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할수록 눈덩이 적자 쌓이는 제조업 위기 현실로...
'득보다 실 커진 수요 대하는 태도 변화 필요' 한 목소리
"감정적 출혈판매 멈추고, 연착륙 기반 다지는 숨 골라야"
철근 제강사가 비정상 판매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고심하고 있다. 실행 여부를 떠나, 불황 속 판매중단을 고민할 만큼 근본적인 회의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6월을 앞둔 철근 제강사들의 셈법이 바뀌고 있다. 불황을 타개할 판매확대보다 손해가 쌓이는 판매를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무분별한 최저가 경쟁이 만연한 ‘유통’은 물론, ‘실수요’ 판매에서도 득보다 실이 훨씬 커졌다.
체력소진만 앞당기는 생산과 판매를 파격적으로 줄여 보유재고의 감축 효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제강사들 사이에서, ‘대량의 가공턴키 수주를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자판매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일반판매 또한, 잠정적으로 판매를 멈추거나 선고지 단가의 조건부 판매로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감정적인 출혈판매 경쟁이 진정될 때까지 잠시 판매를 중단하고, 연착륙 기반을 다지기 위해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는 속뜻이다. 앞다퉈 실수요 수주에 열을 올리거나, 밀어내기 유통 판매에 안간힘을 쓰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밑도 끝도 없는 최저가 유통, 악순환 출발점 '오명'
철근 유통시장은 출혈판매의 진원지로 전락했다. 체력을 소진한 유통점들은 당월 매출에 의존하며 선제적인 최저가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강사들 또한 '마지노선 없는 월평균(가격)' 마감으로, 유통시장의 왜곡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5월 하순 현재, 국내산 철근 1차 유통가격은 69만원 선. 제강사의 [철근 총원가]는 물론, [철근 생산원가]를 넘어, 반제품인 [빌릿 생산원가]마저 뚫고 내려간 형국이다. 당연하게 여겨지던 손익분기점의 마지노선을 지나친지 오래다. 생산할수록 눈덩이 적자를 떠안는 제조업의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게 됐다. 현재 국내산 철근 유통가격은 같은 시점의 철근 수입원가를 톤당 10만원이나 밑도는 수준이어서, 비정상 가격구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무분별한 최저가 판매가 유통시장뿐만 아니라 실수요 턴키 계약 등 철근 시장 전반의 출혈거래에 기준과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혈 악순환의 출발점’이라는 오명도 여기서 나오는 말이다.
실수요, 효자 노릇은 옛말…'장기적자 무덤'
철근 제강사들 사이에서 실수요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불황을 버텨낼 판매물량 확보를 위해, 얼마전까지 가격불문 수주를 이어오던 것과 판이한 고민이다. 판매물량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지만, 신규 수주의 득보다 실이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수요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제강사들 사이에서는, ‘손익분기점 수준인 관수 철근 미만의 실수요 수주는 제강사의 스스로 명분과 실리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출혈 실수요 수주와 관련해,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부각된다.
첫번째는, ‘묻지마’ 현금∙최저가 유통 수준의 할인폭을 요구 받는 가공턴키 계약은 곧바로 장기 적자를 확정 짓는 의미를 갖게 됐다. 전략적인 판단에서 철근 유통시장에 한 두대를 싸게 던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손실을 떠안게 된다.
두번째는, 연쇄적인 출혈판매를 수용하는 부작용이다. 출혈 할인폭을 적용한 신규 수주에 나서는 것은, 기존 수주물량의 가격조정 요구도 인정하는 의미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기존 수주물량의 가격조정 타협과 신규 수주가 동시에 진행되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가공턴키를 하자고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생태계를 흐려놓은자, 그 자들이 누구인가?
21년 유통향 판매가격을 올리고, 정작 생산자인 자신들은 인터넷 판매, 소매판매로 생태계를 흐리고, 유통업체를 배척한 자, 그 자들은 누구인가?
지금의 시장가격 하락을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우기는 자 , 그들은 누구인가?
비정상적인 가격이라고 하면서, 판매를 강요하는 자, 그들은 누구인가?
모두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