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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변한 철근 시장, “70만원 철옹성 뚫어”
돌변한 철근 시장, “70만원 철옹성 뚫어”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8.10.16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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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품귀 체감, 5년 6개월만에 70만원선 돌파
2차 유통시장서는 71만원 넘는 실거래도 등장
실수요-유통 온도差 속 방심했던 성수기 시장 ‘급변’

돌변한 철근 시장이 5년 6개월 만에 70만원의 철옹성을 뚫었다. 주말 사이 품귀 체감은 극심해졌고, 가격 또한 저항감 없이 뛰기 시작했다. 눈과 귀를 의심하던 유통시장은 ‘전혀 다른 시장’이라 입을 모았다.

월요일 첫날부터 북새통이었다. 하루이틀 관망의 여유를 기대했던 신중론은 최저가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성수기 거래가 급해진 시장은 가격보다 구매 가능한 보유재고 확인으로 분주했다.
 

국내산 철근 1차 유통가격은 지난 금요일 최고가였던 69만5,000원을 딛고, 곧바로 70만원으로 건너 뛰었다. 일부 2차 유통시장에서는 70만5,000원에 매입한 물량을 71만원에 넘기는 실거래도 등장했다.

입맛을 따지는 구매는 욕심인 시장이었다. 특히 품귀 체감이 가장 심한 13mm이나, 10mm 등 소형규격 철근은 최고 호가가 꼬리를 물었다. 대리점들은 제강사 구매를 포기하고 시장구매에 나섰지만, 원하는 철근을 손에 쥐긴 어려웠다.


■ 실수요-유통 온도差..”시황인식 돌변”
철근 시장을 가장 크게 움직인 것은 수급, 재고부족이었다. 제강사의 강력한 고마감과 추가 인상 발표 또한 유통시장의 경각심을 크게 높였다. 여기에 뜻밖의 공급차질 변수로 등장한 현대제철 당진공장 파업이 철근 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극명했던 실수요-유통 체감 온도 역시 돌변의 배경으로 지목할 만 하다. 부분적인 재고부족과 극성수기 시장의 수급불균형 우려는 꾸준히 거론돼 왔다. 하지만 유통시장은 실감하기 힘든 온기를 신뢰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결국, 유통시장의 시황인식이 돌변하면서 거래가 몰린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철근 시장은 성수기 변수를 방심했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철근 유통시장이 부인할 수 없는 문제는 ‘방심’이었다. 지나치게 유통시장 안에서의 체감에 의존해 시황을 단정지으려 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호황은 끝났다’는 선입견이 ‘수급(재고부족)’이라는 절대적 변수를 놓치는 방심을 부추겼다.

품귀가 극심했던 6월~7월 이후, 비수기를 지나는 동안에도 철근 제강사 보유재고는 20만톤 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철근 시세의 등락과 무관하게 원활치 못한 공급흐름이 지속됐다. 극성수기의 출발점인 추석 연휴 이후 오히려 긴장이 풀린 듯 했다. 10월의 시작 재고였던 21만톤이 긴장을 높여야 했던 신호가 아니었을까. 복기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급주체인 제강사의 반신반의도 유통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유통시장보다 간발의 차만큼 먼저 흐름을 읽고 가격인상 승부수를 던졌을 뿐이다. 제강사 또한 성수기를 방심했던 것은 마찬가지다.

북새통 속에서도 유통시장은 고점 논쟁이 뜨거웠다. 돌변한 시장에서 시세를 가늠하기 힘들어진 데다, 상승폭 계산이 어려워진 시장에서 적극적인 거래는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 유통시장 관계자는 “갑자기 시황이 돌변하면서 재고확보로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면서도, “사고 팔 재고도 구하지 못하는 시장에서 가격이 올라도 나아질 것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미 품귀로 불이 붙은 시장에서 당분간의 거래도, 이익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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