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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탓의 전쟁, 멈춰야 한다”
“위험한 탓의 전쟁, 멈춰야 한다”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9.11.0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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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철근 가격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상식선을 벗어난 시중가격에 대한 문제의식이 깊어지고 있다. 절실한 가격 정상화를 위한 각자의 고민과 나름의 노력도 적극적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철근 가격은 깊어지는 비상식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엇이 문제인 것인가. 모두가 여유롭던 호황의 관성을 탓하기는 어려워졌다. 이미 철근 시장은 불황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오히려, 너무 앞서가는 듯 한 위기의식이 지금의 혼돈을 부추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당연한 일이다. 예상치 못했던 긴 호황이 끝나고 부인할 수 없는 불황에 진입했다는 것 만으로도 시장은 삭막해질 수 있다. '이제는 인심 날 곳간이 없어졌다'는 상실감, '얼마나 길고 깊은 불황 일지 모른다'는 불안감 또한 충분히 공감할 만 하다.

그것이 비상식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불황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시점에서, '치킨게임' 얘기가 너무 쉽게 나오는 것은 아닌가. 

절실함을 역행하는 시장의 문제를 되짚지 않을 수 없다. 호황에서 불황으로 급격하게 반전되는 철근 시장에서 ‘탓의 전쟁’이 치열해 졌다. ‘탓’. 내가 아닌 다른 곳에서 문제의 원인과 일탈의 설득력을 찾는 것이다.

탓의 전쟁의 근원은 피해의식이다. 누구 때문에 가격이 떨어졌다 거나 오르지 못한다는 탓으로, 내가 피해를 입었다는 논리다. 그렇게 상황의 문제를 규정짓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 마음은 출혈을 감수하는 일탈의 선택을 정당하게 만든다. 

얽히고 설킨 탓의 전쟁에서, 오가는 화살을 피할 수 있는 주인공은 없다. 결국, 모두가 화살을 쐈고 모두가 화살을 맞고 있는 셈이다.

씁쓸한 탓의 전쟁의 문제는 모두가 함께 감당해야 하는 결과, 즉 현실의 출혈시장이다. 현재의 시장이라면, 무엇이든 좋아지길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악순환의 완전 공식이 성립되는 조건이다.

가격이 떨어지고 추가 하락 기대로 거래심리가 얼어붙으니, ‘매출’과 ‘수익’ 확보라는 모두의 절실함을 역행하는 시장이 연출되고 있다. 아니, 절실함의 역행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안 좋은 시장을 스스로 더 안 좋게 만들어가고 있다.

'탓의 전쟁'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 과거의 경험은 충분했다. 역대 최대 호황에서도 적자 위기를 걱정했던 철근 시장이 아니었던가.

거래방식과 가격방침의 변화, 엄격한 마감과 거래신뢰, 줄어든 수요에 맞춘 감산 등 불황의 충격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보다 먼저, 위험한 탓의 전쟁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시세의 방향을 바꿀 수 있고, 불황을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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