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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달라진 패러다임에 적응력 높여야”
철근, “달라진 패러다임에 적응력 높여야”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0.12.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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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올해 4분기를 기점으로 철근 시장에 분기단위 가격체계가 도입됐다. 월 단위로 발표되던 고시가격과 분기 기준가격의 충돌과 혼선을 줄이는 단일화의 명분이 컸다. 분기단위 가격체계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철근 거래를 정착시킬 수 있는 설득력도 높았다.

하루하루 거래에 긴장하는 철근 시장의 새로운 프레임이자, 패러다임이라는 각별한 인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장이 걱정이다.

최근 년도 들어 변화를 거듭한 철근 가격체계에 대한 피로감 때문일까. ‘그러려니…’ 하는 식상함 때문일까. 분기단위 가격체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이상할 만큼 태연하다. 아직 그전과 달라진 시황을 느끼지 못해서 일 수도 있지만, 철근 거래의 큰 틀이 바뀌었다는 긴장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분기단위 가격체계는 그동안의 철근 시장이 겪어보지 못한 시스템이다. 과거 분기 기준가격이 상징성만 갖던 것과는 다르다. 실수요와 유통 시장 모두에서 실거래 개념의 분기단위 가격체계를 겪어보지 못했다.

더욱이 엄격한 가격방침의 적용, 즉 원칙마감의 안착으로 유통 대리점은 손실보전의 ‘손…’자도 꺼낼 수 없는 형편이다. ‘올해 1분기의 손실만이라도…’라며 간절한 기대를 피력할 뿐, 2분기 이후의 손실보전은 실랑이도 불가능한 상황 아닌가.

판매손실을 따지고 정산하는 문제도 절박하고 간절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과거 손실보전 방식의 거래가 불가능해진 유통시장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밀린 숙제를 푸는 것 만큼이나, 달라진 철근 시장의 패러다임에서 어떻게 활로를 찾을 것인가의 고민이 중요해 졌다.

바뀌고, 적응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장이 됐다.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분기단위 가격체계가 철근 유통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따져보고, 생존을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2021년을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다.

한 가지만 따져보자, 올해 4분기 동안 철근 유통시장은 톤당 67만원 대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원칙마감 체제에서, 적자마감 방어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유통 대리점들의 판매관리비는 지속적인 손실과 적자로 쌓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적자마감을 막은 것 만으로는, 위안을 삼을 수도 선순환을 말할 수도 없다. 월단위 적자가 분기단위 적자로만 바뀔 수 있다.

‘버티다 보면, 시장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그럴 수 있다. 살아 남아야 좋은 시절도 볼 수 있다. 문제는 기다리는 좋은 시절이 오기전까지, 지금 이대로의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제강사도 바뀌어야 한다. 제강사 또한 분기단위 가격체제에 맞춘 원가와 수익관리의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2020년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 분기 가격체계의 순기능과 선순환을 어떻게 견인할 것인가의 고민이 필요하다. 수요처나 유통 대리점이 달라진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변화를 주도한 제강사의 역할이고 책임이다.

원칙마감만 관철하는 일방통행을 벗어나, 올 한해 시장에서 드러난 왜곡의 틈새를 줄여가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 나홀로 성과는 한시적일 뿐이며, 결국 부가가치의 선순환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어느 시점에든 필연적인 난관을 마주하게 될 것이기에. 더욱 견고한 견인 동력을 찾아야 한다.

2020년의 철근 시장을 지배한 고민은 생존을 위한 질서였다. 완성되지 못한 질서의 해법을 능동적으로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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