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상승·재고부족 여건서 적극적인 가격인상 ‘결심’
가격인상 편승 기회 엿보는 수입산..시세변화 주시
침묵하던 H형강 유통시장이 성수기 거래의 시동을 걸었다. 실제 수요증가 체감보다, 가격인상 신뢰가 높아진 것이 유통시장의 거래심리를 자극한 것이라는 평가다.
이번 주 후반 들어 유통시장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 9월 하순 가격인상 전에 쌓았던 재고가 상당부분 소진된 데다, 반신반의로 지켜보던 10월 가격인상에 대한 신뢰로 분위기가 쏠렸기 때문이다. 아직 적잖은 보유재고가 남았다 해도, 가격인상 전 재구매 눈치를 살피던 유통 수요가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월초부터 실수요 대응으로 분주하던 제강사도 북새통을 치렀다. 빠듯한 보유재고 탓에 규격 구색을 맞추기 힘든 데다, 유통시장의 가수요까지 몰리면서 출하관리가 어려웠다는 전언이다. 물론, 요지부동이던 유통시장이 살아난 것은 제강사 입장에서도 다행인 일이다.
제강사도 꾸준히 시장을 자극했다. 하향압박으로 흔들리던 유통시장에 대해 막연한 원칙마감 경고에서 직접적인 판매단가 제시로 태도를 바꿨다. 주말을 앞두고는 메이커 양사가 잇따라 가격인상 방침을 확정 발표하면서 적극적인 견인에 나섰다.
시점은 다르지만, 사실상 동일한 가격인상 방침을 확정했다. 여유 있는 시점의 가격인상 발표로 지지부진하던 수요를 회복시키고, 안정적인 가격인상 관철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에서는 시장 스스로 가격회복에 나설 시간을 준 것이기도 하다.
당초 예상과 달리, 가격인상 적용 출발점을 기존 방침인 톤당 87만원(소형)으로 삼았다. 누적된 원가상승분에 추가적인 철스크랩 가격상승 부담이 더해진 데다, 재고부족까지 심해지면서 판매가격 인상의 절박함과 자신감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보조를 맞추고 싶었던 철근 기준가격 인상폭 타결이 미뤄지면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인상방침을 확정한 눈치다.
어느 때보다 신중했던 10월 가격인상 방침이 확정되면서 H형강 시장에는 ‘90만원’이라는 숙제가 던져졌다. 주 후반 유통거래가 크게 늘긴 했지만, 거래단가는 톤당 85만원 안팎의 기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 10월 가격인상 출발점에도 도달하지 못한 유통시세는 22일~23일 추가 인상시점까지 가격방침과의 격차를 좁혀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수입산 H형강 역시 국내산 시세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들썩였던 국내산 유통시장에 비해 수입산 거래는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다만 재고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산 H형강 거래가 탄력을 받을 경우, 순차적인 거래회복이 연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산 시세변화에 따라 수입산 H형강 또한 보조를 맞추는 가격인상 방침을 조율하고 있다.
이번 주 수입산 H형강 유통가격 또한 대부분 제자리를 지켰다. 베트남산과 일본산이 각각 톤당 84만원, 82만원을 유지한 가운데, 10월 들어 1만원의 가격인상 시도에 나섰던 바레인산 H형강 가격은 한 걸음 물러서면서 톤당 82만원 선으로 회귀했다.
시동이 걸린 H형강 유통시장의 가격상승 여부가 다음 한 주의 관건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