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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철근 나까마 근황
기로에 선 철근 나까마 근황
  • 외부기고
  • 승인 2018.11.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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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태(구리철강)의 지피지기 철근시황은 현업에서 느끼고 바라보는 생생한 시황을 전하고자 마련됐습니다. 철근 시장에 대한 주관적인 사견을 정리한 것이므로, 원고 내용을 거래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철근 시황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견주어 보는 의미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철근 업계에서는 하치장이 없고, 제강사 대리점이 아닌 재유통업체를 '나까마'라고 부른다. 요즘 철근 나까마가 모이면 자주 하는 말이 “철근 말고, 다른 것 할 것 없냐?”이다. 최근 철강재를 제외한 신규 아이템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달하고 있다. 재고 부족 장기화 및 가격 경쟁 심화로이익이 급감한 것도 원인이지만, 현재 보다 미래의 불안감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커지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커 질 수밖에 없는 나까마의 손익 구조를 살펴보자!

1인 사업자 기준 월 손익분기점이 800만원(급여+경비)이라고 가정하자. 80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5원 마진 기준 1,600톤, 3원 마진 기준 2,660톤을 판매해야 하며, 나까마 업계 평균 마진 3.5원을 고려했을 때 2,285톤을 팔아야 한다.

매월 2,300톤씩 팔아 800만원씩 꼬박꼬박 벌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황이 오르락내리락 하면, 판매량도 오르락내리락 한다. 잘 될 때는, 이익이 손익분기 + 100만원 수준이고, 안 될 때는 손익분기의 30~50% 수준이다.

월 손익분기가 800만원인데, 연속 3개월 900만원을 벌었다고 치자! 잉여금은 월 100만원*3개월 해서 300만원이 된다. 그런데 시황이 급변해 월 400만원을 벌었다고 하자! 손익분기가 800만원이니까 3개월 간 모은 잉여금 300만원을 차감하고도 100만원이 적자(자본잠식)다. 나까마가 잉여금을 모을 때는 소액으로 오래 모아야 하지만, 깨먹을 때는 1~2개월 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깨먹는 것이 8월 이후 계속되고 있으니, “철근 말고, 다른 것 할 것 없냐?”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나까마도 국산, 혼합(국산+수입), 정통 수입 나까마로 구분된다.

나까마도 국산, 혼합(국산+수입), 정통 수입 나까마로 구분된다. 국산 나까마는 기존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고, 혼합(국산+수입) 나까마는 올 초부터 수입 비중을 대폭 줄이고, 상대적으로 국산을 늘려 시장에 적응해 가고 있다.

문제는 정통 수입 나까마다. 국산을 팔 생각 하지 않고, 수입만 판매하려는 나까마이다. 최근 수입량이 적어지자 속칭 '빨대 꽂을 대상'이 급감했다. 원래는 이 업체 끝나면, 다음 업체를 정해 빨대 꽂으며 살았던 수입 나까마가 이제는 빨대 꽂을 대상이 극소수가 되어 극심한 재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산의 경우는 수입 나까마 경유 없이 하치장으로 거의 직판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산 나까마는 수입 나까마로 전환이 비교적 쉬운 반면, 수입 나까마는 국산 나까마 전환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수입이 국산 보다 마진 측면이나, 판매 측면에서 조금 더 낫기 때문에 국산으로 쉽사리 전환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수입 나까마가 국산 나까마 전환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했는데 잘 안 돼서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금부터라도 생존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매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나까마 생존 전략이 “철근으로 외형을 유지면서 다른 아이템을 찾아 승부수를 던지는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고객 최대한 많이 만나고, 전화 자주 하고, 신속하게 재고 대응 및 납품 관리 잘 하고, 돈 욕심 안 부리는 것”이 생존 전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무슨 전략을 구사하든, 버티고 살아남아서 철근 업계에서 오랫동안 함께 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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