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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철근 품귀, 원인과 시사점
난감한 철근 품귀, 원인과 시사점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8.10.29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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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시황 급변 트라우마 ‘경직성 확대’
유통·수입 완충역할 상실..변동 리스크 상존
“호황→불황 과정의 진통..적응력 승부 연장”

갑작스런 품귀로 철근 시장이 대란을 겪고 있다. 10월 하순 7대 철근 제강사 보유재고는 14만톤 안팎으로 역대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저점을 가리키고 있다. 시장이 체감하고 있는 품귀가 결코 거짓은 아니라는 신뢰를 가질 만한 재고수위다.

분명 철근 시장은 극심한 불균형 상태에 놓여있다. 하지만 ‘각 자의 체감만으로, 지금의 철근 품귀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장 안팎의 의구심 또한 적지 않다. 부인할 수 없는 철근 품귀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철근 품귀의 배경을 되짚고, 그 안의 시사점을 공감하고자 한다.

■ 철근 품귀, 뭔가 이상한 불균형?
먼저, 유통시장의 체감이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재고부족 상황에서도, 유통시장의 성수기 수요체감은 뜨겁지 않다. 물론, 유통시장이 체감하는 바닥수요가 좋았던 적은 많지 않다. 현재의 품귀 또한 유통시장이 의존하고 있는 중소형 건축시장의 적극적인 수요 때문은 아니라는 공감이다.

의구심은 대세가 된 실수요에서도 풀리지 않는다. 납품차질까지 현실화된 실수요 시장 또한 당연한 품귀이고 극성수기다. 하지만, 제강사의 실수요 체감은 이전의 호황과 달리 여유롭지 않다. 무엇보다, 가공업계의 저조한 가동률은 실수요 급증을 철근 품귀의 절대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나마 사정이 나은 수도권 철근 가공장의 10월 평균 가동률은 70%~80% 수준으로 평가된다. 가공능력 이상의 집중 실수요로 가공대란이 연출됐던 지난해까지의 호황이나 품귀와는 다른 상황이다.

■ 철근 시황 인식, 패러다임 변화에서 문제 찾아야
납득하기 힘든 품귀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흐름을 반복해온 올 한해 철근 시장을 되짚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철근 시장에 대한 인식과 대응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전의 호황과 달라진 시장구조가 뜻밖의 불균형을 만들어 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 급변 트라우마, 경직된 제강사
올해 상반기 철근 시장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연말까지 뜨겁던 철근 시장이 올해 시작과 함께 가격폭락과 재고폭증으로 곤두박질 쳤다. 막연하게 걱정하던 불황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절벽으로 실감됐다. ‘설마, 벌써…??’라 여겼던 안일함은 철근 시장의 난감한 시행착오를 키우는 문제가 되기도 했다.

철근 시장의 호황 관성은 3배에 달하는 재고 폭증과 톤당 13만원 이상의 가격 폭락을 확인하고서야 바뀌기 시작했다. 시중가격은 제강사 생산원가 밑으로 떨어졌고, 원부자재 가격급등 부담까지 더해진 제강사는 적자위기를 현실로 마주했다. 고육책으로 선택한 감산, 사활을 건 감산이 너무나 당연했다.

상반기 철근 시장을 다시 한번 바꾼 것은 뒤늦은 봄 성수기 수요였다. 최악의 한파로 미뤄진 착공일정, 꺾인 경기를 의식해 속도조절에 나섰던 건설시장의 철근 수요가 5월 하순 이후에 몰렸다.

사활을 건 철근 감산과 실수요의 엇박자 문제가 발생됐다. 감산과 집중수요 시너지로, 제강사와 시중 철근 보유재고가 곧바로 바닥을 드러내는 품귀가 연출됐다. 지난 상반기를 정확히 절반으로 나눠 극단적인 수급변화가 재현된 셈이다.

상반기 철근 시장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철근 시장의 빠듯한 수급상황은 여름 비수기를 거쳐 가을 성수기에 진입하기 전까지 지속됐다. 하지만 제강사는 무리한 증산에 나설 수 없는 형편이 됐다. 사활을 건 감산을 위해 생산인력 상당수를 감축하거나, 일부 제강사는 감당하기 힘든 수익악화로 공장 일부를 폐쇄하는 중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재현된 품귀 시장에서도 적자부담을 털어내지 못한 데다, 불확실한 건설시장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자의든 타의든 철근 제강사는 품귀 시장에서도 보수적인 생산·판매 방침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물리적인 증산 한계마저 커졌다. 지속되는 적자위기에서 감축했던 생산인력을 충원할 수 없는 실정이다. 모든 강종과 규격 재고가 바닥난 탓에, 풀가동의 낮은 생산성 또한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 유통과 수입도 ‘완충능력’ 상실
제강사와 함께 철근 시장의 공급축 역할을 해오던 유통과 수입도 완충능력을 상실했다. 납득하기 힘든 품귀 시황에 대해서도 달라진 유통과 수입에서 얻어야 할 답이 있다.

곤두박질 친 상반기 이후 철근 유통시장은 수요부진과 고(적자)마감에 시달려오고 있다. 더 이상 수익확보를 장담할 수 없게 된 철근 유통시장에서 넉넉한 재고운영은 부담이다. 늦은 봄 성수기에서 여름 비수기까지 빠듯한 공급흐름이 지속됐지만, 오히려 거래부진과 가격하락이 연출되기까지 했다. 가을 성수기를 앞두고 적극적인 재고보충에 나서지 못한 속사정도 이 때문이다. 상반기의 트라우마가 크게 남은 철근 유통시장에서 ‘재고는 리스크만 키울 뿐’이라는 인식이 당연했다.

돌변한 수급상황. 특히 갑작스런 품귀에 대한 중요한 원인을 수입산 철근의 공백에서 찾게 됐다. 수입산 철근의 부재가 일시적인 수급불균형 상황에서 시장의 완충능력 공백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산 철근의 저가경쟁력 상실을 계기로, 수입산 철근의 시장점유율은 급감했다. 특히 올 들어 본격화됐던 수입산 공백이 갑작스런 품귀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호황에서 급성장했던 수입산의 몰락은 철근 시장의 공급구조를 바꾸게 됐다.

상반기 가격폭락 상황에서 수입업계는 톤당 10만원이 훌쩍 넘는 적자를 떠안기도 했다. 치명적인 적자판매는 극심한 품귀 시황에서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당분간 수입산 철근의 완충능력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당연한 상황이다.

■ 언제든 재현될 수 있는 불균형..’상존 리스크’
이해하기 힘든 철근 품귀가 시사하는 의미는 커졌다. 큰 틀에서는 호황에서 불황으로 넘어가는 건설경기나 철근 시장의 진통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철근 시장의 수요와 공급 모두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 또한 간과 할 수 없다.

철근 시장은 오히려 경직성이 커졌다.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시황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로 볼 수 있다. 향후 철근 시장에서도 극심한 품귀나 정반대의 불균형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당장의 품귀 시황 역시 안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철근 품귀 대란을 시황예측의 실패나 조절능력의 실패로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호황의 후유증’이라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해 보인다. 달라진 시장구조와 상존하는 변동성에 대한 적응력과 탄력적인 대응력이 당분간의 승부를 결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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