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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기준價 일단락과 '남겨진 숙제'
철근 기준價 일단락과 '남겨진 숙제'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8.11.06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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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4분기 철근 기준가격이 타결되고 일주일이 지났다. 파국을 걱정했던 마감대란은 그 사이 없던 일처럼 잠잠해졌다. 협상을 일단락 지은 제강사와 건설사는 각자의 일상으로 복귀했다.

한숨 돌린 시점에서, 4분기 기준가격 협상을 되짚어보자.

최악을 막아낸 제강사와 건설사의 합리적 선택을 평가하는 것이 우선일 듯 싶다. 협상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뻔한 답을 두고 파행을 감수하는 듯 보였던 협상이 답답했을 수 있다. 하지만 각자의 속사정은 간단치 않았으며, 양측 모두 쉽지 않은 선택과 결단을 내렸다는 점을 인정할 일이다.

협상이 끝나고 제강사와 건설사 어느 쪽도 축배를 들지 못했다. 지난 협상의 결과가 어느 한쪽의 승리를 평가하지 못할 만큼 팽팽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되짚을 문제는 4분기 철근 기준가격 협상이 그토록 힘겨웠던 이유다. 단순한 자존심 대결로 볼 상황은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양측 모두 인정할 수 없었던 난처함이 컸던 게 사실이다. 달라진 철근 원가지형을 어떻게 인정하고 반영할 것이냐의 문제다.

제강사와 건설사는 2016년 2분기에 기준가격 공식을 합의했다. 이후에도 합리적인 개선노력으로 철근 기준가격 협상의 이견을 좁혀왔다. 그동안의 노력을 원점으로 되돌린 문제가 천재지변 같은 부자재 가격폭등이다.

전극봉과 합금철, 내화물 등 철근을 만드는 핵심 부자재 가격이 일제히 폭등하면서 원자재 못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말 못할 속앓이로 눌러온 제강사도 감당 수위를 넘어선 부자재 가격상승분의 반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힘겹게 감내 해온 원가상승분의 일부라도 반영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주지 않는 건설업계에 대한 야속함이 컸다.

건설사 또한 비난하기 어렵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상충된 입장에서 ‘상생’이라는 명분만으로 합의되지 않은 원가구성을 온전히 인정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객관적인 적용 기준조차 찾지 못한 부자재 가격상승분의 반영은 더더욱 조율하기 힘든 문제였다.

평온해진 시점에 기준가격 협상 문제를 다시 들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위기를 맞았던 기준가격 협상은 봉합된 것일 뿐, 답을 찾은 해결이 아니었다. 크게 바뀐 철근 원가지형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의 근원적인 숙제는 그대로 남겨졌다. 이 대로라면, 다음 분기 기준가격 협상도 파행의 반복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쉽지 않은 조율과 합의의 과정을 거쳐야할 기준가격 결정 방안 논의에 여유를 가져선 안될 일이다.

파국을 막은 기준가격 타결의 성과는 인정하되, 풀지 못한 숙제는 치열한 고민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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