됐다. 많든 적든 자체 생산기반에서 정면승부에 나서야 하는 구색으로 바뀌었다.

심상치 않은 내진철근 수요에 철근 업계의 머릿속이 복잡해 졌다. 당장 내진철근 수요 대응을 위한 생산과 관리 전반의 부담이 커진 데다, 강종에 따라 톤당 2만원~3만원의 손실까지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 난감하다. ‘과연, 무엇을 위해 내진철근을 공급하는 것인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이 커질 법도 하다.

내진철근 시장은 상업생산 5년여 만에 자연증가를 시작했다. 시작 당시 내진철근 시장확보를 위해 엑스트라 없는 판촉에 나서기도 했고, 최종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를 위한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직접적인 내진철근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수요처 협약에 나서 등 갖은 노력을 쏟았던 게 사실이다.

내진철근 시장이 자연증가를 시작한 이 시점에 되돌아 보자. 내진철근 시장의 성장은 진정 부담 뿐인가? 내진철근을 포함한 특화 철근은 물론 구색 대응의 한계가 큰 수입 철근 방어 효과가 크다. 궁극적으로는 철근 실수요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거 초고강도(SD500·600) 철근 시장의 성장과 효과에 비춰볼 만 한 일이다.

모든 게 좋거나 모든 게 나쁜 선택은 없다. 다만, 각자의 입장에서 실익의 무게를 따져 선택할 뿐이다.

그동안 내진철근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지 못한 부담이었다. 내진철근이 틀렸다기 보다, 최소한의 시장규모가 만들어지지 못하면서 발생되는 손실이 컸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내진철근 시장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적극적인 수요 대응에 나서는 것이 먼저다.

힘겹게 자연증가를 시작한 내진철근 시장에 엑스트라 인상 카드부터 꺼내 드는 것은, 이제 막 끓기 시작한 밥솥에 찬물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죽도 밥도 안되는, 계륵 같은 시간만 길어질 수 있다.

선택이 아닌 필수 트렌드를 굳혀가는 내진철근 시장의 성장을 기다릴 가치는 충분하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이 급하고 중한지 선후의 문제를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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