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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가공, 잇단 폐업 소식에 ‘흉흉’
철근 가공, 잇단 폐업 소식에 ‘흉흉’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3.10.23 0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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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가공장 2곳 부도∙폐업 소식 전해져
지난 여름 충청권 폐업 소식도 무관치 않아
수요한파 심한 ‘지방’∙‘2차 가공업체’ 충격 커
원가상승 역행하는 저가가공 연쇄부실 원인
“저가가공 리스크 발주처에 돌아갈 것” 지적

철근 가공시장이 잇단 폐업 소식으로 흉흉하다.  

철근 실수요 시장이 절정의 계절 성수기 구간에 진입한 10월 하순. 영남권 철근 가공업체 2곳의 부도와 폐업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지난 여름에도 충청권 가공업체 2곳의 부도 소식으로 가공시장이 들썩였던 것을 떠올리면, 꼬리를 무는 부실 소식을 무관치 않게 보는 시선이 많다.

속 들여다보면, 비슷한 구석이 눈에 띈다. 

잇단 폐업소식이 전해지는 가공업체들의 첫번째 공통점은 ‘지방’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건설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지방 건설시장의 충격이 빠르고 크게 체감된 데다, 예정된 공사현장의 착공 차질 문제 또한 수도권보다 지방이 많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두번째로 주목할 공통점은 ‘2차 수주업체’라는 점이다. 실제, 최근에 부도나 폐업 소식이 전해졌거나 부실 경고가 전해지는 가공업체의 대다수는 2차 수주 업체들이다. 물론 2차 수주 가공업체 가운데서도 건실한 운영을 이어가는 곳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시장여건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철근 가공시장에서 1차 수주 업체들은 지난 상반기까지 대부분 바빴지만, 2차 수주 가공업체들은 일감 가뭄에 시달렸다. 중소형 공사현장이 먼저 끊긴 데다, 대형 공사현장 또한 올해 상반기를 보내는 동안 빠르게 침체됐다. 그 여파로 1차 수주 가공업체들의 외주가공 발주가 급감했다. 즉, 2차 가공업체의 매출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운영차질이 속출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철근 가공업체들의 부실을 하나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장치산업 성격이 강한 철근 가공산업의 특성상 급격한 수요감소 충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이보다 먼저, 인건비와 부자재, 운송비 등 급등한 가공원가를 역행하는 단가 적용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2차 가공업체들은 보통 2,000원~3,000원. 많게는 5,000원 안팎까지 낮은 가공단가로 수주 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매출과 수익악화 충격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한 가공업계 관계자는 “시황악화 체감을 먼저 겪고 있는 2차 가공장들의 부실이 먼저 드러난 것” 이라며 “가공원가 상승을 외면 당하고 저가 발주에 흔들리는 가공시장은 예외 없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철근 가공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주단가를 낮추는 것은 생존을 위한 고육책일 뿐”이라며 “감당할 원가여력이 있어서 저가수주에 나서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무리한 저가 가공발주의 부작용은 거래부실로 드러날 수 밖에 없다”며 “가공원가를 무시한 임가공 거래의 리스크가 당사자인 가공업체는 물론 건설사나 제강사 등 발주처에도 함께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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