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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적자판매에 누가 나서겠어요…?”
“뻔한 적자판매에 누가 나서겠어요…?”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3.06.23 05: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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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뻔한 적자판매에 누가 나서겠어요…?” 월말에 가까워질수록 직송판매를 포기하는 유통시장의 현실을 꼬집는 말이다. 

극심한 거래침체로 매출(유동성) 갈증이 커지면서, 최근 유통시장에서는 매월 ‘상고하저’의 가격흐름이 되풀이되고 있다. 월평균 단일가격으로 마감하는 구조에서는, 매월 중순을 넘어서면서부터 유통 대리점의 직송판매 기피현상이 강할 수 밖에 없다. 당연한 이치 아닌가. 팔아봐야 적자가 뻔한데, 직송판매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유통 대리점 입장에서는, 월말로 갈수록 더 큰 마감적자를 떠안게 되는 구조다. 그러니 매월 하순에는 제강사 직송판매를 멈추고, 시중재고를 사서파는 ‘대리점의 재유통’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현실은 더 심각하다.

매월 상고하저의 가격흐름이 반복되면서, 월초에 선제적∙공격적인 판매에 나서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당연해 졌다. 이런 시황이라면, 월초에 공격적인 판매에 나서는 것이 매출과 수익 모두에서 이득이고, 남은 월말의 호흡을 조절하기에도 유리한 게 맞다. 

문제는, 월초부터 유통가격이 급격하게 무너지는 부작용이다. 6월의 경험을 떠올려 보자. 월초 시장의 통상적인 관망도 없었고, 심리적인 저항선인 기준가격을 크게 밑도는 저가판매에 주저함도 없었다. ‘그래도, 월초 판매가 이득’이라는 확신이 강했기 때문이다.

부작용은 월말시장에서도 커졌다. 매출과 수익 모두에서 가장 질 나쁜 판매의 부담을 월말에 떠안게 되는 문제 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수요처들의 월말 구매 기피 현상까지 뚜렷해 지면서, 일부 대리점이 과도한 저가매물을 월말에 던지고, 그것이 고스란히 다음 달의 출발가격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침묵으로 일관해온 제강사의 책임이 크다. 열악한 유통시장을 침묵으로 방관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기준가격을 3만원~4만원이나 밑도는 유통가격의 결과를 마주하게 됐다. 한번 떨어진 가격은 회복하기 힘든 요즘시장에서, 침묵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셈이다. 

애매한 침묵으로 얻게 되는 실익보다 손해가 훨씬 커졌다. 적어도 ‘일단 팔면 상황보고 판단하겠다’는 식의 마감방침으로는, 실익도 연착륙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지금 이대로 라면, 연착륙이 아니라 경착륙을 부추기는 구조다.

시장의 현실에 부합하는 가격방침으로, 부작용을 줄이고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가야 한다. 

월초부터 월말까지 모든 영업일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점별 판매의 유불리를 없애야 한다. 부작용이 커진 월평균 단일가격 마감 대신, 구간별 가격방침을 적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과거 특정 시황에서 주 단위 마감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준가격을 중심으로 실수요와 유통 거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철근 시장의 구조에서, 간단치 않은 문제이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원칙’의 신뢰를 찾는 것이,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답이다. 시장이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방침을 명확하게 고시하고, 그 방침을 예외 없이 적용하는 원칙마감이다. 2019년 철근 제강사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회복하는 명분으로 ‘일물일가∙원칙마감’ 카드를 뽑았고, 괄목한 효과는 모두가 확인했다. 

지금 이대로의 가격체계와 마감방침으로 버텨낼 수 있겠는가? 장마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계절 비수기를 앞두고 있고, 버팀목 역할을 하던 실수요 수주잔고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걱정도 커졌다. 2023년의 운동장이 더 심각하게 기울기 전에, 균형을 회복할 원칙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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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2023-06-23 09:21:11
침묵은 금? 이라, 학교에서 배워서 그대로 실천하는거~~~~~~~지.

장** 2023-06-23 08:07:26
이제 터널에 진입 일보직전..
얼마나 긴 터널이 될지? 갈데까지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