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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유통, ‘최저 체감’ vs ‘최고 인식’
철근 유통, ‘최저 체감’ vs ‘최고 인식’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8.11.05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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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의 품귀 속 난감한 고점인식..복잡한 계산
매출 만회 압박, 반복되는 고질적 부담도 커
"긴장 속 현실 타진, 성급한 마진포기 경계해야"

철근 유통시장이 11월을 갈등하고 있다. ‘최저 재고’에 대한 체감과 ‘최고 시세’에 대한 인식이 머릿속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철근 시장은 품귀의 절정에 서 있다. 7대 철근 제강사 보유재고는 지난 2011년 이후 7년(11월 기준) 만에 가장 깊은 바닥을 확인하고 있다. 강종과 규격, 가공 등 다양해진 철근 재고를 감안하면, 사상 최저 재고라 해도 무방할 수준이다.

시장의 체감도 다르지 않다. 유통시장의 보유재고는 이미 10월 중순 이전에 바닥을 드러냈고, 당장의 현장 납품을 위한 발주도 어려울 정도다. 10월 하순부터는 제강사의 가공 실수요 납품마저 차질을 빚으면서 절정의 철근 가뭄을 절감하게 됐다.

성수기 철근 시장의 절대적 변수는 수급, 공급부족이다. 그것이 맞다면, 극심한 품귀에 시달리는 철근 시장에서 적어도 판매가격 만큼은 고민이 없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11월 거래를 앞둔 철근 유통시장의 고민은 어느 때 보다 깊다.

■ 없어서 못 파는 철근, 올려서 못 파는 철근
멈춘 듯 했던 지난 주 철근 시장은 다양한 현실 문제를 그대로 드러냈다. 절정의 품귀가 실감 됐음에도, 유통점들은 판매단가를 인상하지 못했다. 도리어, 일시적으로 부족감이 완화됐던 19mm, 22mm 등 굵은 규격 철근의 가격하락 소식을 쫒아 일부 시장가격이 뒷걸음질 치기까지 했다.

힘겹게 관철한 가격 상승분을 내어줄 만큼 여유로운가. 그럴 리 없다. 실랑이가 치열할 10월분 마감은 물론, 11월분 마감에서도 유통점들은 제강사의 고마감을 막아내기 어려운 처지다. 극한의 품귀에서 가격방침을 벗어날 명분과 설득력은 어느 때 보다 낮은 실정이다. 시장과 고마감 사이의 난처한 속앓이는 더 커졌다.

납득하기 힘든 갈등의 근원은 고점인식이다. 실제로, 철근 유통시장에서 ‘더 이상 가격이 오르기 힘들다’는 고점인식은 월말 월초를 지나는 동안 더욱 팽배해졌다.

고점인식의 계산은 단순하다. 확정된 4분기 기준가격(74만원)에서 유통향 기본할인 1만원을 제외한 73만원의 최고 마감가격. 여기서 1만원~2만원의 마감할인을 감안한 유통원가 계산법이다. ‘철근 제강사의 추가적인 시세견인 카드가 없다’는 판단은 제 각각의 유통원가 계산과 고점인식에 힘을 싣게 됐다.

'가격은 멈추면 떨어진다' 최악의 품귀 시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진리지만, 유통시장은 멈춰선 가격과 하락을 불안해 하고 있다. 애초부터 바닥수요의 기반 없이, 기대감으로 달려온 상승장이었다는 회의감마저 강하다.

지난해 중반 넉 달 이상 기준가격을 웃돈 유통가격이나, 12월 하순의 한 겨울 가격급등의 자신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팽배해진 고점인식으로 불안해진 계절수요 감소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만회 압박이 커지는 매년 이 맘 때 쯤의 고질적 부담 탓도 크다.

한 시장 관계자는 “현실의 흐름을 쫒아야 하는 유통시장의 열악함을 공감하지만, 스스로 서둘러 마진포기에 나서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아직 진행중인 절정의 품귀를 이미 반영된 변수라 여기는 시황인식도 곱씹을 만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점인식의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본격적인 11월 거래가 시작되는 이번 주 시장의 긴장감이 높을 수 밖에 없다”며 “새로운 분수령으로 한 주 시장을 지켜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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