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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사실’과 ‘사실무근’
소문의 ‘사실’과 ‘사실무근’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0.02.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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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어느 업체가 경영난을 못 이기고 무너졌을 때,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 회사가 예전부터 불안했었다니까…”라는 뒷얘기로 직행한다. 심지어는 안간힘을 쓰며 버티던 업체도, 앞서간 소문으로 무너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사실’과 ‘사실무근’은 정반대의 진실이지만, 소문이라는 틀안에서는 백지장처럼 얇은 경계를 넘나든다. 객관적인 사실의 근거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는 일종의 확증편향 같은 일들이다.

이번 한 주 철근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제강과 YK스틸의 합병설’도 그러하다. 워낙 큰 이슈가 되는 소문이다보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각자 확인할 수 있는 진위를 떠나서 다양한 억측과 주장들이 쏟아졌고 당분간 심심치 않게 이어질 태세다.

양사의 ‘사실무근’ 입장을 존중하고, 소문을 사실로 전제한 평가는 미뤄야 할 것이다. 더욱이 흉흉한 시장에서 누군가는 일손이 불안하고, 누군가는 생각치 못한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경각심도 필요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생각이나, ‘소문이 거짓말 같은 사실이 되는 일들’에 대한 경험은 시간을 두고 확인될 ‘사실’을 지켜볼 일이다.

소문과 관심의 의미를 되짚길 권하고 싶다. 멀쩡하던 회사가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믿기 힘든 빅딜의 소문이 의심 없이 회자되는 것은 현실에 대한 공감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현실에서 공유하는 고민이기에 ‘그럴 만 하다 또는 그럴 만 했다’는 신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좀 더 의미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철근 업계는 제강사나 유통, 가공, 수입 할 것 없이 각자의 활로를 고민하고 있다. 끝을 예단하기 힘든 경기침체의 불안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고민 때문이기도 하다.

생존을 위한 고민, 즉 미래경쟁의 준비다. 이번 합병의 소문이 아니더라도, 철근 시장의 큰 흐름을 끌고 가는 제강사의 굵직한 변화들은 이미 가시화 되고 있다. 공장의 폐쇄나 신규 부지의 확보, 일정을 예고한 신규 공장 건설까지 생산기반의 변화를 비롯해, 시대흐름과 발맞춘 새로운 거래방식의 도입 등 미래에 대한 다양한 활로 고민이 치열하다.

로봇과 자동화 설비 등 4차 산업의 물결에 편승하고 있는 철근 가공업계 역시 안팎의 구조조정을 적극 고민하고 있다. 유통점이나 수입업계 역시 각자의 절실한 미래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이 파격적인 선택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믿기 힘든 빅딜 소문에 대한 관심을 각자 미래 활로의 고민을 더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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