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근 가격 협상이 이례적인 뭇매를 맞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철근 업계는 적자라는 벼랑 끝에 섰고, 4분기 철근 기준가격의 협상결과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을 지켜보는 절실함이 어느 때 보다 크다 보니, 모두가 예민하고 조급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협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를 맞을 일은 아니다. 매를 때리는 것도, 맞는 것도 이유가 분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단순히 협상 과정에서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더욱이 지금은 그 누구도 편치 않은 날카로운 칼날 위에 서 있지 않은가.
곱씹어도 힘든 협상이다. 제강사와 건설사가 거래의 대치점에 있는 태생적인 충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이번 협상은 합의된 가격공식의 기본요건이 아닌, 감당수위를 넘어선 부자재 원가상승분 반영의 숙제로 출발했다. 양측이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반영의 기준이나 틀이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난처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필요하면, 만들면 되지 않은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유 불문, 한쪽은 올려야 하고 한쪽은 내려야 하는 협상이다. 합의되지 않은 원가요소를 포함시키는 것은 물론, 양측 모두 인정할 틀을 만드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의 철근 기준가격 공식이 만들어지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하는가. 기자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난 2014년 초 6개월이나 파행을 겪던 기준가격 협상 타결과 월→분기 단위 체제로 바뀌던 그 시점에 가격공식 논의가 시작됐다. 그리고, 2년 이상 지난 2016년 2분기 기준가격 협상 과정에서 지금의 가격공식이 확정됐다.
한 걸음 물러 선 기자가 보기엔, 이번 4분기 철근 기준가격 협상은 어떻게 매듭되든 어느 한쪽이라도 칭찬을 듣기 힘들다. 양측 모두 질책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어떤 식으로든 타결을 위해서는 양쪽 모두 인정하기 어려운 양보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기준가격 협상에 나서고 있는 제강사나 건설사의 협상 주체 역시 이를 모르지 않는다.
성에 차지는 않는 경기력으로 욕받이가 되기도 하는 축구 국가대표를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속은 오죽하겠나’가 아니던가. ‘그렇게 할 거면, 철근 기준가격 협상을 때려 쳐라’는 질책 또한 쉽게 나와선 안 될 말이다. 기준가격 협상을 옹호하거나 각별하게 생각해서가 아니다. 가격협상을 시작하는 것도, 그만두는 것도, 충분한 검토와 무게를 달아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기 때문이다.
기준가격 협상에 대한 질책이나 비난을 쏟아 내기 보다, 크게 달라진 철근 원가 지형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때다. 막연히 ‘원가가 아주 많이~ 올라서 반영해야 한다’는 식으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 부자재 원가폭등 문제가 기준가격 협상의 쟁점으로 더해지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충분히 겪어온 시행착오다.
바람 없이는 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균형 또한 흔들림의 과정을 거친 성과다.
이번 철근 기준가격 협상은 결과 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 천재지변처럼 치솟은 철근 부자재 원가반영을 위한 상생의 공감대를 다지고, 양측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합의의 틀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기준가격 협상에 나선 주체들이 가져야 할 역할의 무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