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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가공, 내진철근 사각지대로 ‘전락’
철근 가공, 내진철근 사각지대로 ‘전락’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8.10.10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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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철근 수요 빠르게 늘었지만…정작 소재 공급은 ‘답답’
가공업계, 선주문·재고관리·가공로스 등 거래손실로 ‘한숨’
"일반재 동일단가 현실, 최소 1만원 이상 단가인상 아니면 손실보전 불가"

철근 가공업계가 빠르게 늘어나는 내진철근 수요 대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들어 내진철근 가공수요는 급증했지만, 원활치 못한 소재공급과 자재관리 부담, 거래손실 등 복합적인 문제가 쌓여가고 있다. 내진철근 시장확대를 위해서라도, 현실적인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 들썩이는 내진철근 시장, 현실은?
지진 피해가 잇따르면서 내진은 일상적인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철근 제강사와 건설사 역시 내진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추세다. 건설사는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와 선호 향상을 위해, 철근 제강사는 경쟁사나 수입산과의 차별화를 위한 시장선점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7대 철근 제강사는 2016년 11월~2017년 9일 사이 내진철근 KS인증을 경쟁적으로 취득한 상태다. SD400S~SD600S까지 모든 강종 구색을 갖춘 데다, 생산 규격 또한 제강사별·공장별로 D10mm~D57mm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올해 9월에는 동국제강이 내진용 코일철근(C13 SD400S·C13 SD500S)을 출시한 데 이어, 대한제강도 조만간 내진용 코일철근을 선보일 예정이다.

철근 제강사는 강종과 규격, 형태(직선·코일) 등에서 일반재와 동일한 내진철근 수요대응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내진철근 시장이 규모를 갖추지 못한 이유로, 적극적인 수요대응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전략적으로 내진 강재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현대제철을 제외한 여타 제강사는 변변한 내진철근 납품실적을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오히려, 롤교체로 인한 생산 효율성 저하나 수익성 확보 부담을 이유로 내진철근 대응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진철근 시장은 빠르게 늘고 있다. 내진철근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제철(2분기 경영실적 발표 기준)은 지난해 6,000톤 규모이던 내진철근 판매가 올해 3만5,000톤, 내년에는 13만8,000톤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밀려드는 내진철근 가공, ‘거래손실 공포’
내진철근 시장에 대한 뒷짐을 풀지 않는 제강사와 달리, 철근 가공업계는 밀려드는 내진철근 가공으로 속앓이가 깊어 졌다. 수요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내진철근 가공은 기존 공장가공 여건에서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원활치 못한 공급, 없어서 못 쓰는 내진철근
제강사는 규모를 말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은 원활치 못한 공급으로 애를 먹고 있다. 모든 철근 제강사가 내진철근 공급능력을 갖춘 상황에서도, 실제 상업생산 중인 제강사는 두 곳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도 주문방식으로 공급되다 보니, 내진철근을 수주한 가공업체는 불안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선주문에 나서야 하는 형편이다.

문제는 빠듯하게 진행되는 현장공사, 소재조달과 납품시점 등의 박자를 맞추기 힘들다는 점이다. 원활치 못한 내진철근 조달은 물론, 샵(가공도면)이 나오기도 전에 내진철근 주문을 미리 넣어야 하다보니, 다양한 가공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실정이다.

난감한 재고운영, 관리도 활용도 안되는 애물단지
가공장은 철근의 강종과 규격을 분류해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유명무실해진 SD300을 제외하더라도, SD400·SD500·SD600 3개 강종은 기본. D10mm부터 시작되는 규격과 길이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내진철근 재고가 더해질 경우, 강종이나 규격을 분류할 포켓(재고보유 공간)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나야 한다는 계산이다. 공간과 관리능력 한계가 큰 가공장의 현실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문제일 수 밖에 없다. 현장별로 일부분에만 들어가는 내진철근을 고려할 때, 가공과 재고운영에 대한 부담은 더욱 큰 현실이다.

내진철근과 일반철근의 구분이 쉽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현재 내진철근의 구분은 철근 표면에 새겨진 ‘S’자 롤마크 뿐이다. 철근이 적재된 상태에서는 간간히 붙어 있는 태그 외에 분별할 방법이 없다. 재고관리 부담을 덜고 오가공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내진철근 단면에 색이라고 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로스 관리나 잔여재고 처분도 큰 부담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내진철근은 불안한 소재 조달 탓에 선주문이 필수인 실정이다. 더욱이 아직 점m 대응도 안되는 상황이다 보니, 일반철근 가공과 비교하기 힘든 로스가 발생되고 있다.

잔여재고는 더 애물단지다. 내진철근 가공과정에서 발생되는 일부 잔여재고는 그야말로 처치곤란이다. 일반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철근이 아니다 보니, 외부판매를 통해 부가가치를 회복할 방법이 없다. 찾는 사람이 있다해도 제값을 받긴 힘든 일이다.

■ 철근 가공업계, 내진철근 자구책 ‘한계’
내진철근 가공을 수주한 가공업체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내진철근 수주가 없는 가공업체 또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내진철근 가공 수요를 외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보니, 남일로 여길 수 없는 입장이다.

철근 가공업계는 내진철근 관련 자구책을 찾기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소재조달이나 거래손실 등 내진철근 가공 문제를 호소해도, 제강사나 건설사 역시 뾰족한 답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가공업계 관계자는 “일반철근과 내진철근 가공이 동일단가로 책정되는 현실에서는 도저히 수익구조를 맞출 수 없다”며 “내진철근 가공으로 발생되는 다양한 부담을 고려할 때, 일반철근 대비 최소 톤당 1만원 정도는 더 받아야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내진철근 시장확대를 위해서는 원활한 소재공급이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라며 “일본이나 중국처럼 일반철근을 내진철근 수준으로 강화해서 종류를 단순화시키는 방법으로, 생산과 수요대응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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