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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호황 석 달 못 갑니다..."
"철근 호황 석 달 못 갑니다..."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2.1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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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철근 호황 석 달 못 갑니다. 어떤 식으로 든 판이 바뀌기 마련이죠…" 공급과잉과 출혈경쟁의 고민이 깊던 시절, 한 제강사 임원이 기자에게 했던 농익은 한마디였다. 호황의 ‘기대’와 ‘의심’이 공존하던 2015년 봄 쯤이 아니었나 싶다.

그 뒤로 한동안 ‘호황’에 대한 의심이 깊어질 때 마다, ‘석 달의 한계(?)’가 생각나곤 했다. 아마도 당시 그 임원의 말에는 ‘종잡기 힘든 철근 시장의 변동성’ 이외에도 ‘생존의 절박함을 견주는 시장에서, 쉽게 바뀌기 힘든 관성’에 대한 경험도 담겼을 것이다.

철근 유통 대리점들은 스스로 ‘시한부’라 여기는 석 달의 호황을 보내고 있다. 식지 않으려는 듯. 가라앉지 않으려는 듯, 물길을 향해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각성을 위해 잠시 불편한 가정을 해보자. 만약 지난 연말 연초에 원자재 대란이 없었고, 2분기 기준가격의 역대급 가격인상이라는 뒷배가 없었다면, 그래서 올해 1분기와 같은 체력회복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철근 유통업계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냉가슴으로 앓던 지난해의 손실은 보전 받았을까.

잠시의 호시절을 걷어내고 나면, 달라진 것은 없다. 이대로 라면, ‘매출’과 ‘수익’ 어느 것도 위안 삼기 힘든 얼마전까지의 철근 시장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극한 품귀로 유통업계의 실수요 대응력 한계마저 각인된 탓에, 이전보다 더 열악하고 혹독한 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절박했던 숙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의 버팀목 같은 생존수익 체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합리적인 유통마진의 선은 어느정도 인가. 원점으로 돌아간 시장에서는, 해법을 찾기도 여유 있는 고민도 어렵다.

유통업계의 노력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고수했던 원칙마감이 시장이 아니라 제강사만의 정상화를 위한 것 아니냐’는 씁쓸한 지적에 당당하기 위해서라도, 선순환의 해법을 찾는 고민에 제강사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제강사가 살아야 유통 대리점이 살고, 유통 대리점이 살아야 제강사도 산다’며 서로를 독려하던 말이 희망고문으로 퇴색되긴 했다. 지금도 틀린 말은 아니다. 유통업계가 무너지면 원칙마감의 대상도 없어진다.

1분기의 호시절이 끝나지 않길 바라는 유통업계나, 1분기가 빨리 지나가고 내차례의 호시절이 오기만을 바라는 제강사. 어느 쪽도 관성을 바꿀 의지는 없어 보인다. ‘철근 호황 석 달 못 간다’는 말이 이 시장의 진리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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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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