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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경 위기 맞은 철근 가공 턴키 시장
파경 위기 맞은 철근 가공 턴키 시장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0.03.20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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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철근 가공 턴키 시장을 향한 폭탄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저 마감가격 미만의 수주 중단’을 발표했고, 동국제강은 ‘합리적인 거래구조가 만들어 질때까지 수주 중단’을 선언했다. 다른 듯, 비슷한 양사 방침의 방점은 ‘수주 중단’에 찍혀 있다. ‘최저 마감가격’과 ‘합리적인 거래구조’라는 각자의 재개 조건이 달렸다.

치열하게 뒤엉켰던 가공 턴키 시장의 ‘왜곡’과 ‘한계’, ‘생존의 위기’라는 결단의 배경을 감안할 때, 여타 동종 제강사의 고민 또한 다를 리 없다.

철근 제강사의 가공 턴키 수주 중단은 ‘정책의 변화’라기보다 ‘포기’다. 더 이상 가공 턴키 수주를 이어갈 수 없는 체력의 한계, 즉 생존의 위기 앞에서 내린 최후의 결단이다.

상생을 잊은, 삭막했던 출혈경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제강사와 유통 대리점, 가공업체 등 철근 시장의 공급주체는 생존을 위해 생존단가를 포기했던 대가를 적자와 생존 위기로 치르게 됐다. 철근 업계의 출혈경쟁을 불안하게 즐겼던 건설업계는 돌아갈 수 없는 철근 조달 시스템의 위기를 걱정하게 됐다.

오랜시간 철근 업계는 가공 턴키 수주를 ‘독이 든 성배’나 심지어 ‘마약’에 비유하기도 했다. 모두가 폐해를 알면서도 끊지 못했던 가공 턴키의 대세는 오히려 커졌고, 철근 실수요와 유통 전반을 틀어 쥐는 괴물시장으로 성장했다.

‘가공 턴키’라는 방식이 문제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수주 주체였던 철근 업계는 가공에 대한 부가가치를 경쟁의 도구로 삼았고, 건설업계는 편의와 실익의 달달 함을 당연하게 여긴 문제였다.

그렇게 10여년의 달려온 철근 가공 턴키 시장은 파경의 위기를 맞게 됐다. 철근 실수요 시장의 절대적인 대세였던 가공 턴키 시장이 원점의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과연 ‘무엇을 위해, 무엇을 선택했던 것인가’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는 화두다.

무엇이든 나눌 수 있었던 호황의 기회를 보내고, 각자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불황의 벼랑 끝에서 해법을 찾게 됐다는 안타까움이 크다.

건설사→제강사·유통사→가공사→건설사로 연결된 철근 가공 턴키 시장은 서로의 발목이 묶여 있는 구조다. 엄연히 다른 '철근'과 '가공', 다를 것 없는 '생존의 무게'를 돌아볼 일이다. 이기심을 남기지 않는 공존·공생의 진심이 아니면 풀기 힘든 숙제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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