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철근 시장은 생산원가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극악의 비상식에 갇혔다. 역마진 구조의 한계가 깊어지면서, 생존을 위해 당장 내 발등의 불만 끄는 각자도생의 공간으로 전락했다.
그 처절한 생존의 사투에서, 이상하게 도드라지는 모습이 있다. 바로 ‘제강사’와 ‘유통점(대리점)’의 서로 다른 생존법이다.
적자탈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제강사는 오를 때까지 올리는 가격인상의 무한반복. 치열한 유통시장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고마감. 소위 일물일가의 원칙마감 방침을 밀어 부치고 있다.
체력이 바닥난 유통점들은 살기 위해 처절한 판매경쟁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유동성, 월말 결제자금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지급불능 상태의 유통점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팔릴 때까지 가격을 내리는 최저가 경쟁에 매달리고 있다.
‘오를 때까지 올리는 가격인상’과 ‘팔릴 때까지 내리는 최저가 경쟁’.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절실한 ‘생존’이라는 목적과 이유는 같지만, 선택은 정반대인 시장. 더욱 이상한 것은, ‘제강사’와 ‘유통점’이 철근 시장에서 한 배를 타고 있는 공생의 파트너라는 점이다.
공존의 협업이 절실한 제강사와 유통점이 서로 반대로 달리는 모습으로 연상된다. 각자의 생존을 위해 반대로 달리는 구도에서, 어떤 회복과 어떤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는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달릴 순 없는 것인가.
이익도 아닌, 생존을 위한 선택을 무작정 비난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하지만 공존과 공생의 파트너인 제강사와 유통점이 반대로 달려서 절대 생존할 수 없다. 또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끌고 간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서로가 함께 뛰는 파트너의 형편을 인정하고 살피는 것 부터가 먼저다. 그리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박자와 보폭을 맞춰 달리는 것이, 결국 더 빨리 더 멀리 가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