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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감산, “그걸로 충분합니까?”
철근 감산, “그걸로 충분합니까?”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4.06.20 04: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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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야간조업, 특별보수, 정기 보수일정 확대, 집중휴가 등 철근 제강사들의 감산 화두가 쏟아지고 있다. 절박한 생존을 위해, 제조업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는 마지막 선택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십시일반으로 각자의 생산능력을 내려놓지 않으면, 누구도 살아남기 힘든 현실에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뚝 떨어진 철근 수요와 균형을 찾아가는 감산은 두 말할 것 없는 필수요소다. 설사 일시적인 균형을 찾았다 해도, 수시로 균형이 깨지고 틀어지기 일쑤다. 최적화의 고삐를 단단히 움켜쥐지 않으면 안 되는 험난한 시장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철근 가격이 무분별하게 무너지는 것을 과다한 재고 때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본지 추산 기준, 8대 철근 제강사의 합산 재고가 30만톤 대 중반 밑으로 내려서면서 생각보다 많은 제강사들이 수요처가 요구하는 구색을 원활하게 맞추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넘쳐나는 철근 재고를 공장 정문 밖에 쌓거나, 감당불가 재고 때문에 밀어내기 월말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은 아니라는 말이다. 

감산 화두에 쏠린 철근 시장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고 싶다. 바로, 가격정책이다. 재고만 줄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무너진 가격이 회복될 것인가. 줄어든 수요에 맞춰 생산과 판매, 재고를 최적화하는 노력과 함께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이 가격정책의 개선이다. 

다시 시장의 문제로 돌아가보자. 제강사들의 구색 대응이 원활치 못할 정도로 보유재고의 체감이 바뀌고 있음에도, 시중 철근 유통가격의 하락폭이 줄어들기보다 되레 커지는 현실은 가격정책의 문제를 더욱 도드라지게 드러내고 있다. 재고가 많아서가 아니라, 시장과 어긋나 있는 가격방침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특단의 감산 방안을 쏟아내는 상황에도 모든 제강사가 침묵했던 한 가지는, 판매가격의 선(先)고지다. 누구도 당월 판매의 하한선을 긋지 않았다. 일부 제강사는 마지노선 없는 평균가격 방침을 내세웠고, 나머지 제강사들은 후(後)정산 뒤로 숨었다.

유통점들 사이에서도 '너무한다'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소위 ‘영혼 없는 최저가 경쟁’을 주도하는 유통점들도 분명 문제다. 동종 유통점의 매출(자금)불안 심리를 흔들어 상술로 삼는 유통세력도 문제지만, 결국 그들의 전성시대를 다시 열어준 것이 제강사의 침묵 아니던가. 

유통시장의 선제매출 전쟁이 끝나고 파장분위기로 돌아선 하순에 최저가 선긋기는 서로 민망한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가격흐름에 대한 신뢰를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단의 감산과 함께 제강사의 가격방침도 함께 바뀌어야 결단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 ‘철근 유통가격이 더 안 떨어질까 걱정’이라던 유통점을 비난하기 전에, 그 삐뚤어진 마음을 만들어내고 있는 (제강사)가격방침의 왜곡을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할인판매를 종용해오던 건설업계로부터 ‘철근 업계의 무분별한 출혈경쟁을 제발 멈춰 달라’는 당부가 전해질 정도다. 가장 부끄러운 일침이 수요업계에서 나온 것이다.

명확한 판매가격을 고시하고 해당 가격의 적용에 예외를 두지 않는 것. ‘원칙마감’이 철근을 사고 파는 서로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던 이유를 떠올려 보자. 역대 철근 시장을 번번이 나락으로 끌어 내렸던 선판매∙후정산을 끝내고, 선정산(선고지)∙후판매의 새출발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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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2024-06-20 07:11:57
죽어봐야 저승 맛을 알것이다 !
이미, 중소건설사, 유통업체, 가공장들은 많이 진행중이고, 향후, 더 더욱 많은 업체들이 이러한 길을 갈 것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