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리뷰]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못하는 정체
이상한 품귀 시장이 절정의 가을을 고민스럽게 만들었다. 더 심해진 듯 한 재고부족은 이번 주도 철근 거래의 발목을 잡았다.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못하는 철근 가격이 시장을 난감하게 했다.
철근 품귀가 가공 실수요로 확산되면서 시장 전반의 공급난은 커졌다. 모두가 불편했다. 제강사는 납품차질을 수습하느라 동분서주했고, 유통은 받지도 구하지도 못하는 철근을 얼마에 팔아야 할지 난감했다. 건설사는 막바지 탄력을 받고 있는 현장의 공사차질 걱정으로 노심초사다.
철근 제강사의 보유재고는 바닥 중에 바닥이다. 본지가 추정한 이번 주 7대 제강사 보유재고는 14만톤으로, 지난 월말 월초 일시적으로 조정되던 재고에서 다시 감소했다. 제한적인 증감에서 체감이 달라질 것은 없다. 다만, 가공과 실수요 현장에서 심각해진 철근 공급차질 문제가 팽팽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수입산 철근에 완충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국내산을 대체하기 위한 수입산 철근 수요가 적극적이지만, 제한적인 재고 범위 안에서의 실랑이가 이어질 뿐이다. 품귀를 풀어낼 공급능력이 수입산 철근 시장에는 없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시중가격도 난감한 문제다. 극심한 품귀 시장에서도 시중 거래가격은 요지부동이다. 톤당 71만5,000원~72만원의 박스권에서 오르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답보상태가 이번 주 시장에서도 지속됐다. 중국산 철근은 톤당 68만원, 일본산 철근은 톤당 69만원 안팎에 머무는 등 수입산 철근 또한 등락의 설득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는 시장 스스로의 부담감 때문이다. 이러한 고점인식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 계절적인 수요감소에 대한 불안감이다. 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변함 없이 구하기 힘든 철근 재고, 품귀 때문이다.
가격이 올라야 당연한 품귀 시황이 미래의 불안감을 넘어서지 못하는 문제가 크다.
[다음 주 전망] ‘정체’와 ‘보합’ 기본, 균열 여부에 촉각
철근 시장의 실랑이가 길어지는 사이, 고려해야 하는 변수들은 더 늘어나게 됐다. 다음 주 철근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주안점과 시세변수가 꼼꼼하게 따져야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일단, 다음 주 철근 시장의 시세는 ‘보합’을 기본으로 전망한다. 물리적, 심리적, 다양한 변수들이 뒤엉키면서 시세에 대한 계산은 어려워졌지만, 가장 확실한 변수인 재고부족이 힘겨운 버팀목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당연하다. 시중 가격 또한 국내산 71만5,000원을 중심으로 균형이 크게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산과 일본산 등 수입산 철근 또한 톤당 68만원~69만원의 기존 범에서 국내산 시세를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주 시작과 함께 10월분 마감 쇼크가 예상된다. 주말을 걸치면서 미뤄진 10월분 최종 마감에서 제강사의 고마감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갑작스런 시황변화로 월초-월말 가격차가 톤당 4만원에 달했던 상황에서 제강사나 유통점 모두 마감단가에 대한 갈등이 큰 상황이다.
확산되고 있는 철스크랩 가격인하 대세도 주목할 변수다. 방향성 고민을 끝내지 못한 철근 시장에서 크고 작은 변수 모두가 균열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철근 가격의 중요한 연동지수인 철스크랩 가격의 움직임은 중요하며, 최근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충청과 경인으로 확산되는 인하 대세를 눈 여겨 볼 일이다.
무엇보다 예민하고 큰 변수는 단연 수급이다. 철근 시장의 품귀는 단기적으로 해갈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인 것은 맞다. 다만, 품귀에 대한 조금의 변화만 체감되더라도 시장은 예민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작은 균열로 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다음 주 시장에 상존할 전망이다. 시장이 찾고 있는 것은 오를 이유가 아닌 떨어질 이유라는 생각이 불편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