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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철근 유통점을 향한 착잡한 공감
떠나는 철근 유통점을 향한 착잡한 공감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3.02.15 12: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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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지난 2020년 7월. 굴지의 철근 유통업체 새한철강(전남 광주)의 매각소식에 동종업계가 크게 놀란 일이 있다. 귀를 의심케 했던 대형 유통업체의 매각소식은, 같은 고민을 끌어 안고 있던 동종 유통업체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당시 철근 유통업체들이 진퇴를 고민했던 이유는, 수요감소로 인한 시황악화와 달라진 마감 패러다임에 대한 피로감, 쌓여가는 거래손실에 대한 위기감이었다. 그 시점 많은 유통점들이 공감했던 생존현안에 대한 고민은 2021년 뜻밖의 철근 대란을 맞으면서, 해결이 아닌 유예로 미뤄졌다.

2023년 2월. 이름만 들어도 알만 한 철근 유통업체의 사업정리 소식이 동종업계를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 철근 유통만 월 6,000~7,000톤 규모로 평가되는 해당 업체는 거래처에 사업정리 의사를 밝히고 관련 절차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7월의 광주 새한철강과 2023년 2월의 모 유통점의 사업정리는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 급격하게 무너져 내린 시황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운영난에서 비롯된 절박한 선택이다. 이 또한 같은 고민으로 시름하고 있는 동종 유통업체들의 착잡한 공감을 얻고 있다. 

2023년의 새출발이 두 달도 지나지 않은 현 시점. 철근 유통업계는 속절없이 무너지는 시장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황 탓에, 크고 작은 유통업체들이 사업정리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실정이다. 제강사 대리점의 선판매∙후정산 굴레를 벗어나, 재유통의 현금장사를 선택하는 유통점도 적지 않다. 불확실한 거래호흡을 더 이상 따라가기 힘들다는 회의감 때문이다.

본 기자에게도, 힘겹게 이어오던 철근 유통업을 정리하거나 대리점을 포기하는 보증금 반환 고민을 상담하는 유통점이 부쩍 늘었다. 위기감의 깊이를 알기에, ‘참고 버텨 보시라’는 위로도 편치 않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미뤄왔던 2020년 철근 유통업계의 고민은 그 유예가 끝났다. 과거 불황의 키워드들이 한꺼번에 소환되고 있는 2023년 현재의 철근 유통시장에서, 절박한 생존조건을 찾아가는 고민을 곱씹게 됐다.  

각자도생으로 위기의 파도를 넘어서는 것은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내 발등의 불이 커지면, 이기심에 의지하는 게 세상사의 이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나만을 위한 이기심은 늘 더 나쁜 상황을 초래했다. ‘나를 위한 최선’이 ‘모두의 최선’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건설-제강-유통-가공 등 철근시장을 공유하는 주체들이 협업의 관점에서 불황의 매듭을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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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15 16:14:38
많이 빨았다 아이가, 그만 빠라 되라 우리 피!

김** 2023-02-15 14:50:17
이제부터 시작이네요. 고할지? 스톱할지?
담보, 보증서 제공하고 철근을 받는데, 남는것도 없고 이마저도 사정을 해도 사정이 안되었는데 지금까지.
이제는 담보, 보증서를 다른 사업으로 사용하는게 옳을듯....전부 고민이 많은데, 대단한 용기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