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4:03 (토)
철근 시장, “정상화 프레임 바뀌어야 한다”
철근 시장, “정상화 프레임 바뀌어야 한다”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0.07.13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상반기 철근 업계는 ‘정상화’ 노력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뤘다. 지난해 하반기의 시장붕괴로 예외 없는 적자위기를 맞으면서, 올해는 출발부터 정상화를 위해 사활을 걸어야 했다.

발등의 불은 적자탈출. 기업으로써 가장 큰 위기이자, 가장 본질적인 숙제를 풀기 위한 몸부림이 당연했다. 적자탈출을 위해 필수적인 가격회복, 무너질 대로 무너진 시장가격의 재건은 적자탈출과 맞물린 숙제였다.

극약처방의 진통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철근 업계 입장에서는 적당함의 평가나 만족을 떠나 값진 성과를 이끌어 냈다. 적자탈출과 가격회복의 표면적인 성과를 넘어, 오랜 숙원이던 구조적인 정상화를 이뤄냈다. 유통단계별 마진을 형성하는 상식적인 가격체계를 갖추게 된 것은 대단히 뜻 깊은 변화다.

격변의 상반기를 보낸 철근 업계는 새로운 반기를 맞았다. 하지만 정상화의 숙제는 더욱 무거워졌다. 힘겹게 이뤄낸 상반기의 성과를 지키면서, 남은 현안들의 해법을 찾는 두가지 숙제를 함께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철근 시장의 ‘정상화’ 프레임도 바뀌어야 한다. 상반기의 정상화는 가격과 수익에 초점을 맞췄다. 정상화 과정의 이견과 충돌 속에서도, 밀어 부칠 수 있었던 설득력과 공감의 지원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반기 철근 시장에서 상반기와 동일한 가격·수익 중심의 정상화 프레임만 고수하기엔 부담이 크다. 시장의 새로운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정상화 프레임이 필요하다.

바로 ‘거래의 정상화’다. 상반기의 급선무였던 가격과 수익의 정상화 성과를 토대로, 거칠었던 과정을 바로잡는 거래의 정상화가 하반기 철근 시장에서 주목하고 풀어야 할 숙제다. 이는 상반기의 성과를 검증하고 온전하게 안착 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다.

4개월째 멈춰 있는 가공 턴키 신규계약을 두고 제강사와 건설사는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 모두 ‘시장이 해결해 줄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해법을 찾는 노력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감수해야 한다.

양측 모두 미뤄진 거래의 리스크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생업을 걸고 사태의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 유통업계나 가공업계의 간절함에 대해서도 무게를 느껴야 한다.

대치를 이어가는 양측의 속내에는, ‘조금만 버티면 상대방이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는 은근한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거래차질을 생각하면, 양측 모두 이미 ‘완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설사 상대방의 투항으로 봉합되더라도, 시황에 따라 언제든지 반복될 문제라는 점에서 ‘사태의 해결’로 보기 어렵다.

지난해의 시행착오가 올해 재현된 것처럼, 문제가 미뤄지는 것 뿐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또는 모두가 적당한 승자로 남을 수 있는, 거래 정상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오히려 어느 한쪽이 무너지고 나면, 해법을 찾을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 양측 모두가 적당히 힘이 빠지고 적당한 힘이 남아 있을 때. 굳이 시점을 꼽자면, 지금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