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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질서 있는 회복을 준비할 때
철근, 질서 있는 회복을 준비할 때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4.12.1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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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철근 시장이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 섰다. 상반기가 끝나가던 6월에 이어, 정확히 6개월만에 생사를 가를 절체절명의 위기를 다시 마주했다.

올 한해 시중 철근가격은 칼날 같은 ‘급락’과 ‘급등’, 그리고 다시 ‘급락’을 되풀이했다. 연초부터 내려 꽂기 시작한 가격이 6개월 동안 15만원이 무너지고, 2.5개월만에 16만원~17만원이 오르더니, 곧바로 3.5개월만에 16만원~17만원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변동폭 마저 비슷했던 세번의 사선이 올 한해 철근 가격의 전부다. 

6개월만에 다시 최저점으로 내려온 시중 철근 가격은 생산원가를 5만원 이상 밑돌고 있다. 반제품인 빌릿의 생산원가 마저 뚫고 내려간 철근 가격, 빌릿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철근, 해외 철근의 수출 오퍼보다 10만원 이상 낮은 국산 철근 가격 등 지금의 철근 시장은 어떤 관점으로도 비상식의 구조에 갇혀 있다. 

이미 철근 업계는 예외 없는 적자 폭탄을 끌어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으로 각자의 생존을 장담할 수 있는가? 나에게만 예외인 불행은 없다.

나의 생존, 결국 모두의 생존을 위한 고민이 절실해졌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올 한해의 시행착오를 곱씹어야 한다. 표면적인 가격만 들어 올리는 회복은 부메랑 같은 후유증이 필연적이다. 절박한 생존의 공감대로 이뤄낸 7월~8월의 가격회복을 지켜내지 못하고, 출혈경쟁으로 다시 위기를 자초했다.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기 보다, 일시적인 가격회복에 생산과 판매의 이기심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힘겹게 만들어낸 연착륙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무너진 신뢰도 문제다. 모두의 희생으로 이뤄냈던 가격회복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동종 제강사끼리는 물론, 유통업계, 수요처들까지 서로의 신뢰가 무너지는 상처가 크게 남았다. 철근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졌다.

그래서 다시 한번, 안정적이고 질서 있는 회복을 강조하고 싶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감산이 안정적인 시세회복의 필수조건이다. 철근 제강사의 감산 트렌드는 탄력적인 감산에서 비탄력적이고 상시적인 감산체제로 바뀌고 있다. 악순환의 출발점인 과잉재고를 줄이고, 힘겹게 줄인 재고의 고삐가 풀리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 최적화된 수급 기반을 안정적이고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이 시세방어의 핵심적인 관건이다. 

질서 있는 거래로 시장의 교란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11월의 철근 판매실적은 역대급 저점에 머물렀지만, 제강사별로 고른 목표달성이 인상적인 변화였다. 실수요와 유통, 관수 등 각자의 주력시장 이외의 무리한 판매를 줄이고 감정적인 출혈경쟁을 차단하는 거래질서가 불황을 버텨내는 신뢰의 기반이다.  

생존의 극한 시험대가 될 내년 한 해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그래서 남은 연말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역설적이지만, 어쩌면 이번 위기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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