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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왜 감산을 말하는가
철근, 왜 감산을 말하는가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9.09.26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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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제강사 직송 철근의 녹(綠) 문제 시비가 늘고 있다.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제조업체 직송 철근의 녹 시비가 늘어난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식지도 않은 철근이 출하되면서 운송차량 목침에 불이 붙기도 했던 2017년과 상반된 시장을 상징한다.

제강사 직송 철근의 녹. 출하되지 못한, 또는 출하되지 못할 철근이 쌓여가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7개 철근 제강사 각 사가 스스로 꼽은 적정재고의 합은 30만톤이다. 제강사 보유재고는 지난 7월 말을 기점으로 30만톤을 넘어섰고, 9월 중순 이전부터는 40만톤 선을 넘나들었다.

2개월 이상 잉여 철근이 제강사에 쌓인 것이다. 더욱이 빈자리를 찾지 못한 철근 재고가 실내 창고에서 밀려나 야적되는 상황에서, 여름 장마에 가을 장마까지 더해졌으니 녹 발생 문제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녹 철근에 유난히 예민한 시장이다. 팔리기도 전에 녹 발생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균형이 깨진 수급상황을 상징하거나 그로 인한 시중가격 하락과 별개로, 출고 전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또 다른 손실을 떠안는 것이다.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팔지 못하는 철근을 생산해서 쌓아 두어야 하는가. 사활을 가를 실익의 무게를 따져야 한다. 그것이 감산을 말하는 이유다.

감산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는가

합의할 수 없는 감산의 특정된 룰은 없다. 감산이라는 극약처방이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 살신성인(殺身成仁) 할 것이 아니라면, 나누어야 한다.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 한 사람이 먹을 밥 한 그릇을 만들어 낸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은 나눔의 미덕이다. 하지만 자사의 이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기업활동에서 십시일반의 미덕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수익의 여유를 나누는 것이 아닌, 생존이 걸린 절박함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경쟁시장에서 합리적인 기준의 십시일반은 무엇일까. 쉽게 언급되는 감산의 기준은 시장점유율이다. 각자가 차지하고 있던 시장에서 욕심을 멈추고 한 발씩 물러서는 것. 한 술씩 덜어내는 십시일반 의미에 가깝다.

얼마나 감산을 해야 하는 것인가. 감산의 정량 문제다.

해법은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 철근 시장이 총체적인 난국을 맞게 된 데는 다양한 문제가 얽힌 탓이다. 그 중에 가장 근본적인 이유 하나만 꼽으라면, 고민 없이 ‘수요’다. 그 중에도 ‘실수요’다.

호황 이후에도 철근 시장을 견인했던 것은 실수요였다. 실수요는 철근 시장의 중요한 동력이 됐고, 시장은 실수요를 최우선으로 최적화 됐다. ‘실수요에 의한, 실수요를 위한, 실수요의 시장’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정확히 7월 하순 실수요 마감이 시작되면서 부터다. 실수요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철근 시장은 곧바로 역부족의 한계를 드러냈다. 수급균형이 깨지면서 재고가 급증했고, 가격이 급락했다. 눌러왔던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나는 도미노가 됐다.

필요한 감산의 정량은 7월 하순 이후 각 사의 실수요 출하량 감소분의 합으로 볼 수 있다. ‘아무리 나빠도, 9월 보다 나은 10월 실수요’의 기대는 늘어난 재고의 감축 동력으로 남겨둬야 한다. 단기간 내 감산의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실수요 감소분+α’의 감산이 필요한 셈이다.

현 시점의 철근 감산이 부담스러운 것은 ‘이미 지속적인 감산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감산의 필요성은 이미 절감했던 경험이기도 하다. 더 큰 결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험난한 기로에 선 철근 업계에 다시 물어야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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