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거래차질 책임 논쟁으로 비화될까 ‘걱정’
답답한 시장, 상생의 지혜 ‘대승적 합의’ 간절
철근 기준가격 협상이 얽힌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다. 최종 입장만 고수하는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마감을 앞둔 시장 안팎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4분기 철근 기준가격 협상은 부자재 쟁점으로 출발했다. ‘천재지변 같은 부자재 가격폭등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됐다’는 제강사의 절박한 요구였다. 건설업계는 기준가격 결정원칙의 배수진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제강사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합의되지 않은 가격결정 요소를 막연하게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본지가 산출한 4분기 철근 기준가격 조정요건은 톤당 2만2,000원(환율 적용조건) 인상이다. 당초 4만5,000원(기본요건+부자재 원가상승분) 인상을 요구했던 제강사는 3만5,000원 인상으로 눈높이를 낮췄다. 2만원 인상안으로 출발했던 건설업계 역시 2만5,000원으로 거리를 좁힌 상태다.
1만원으로 좁혀진 입장차는 협상기간 대부분의 실랑이었다. 마지막 한 걸음씩의 양보를 기대한 3만원의 타협선도 건설사의 완강한 거부에 막혀 있는 실정이다. 실수요 마감이 시작되는 25일 전 타결이 불가능하다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제강사와 건설사는 각자 마감으로 또 다른 파행의 문턱을 넘게 됐다. 기준가격 협상이 성수기 거래차질의 책임 논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 철근 업계, 절박함으로 눌러온 불만 ‘폭발’
적자위기의 절박함을 호소하던 철근 제강사는 눌러온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올 한해의 기준가격 협상만 놓고 봐도, ‘원칙’의 배수진을 치고 있는 건설업계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불만이다.
지난 2분기 기준가격 협상은 2만원의 인상요건이 테이블에 올랐다. 건설업계는 급격한 철근 시황악화 반영을 종용해 인상요건을 반토막(1만원)으로 끌어내렸다. ‘원가를 중심으로 결정해오던 기준가격 협상의 원칙을 건설업계 스스로 부정했다’는 제강사의 비난이 쏟아졌다.
3분기 협상에 대한 불만도 들췄다. 당시 제강사는 극심한 철근 품귀와 원부자재 가격급등 부담을 호소했다. 2분기에 양보했던 인상요건 일부의 소급 반영을 요구했던 것. 당시 협상은 기준가격 결정원칙 복원을 명분으로 가격공식 요건 수준인 1만5,000원 인하로 매듭됐다.
한 제강사 관계자는 “2분기 기준가격 협상에서 인상요건을 반토막 냈던 시황논리의 잣대라면, 납품차질까지 벌어지는 지금의 품귀 시황은 예외적인 프리미엄을 받는 게 마땅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번번이 바뀌는 원칙과 예외의 협상이나, 그때그때 다른 상생의 설득력을 더 이상 공감하기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극심한 재고부족으로 유통 출하를 중단하면서도, 실수요 우선 공급 원칙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실수요 납품가격은 시중가격보다 톤당 5만원 이상 낮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적자위기를 맞고 있는 철근 제강사는 5만원 넘는 기회손실을 감수하고, 그 반대급부가 고스란히 건설업계로 돌려지는 현실을 어떤 상생의 상식으로 납득할 수 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건설업계 관계자는 “적자부담을 호소하면서 스스로 할인폭을 키우는 제강사의 태도에서, 어느 것이 진심인지 모르겠다”며 철근 업계의 민망한 속살을 들추기도 했다.
■ “숙명의 파트너, 상생 가치로 매듭 풀어야”
사고 파는 거래의 입장차는 당연한 이치다. 제강사와 건설사 양측 모두 서로의 속사정을 모르지 않기에, 막무가내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인식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그동안 철근 기준가격 협상은 ‘원칙’과 ‘예외’의 논쟁을 반복했다. 원칙과 예외를 주장하는 입장 또한 길지 않은 시간에 뒤바뀌길 반복했다. 일방적인 명분이나 설득력은 없다는 의미다.
파국으로 치닫던 철근 기준가격 협상은 항상 대승적 합의에서 답을 찾았다. 이번 협상의 결과 역시 ‘대승적 합의’라는 수식어가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철근과 건설. 숙명의 파트너가 상생의 지혜를 찾길 바라는 간절함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