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근 가격이 140만원에 육박하는 천정부지 시장. 금값을 치르고도 구하지 못했던 철근. 지난 2021년의 5월은 역대 철근 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경험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정확히 3년의 시간이 흐른 2024년 5월. 시중 철근 가격은 2021년 대란의 출발점을 크게 밑도는 수준까지 내려갔다. 사실 ‘가격이 얼마냐’는 중하지 않게 됐다. ‘얼마가 됐건, 원하는 가격을 다 맞춰주고도, 철근을 팔 수 있느냐’의 관건이 커졌다.
조금 다른 위기를 말하고 싶다. 2021년의 철근 대란을 겪고 3년이 흐른 지금. 철근 제강사들은 30%~40%의 강제 비가동에 나서고도, 40만톤 재고의 자물쇠를 풀지 못하고 있다. 생산원가 마저 관통해 버린 시중가격이 추가 하락의 질주를 멈추지 못하는 상황이 오늘 철근 시장의 현실이다.
더 심각한 위기는, 존재의 이유를 부정당하는 것이다. 수요가 없으니 공급이 필요 없고, 생산할수록 적자가 쌓이니 생산할 필요가 없어지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점이든 제강사든 적게 파는 회사가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 남을 것’이라는 역설적인 농담이 오갈 정도다.
예외 없는 위기도, 심각한 문제다. 불안하게 쌓여가는 적자마감, 이제는 적자판매를 자처하지 않으면 연명하기 힘들어진 유통점과 텅 빈 공장에서 일손을 놀리는 가공장의 위기는 말할 것도 없다. 5월부터는 모든 제강사가 깜깜한 적자의 터널에 들어서게 됐다. 소문만 무성하던 건설사 줄도산의 시한폭탄은 점점 초침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있다. 철근 시장 안팎 어느 곳에도 기댈 곳 없는 현실에, 각자의 마음을 조릴 뿐이다.
다시 철근 가격으로 시선을 돌려 보자. 생산원가를 크게 밑도는 시중 가격은 누구도 감당하거나 책임질 수 없다. 얼마전 큰 이슈가 됐던 관수 철근 입찰 결과를 들여다 봐도 그렇다. 극한 불황에서 최대 50만톤의 판매를 결정짓는 입찰에서도, 제강사들은 80만원 안팎의 총원가(손익분기점) 문턱에서 멈춰 섰다. 하물며 ‘생산원가를 크게 밑도는 70만원 언저리의 저가 유통 물량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겠는가?’ 자문하면 답이 명확해 진다. 그럼에도, 유통점들은 최저가 투매를 멈추지 않고, 제강사들은 모호한 침묵을 깨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은 어떠 한가. 3년 전 철근 대란시절에 계약이행의 원칙과 신뢰를 말하던 건설사들은 사라졌다. 오래전 계약물량의 가격마저 쥐락펴락 할 정도이니, 기준가-10만원이든 20만원이든, 가뭄에 콩 나듯 귀한 신규 계약에서 철근 할인도 건설사 입맛대로다. 하지만 생산원가 밑으로 멱살을 내려 꽂은 철근 계약이 과연 안심할 수 있는 구매성과인지 곱씹어 볼 일이다.
비상식과 비논리, 불합리가 끌고 가고 있는 지금의 철근 시장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멈추면 터지는 폭탄을 안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가 떠올려진다. 비유는 험했지만, 모두에게 솔직한 공감이 아니던가. 철근 시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하루하루 키워가고 있다. 모두의 안위를 위해, 위험하고 무책임한 폭주를 함께 멈춰야 한다.
응답하라 공장들!!
21년처럼 왜 하지 않는가?
왜.. 이게 아닌걸 알거든.......
쪽 팔리는 걸 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