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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②] 포스코의 코일철근 시장 진출은…? – 가격편
[분석②] 포스코의 코일철근 시장 진출은…? – 가격편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3.08.04 09:3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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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철강산업의 ESG경영 롤모델을 자처하는 포스코의 코일철근 진출은 시대적 트렌드를 역행하는 모순’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탄소발생을 줄이기 위해 고로의 철스크랩 투입량을 늘리고, 친환경 전기로까지 신설하는 포스코가 ‘고로 기반으로 코일철근을 생산해서 전기로 제품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성이냐’는 지적이다. 

국민기업 포스코의 코일철근 진출에 반발하는 전기로 산업계가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문제가 바로 탄소중립 트렌드의 역행이다. 

 

소리 없이 움직이는 포스코 코일철근…'전방위 타진'

포스코는 침묵 속에 코일철근을 출시했다. 프리미엄 강건재 브랜드를 내세워 오던 것과 달리, 코일철근에 대해서는 시장조사부터 출시까지 포스코가 밝힌 공식입장은 없다.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전면에 나서면서, 오히려 포스코와 코일철근의 선긋기 분위기가 강하다. 과거 POSCO SS VINA(베트남)에서 생산된 철근과 H형강의 한국수입으로 마찰을 빚던 당시의 상황과 닮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코일철근은 물밑의 영업을 이어왔다. 제품 출시 이전부터, 기존 철근 제강사와의 협업을 타진하는 과감한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최종 수요처인 가공장에 코일철근을 직접판매 하는 것은 물론, 철근 제강사(직선철근)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가공 턴키 실수요의 프로젝트 수주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판매라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코일철근의 일반판매는 아직 예약을 받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본격적인 일반판매는 건설과 철근 가공시장의 집중휴가가 끝나는 8월 중순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래서 얼마에 줄 수 있나요…?" 제품보다 가격의 기대

포스코의 와일드 타입 코일철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제품’에 대한 기대보다 ‘가격’에 초점을 맞춰왔다. 제품의 경쟁력만 따지자면, ‘와일드 타입보다 컴팩트 타입(동국∙대한)의 코일철근이 월등하다’는 평가에 이견이 없다. 즉, ‘와일드 타입 코일철근의 열위를 감수할 만큼 저가의 매력을 갖추느냐’가 포스코 코일철근의 선택 기준인 셈이다.

포스코는 코일철근 판매를 위해 ‘유통가격 연동’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철근 유통가격의 최근 한달평균+2만원 안팎의 엑스트라를 적용하는 식이다. 급격한 시황악화로 8월 초 현재 철근 유통가격이 기준가격을 7만원~8만원이나 밑도는 구조를 감안하면, 포스코 코일철근의 가격체계는 상당히 파격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적극적인 구매의사를 타진해오던 가공업체들의 반응은 의외로 미지근하다. 유통가격 연동체계의 표면적인 체감으로만으로는 가치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비슷한 스펙의 제품이라면 가격적인 매력만 따지면 되겠지만, 제품의 효용이 크게 다른 조건에서는 저울질이 간단치 않다. 

먼저 꼽는 문제가, 여전한 ‘적자구조’다. 직선철근을 원철로 지급받은 가공장의 경우, 코일철근 구매를 위해서는 직선철근을 판매해서 구매자금을 충당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가공장 철근이 시중 유통물량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을 고려하면, ‘싸게 팔고 비싸게 사는’ 적자구조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가공장이 직선철근을 유통 시세보다 2만원 낮은 가격에 팔고, 포스코 코일철근을 시중가격에 2만원의 웃돈을 주고 구매한다면, 코일철근 구매를 위해 톤당 4만원의 손해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표면적인 가격조건은 기존 컴팩트 타입 코일철근에 비해 적극적이다. 하지만 최종 구매선택을 위해서는, 단순 가격비교 외에도 제품의 효용성까지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전용설비로 생산된 컴팩트 타입 코일철근과의 기본적인 품질비교를 떠나서도, ▲연속작업 효율 ▲잦은 코일 교체 부담 ▲적재공간 부담 ▲가공수주와의 연계성 등 가공장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코일철근을 사용하는 가장 큰 목적은 연속가공의 효율성이다. 연속가공과 가장 밀접한 코일철근의 중량(=길이)을 기준으로 볼 때, 기존 컴팩트 타입의 코일철근은 톤당 3.5톤인데 비해 와일드 타입(포스코)의 코일철근은 1.9톤에 불과하다. 컴팩트-와일드 타입 코일철근의 가공 생산성은 ‘적게는 20% 안팎, 많게는 30%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는 게 가공현장의 평가다. 
 

시장의 우려도 물량보다 가격…'시장 교란' 걱정 

포스코 코일철근에 대한 우려는 물량보다 가격의 교란이다. 시장 수요처들의 관심이 제품의 경쟁력보다 가격에 집중됐던 것과 마찬가지다.

철근 시장은 본격적인 수요침체 구간에 들어서 있다. 지금처럼 극한 수요공백 상황에서는, 아주 작은 거래물량이 전체시장의 가격을 흔들 수 있다. 대세 없는 대세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포스코의 코일철근도 수량과 상관없이 기존 코일철근은 물론, 직선철근의 가격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포스코 코일철근에 기대를 보여온 수요처의 상당수는, ‘(포스코의 코일철근에 대한 관심보다)포스코가 기존 철근 시장의 판을 흔들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음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극단의 시나리오로 나눠 볼 수 있다.

포스코의 코일철근이 수요처의 호응을 얻어 기존 철근 시장을 대체할수록, 가공장은 더 많은  직선철근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고, 제강사는 철근 생산과 판매의 압박을 받게 된다. 가공장 철근의 시장교란 문제를 줄이기 위해 '가공 로스 현금화' 합의를 이끌어 냈던 노력 또한 퇴색된다. 반대로 포스코 코일철근이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할 경우, 산업 트렌드를 역행한 ‘시장 교란종’이라는 오명을 남기는 동시에 포스코 내부에서도 오갈 곳 없는 처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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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2023-08-18 06:58:50
졔강사가 막대한 돈을 무기로 골목상권인 가공시장에 진출했을때, 그때도 부도난 가공장들이 많았지?
아마도..
왜 포스코라는 거대기업이 오니, 이제사 그때 가공장들의 심정을 느끼는지?
뿌린대로 거두리라..

박** 2023-08-04 10:50:39
국내 자동차시장을 현기차가 독점을 하니,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가격이 비싸니, 수입차가 많이 들어오고.......
현기차의 해외에서의 가격이 국내가격보다 비싸지 않지..........
잡아 놓은 고기라고 생각하지.. 아마도
국내 소비자는 봉이야~~~~~

박** 2023-08-04 10:18:36
포스코라는 메기를.....메기효과 ??
시장에 다양성과 활기를
소비자에게는 더 나은 선택과 시장의 발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