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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유통, '해줘도 걱정' '안 해줘도 걱정'
철근 유통, '해줘도 걱정' '안 해줘도 걱정'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9.06.11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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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5월 계산서를 받아 든 철근 유통 대리점이 고개를 떨궜다. 기대를 저버린 실망 때문이기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막막함 때문이기도 했다.

5월분 마감에 쏠렸던 관심은 손실보전이었다. 유통점 대리점의 자금경색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숨통을 터줄 손실보전의 절박함이 커진 상황이다.

올해 1월 철근 제강사의 새로운 가격방침이 적용된 이래, 유통 대리점은 적자마감 계산서를 끌어 안았다. ‘왜곡된 거래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공감이기도 했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5월분 마감이 끝났다. 무성했던 손실보전 소문은 몇몇 제강사에서 현실화 됐다. 그 마저도 1월분 손실의 일부를 분할 보전하는 방식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5월 판매분에 대한 또 한 장의 원칙(적자)마감 계산서가 유통점의 손에 쥐어 졌다.

손실보전에 나섰던 제강사는 ‘1월 가격방침의 시행착오는 인정하더라도, 충분히 상황인식이 가능했던 2월 이후의 손실보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에 선을 그었다.

유통 대리점들은 손실보전의 안도보다, 현실의 막막함이 커졌다. 1월은 그렇다 쳐도, 2월 이후 지속된 적자마감은 물론, 갈피를 잡기 힘든 향후 유통 판매에 대한 막막함이다. 1월 적자의 일부로 제한된 손실보전 방침으로, 오히려 더 큰 불안과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하소연이다.

한 유통 대리점 관계자는 “설마 설마 했던 우려를 현실로 마주하게 됐다”며 “일방적인 가격방침과 일방적인 마감에 이어, 이번 손실보전 방침은 유통 대리점에 대한 제강사의 인식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강사는 손실보전이 ‘유통점들이 무책임한 저가판매에 나서는 빌미가 될까’ 노심초사 했다. 손실보전의 인심을 쓰고도 내놓고 인정하지 못하는 제강사의 속사정도 모를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통 대리점들의 망연자실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번 손실보전이 시장에 미칠 여파 또한 관심사다. 제강사의 손실보전 입장을 확인한 유통시장이 단기적으로 혼돈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손실보전 기대가 어려워진 유통점들이 적극적인 판매단가 인상에 나서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이런저런 관측은 현실이라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나 혼자 경각심이 높아졌다고, 달라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다. 최저가에 끌려가는 시장의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한 유통 시장관계자의 푸념이 씁쓸함을 더했다.

“자금력이 부실한 유통점들이 최저가 거래를 주도하고, 그들이 시중단가의 결정권을 쥐는 시장이다. 건실한 유통점도, 버틸 수 없는 형편으로 기울어 가는 것이 현실이고 주시할 위기이다. 결국, 의지의 변별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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