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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②] 위기의 철근 가공산업 진단 –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신주열 이사장
[특별대담②] 위기의 철근 가공산업 진단 –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신주열 이사장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3.11.08 0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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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기 원철 공급만으로도, 가공장 철근 판매 부작용 줄 것
표준단가, 합리적·안정적 임가공 요건으로 공감해 달라
포스코 코일철근, 공급여건 개선됐지만 거래혼선 부담
협업 시너지로 불황 극복, 소통으로 거래 효율 높여야

충청에 이어 영남, 수도권 대응거점인 중부까지 가공업체들의 부도∙폐업 소식이 철근 시장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막연하게 느끼던 불황의 공포를 현실로 마주하면서 위기감의 차원이 달라졌다. 걷잡을 수 없는 연쇄폭발로 번지기 전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다.

철근 가공은 건설과 제강, 유통 등 다양한 거래주체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강 건너 불 구경이 어렵다. 취약한 거래구조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철근 가공시장을 진단하는 대담을 진행했다.


Q> ‘가공장의 철근 판매가 유통시장의 가격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가. 


A> 가공업계 입장에서는, 과장 되거나 호도된 시각이라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상적인 임가공 거래에서 발생되는 잔여철근의 일부가 유통시장에 처분되는 것으로, 철근 유통시장의 시세가 좌우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철근 가공업체들의 생계를 다시 곱씹어 봅시다. 가공장들이 수주하는 임가공 단가만으로는 가공장의 운영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보통은 로스분 3%에서 남는 일부 원철이나 철스크랩으로 창출되는 부가가치까지 감안해서 현재의 가공단가를 책정합니다.

일단, 임가공 원철이 적기에 공급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본래 가공 철근의 납품량과 일정에 따라 원철공급이 이뤄지는 게 기본인데, 원청이나 발주처의 상황에 따라 원철 공급이 들쑥날쑥하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 년도의 상황을 예로 들자면, 수요가 많은 성수기에는 가공 원철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고, 비수기에 몰아서 채워지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성수기에는 부족한 원철을 메우기 위해 자체 보유재고를 투입하거나 시장에서 원철을 구매하느라 손해를 보고, 재고가 넘쳐나는 비수기에는 과도하게 많은 재고를 퍼내야 하는 구조 탓에 이중삼중의 손해가 발생됩니다. 수요가 없는 비수기에 안 팔리는 철근을 소진하려 하니, 저가판매 요구에 끌려가기 쉽고, 철근 가공장들이 저가판매를 주도한다는 오명까지 떠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 다른 성격의 문제도 있습니다. 

복잡가공으로 인한 코일철근 수요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건설사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복잡가공을 크게 늘렸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공장에 떠넘겨 지게 됩니다. 복잡가공의 납기를 맞추기 위해 가공장은 코일철근 사용이 필수적이고, 웃돈을 얹어 코일철근을 구매하기 위해 직선철근을 팔아 현금화 해야 하는 형편이죠. 단순한 계산으로 보면, 가공장의 코일철근 수요량 만큼 직선철근을 내다 팔아야 하는 셈이고, 가공장은 코일철근 구매로 인한 손실을 떠안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에서, SD500∙600과 내진(S) 등 다양한 강종의 철근 엑스트라를 판매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시중 유통가격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주열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이사장

Q> 철근 가공조합은 ‘2024년도 가공단가 적용지침’을 인상 발표했다. 저가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공시장의 흐름을 역행하는 게 아닌가?


A> 철근 가공조합은 매년 인건비를 비롯한 임가공 원가의 변동분을 산출해 표준단가에 반영합니다. 우리 철근 가공업계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권장단가인 셈이죠. 하지만 하도급 구조의 철근 임가공 시장에서, ‘표준단가’와 ‘시장단가’의 괴리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어느 시장이나 기준가격의 개념은 필요합니다. 가공업계가 발표하는 표준단가를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임가공 거래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으로 공감해줬으면 합니다. 철근 가공시장에서 표준단가 대비 시중단가의 하회폭이 늘어날수록, 가공시장의 거래부실 리스크도 커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사실이 그렇습니다. 무리한 저가수주에 나서는 가공장들은 정상적인 운영보다 당장 급한 불을 끄거나 연명을 위한 고육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무리한 저가발주 물량의 사고 위험성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Q> 올해 철근 가공시장에서 포스코 코일철근의 진입은 큰 이슈였다. 가공업계의 평가는 어떠 한가.


A> 코일철근이 국내 가공산업에 도입된 지, 12년 가량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철근 가공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코일철근의 수급과 가격 정책, 관련 설비의 운영 등 부담이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코일철근의 높은 생산성을 기반으로 건설사들의 복잡가공이 무분별하게 확대된 것도 의도치 않은 부작용으로 꼽을 수도 있겠네요. 

코일철근 구매에 부담을 떠안아 온 가공업계 입장에서는, 포스코 코일철근의 상품성에 대한 평가보다 ‘새로운 공급주체의 진입’이라는 측면에 긍정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포스코가 진입하면서 기존 코일철근의 ‘공급’과 ‘가격’ 정책이 친화적으로 바뀐 것은 고무적인 변화라 생각합니다. 

걱정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코일철근의 신규 공급주체가 합류하면서 철근 가공시장의 거래에서도 의도치 않은 혼선과 교란이 일어나는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코일철근의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유통시장으로 흘러나오는 직선철근(=바터)의 수량도 많아지는 풍선효과 또한 전체 철근 시장에 부담이 되는 문제입니다.  


Q> 2024년은 철근과 건설 시장 전반에 혹독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관련업계와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힘든 시장일수록 협업의 시너지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건설사와 제강사, 가공사는 협업의 생태계 안에서 서로의 역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설산업에서는 외주화 트렌드가 강한 상황이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철근 임가공’입니다.

그동안의 가공 시장에서 간과했던 문제가 거래의 리스크입니다. 저가경쟁을 부추기던 임가공 발주가 결국 부실의 결과로 이어지고, 막대한 피해가 발주처와 원청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생각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취약했던 2차 가공장의 부실이 조만간 1차 가공장으로 확산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원청인 건설사와 발주처인 제강사 또한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겪게 될 것입니다.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건설사-제강사-가공사 등 거래주체간 상시적이고 적극적인 소통으로 거래효율을 높이고, 합리적인 협업의 기반을 견고하게 구축해야 선순환 시너지가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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