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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①] 포스코의 코일철근 시장 진출은…? - 수급편
[분석①] 포스코의 코일철근 시장 진출은…? - 수급편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3.08.03 04:5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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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철강기업 포스코가 코일철근 시장에 야심찬 출사표를 던진다. 하지만 극심한 수요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철근 업계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글로벌 철강 대기업 포스코가 철근 시장, 그것도 연간 50만톤 남짓의 코일철근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대내외적으로 어떤 명분과 실리가 있겠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물러설 수 없는 포스코 역시 불청객의 오명을 벗고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서로의 긴장감이 높다. 

 

포스코의 코일철근 진입, 따가운 시선의 이유는?

비교불가 거대기업의 합류가 달가울 산업은 없다. 그것도 무려 포스코다. 국내 철강산업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메이커가 출혈 경쟁을 벌여온 철근 시장의 과거와, 깊이를 알 수 없는 불황의 현실을 떠올리면, 큰 공포일 수 밖에 없다.

포스코라는 위압감 때문만은 아니다. 철근에 주력해온 기존 제강사들의 입장에서는, ‘포스코가 철근 시장 진출에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을지’에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가 철근 전용 설비의 신규 투자가 아닌, 선재 유휴설비의 활용방안을 찾는 자구책으로 코일철근을 떠올렸다는 점에 서다. 스스로 노후설비를 폐쇄하고 최적 생산으로 활로를 찾아오던 철근 업계 입장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과잉능력의 폭탄을 애꿎은 철근 시장으로 돌렸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법 하다.

포스코는 올해 5월 하순에 철근(SD400·500,D10·13) 생산을 위한 KS 인증을 취득한 상태다.

'좋지 않은 시점'도 거부감을 키웠다. 포스코의 코일철근 시장조사가 포착된 것은 지난해 여름 쯤이다. 즉, 수급대란과 가격폭등이 연출됐던 2021년의 철근 시장을 보고 코일철근 진출 검토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하반기부터 철근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구간에 진입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가장 좋은 시장을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를 가장 안 좋은 시장에 실행하는 셈이다.

최근 년도 탄소중립 화두로 고로(포스코)가 철스크랩 투입량을 크게 늘린 것이, 결과적으로 국내 철스크랩 가격 급등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렇게 해서 생산한 철근을 다시 전기로 산업의 시장에 판매하는 메커니즘을 떠올리면, 철근 업계 입장에서는 두 번 세 번 불편한 일이다.
 

코일철근, 특화시장에서 최악의 레드오션 될지도…

■ 시장은 작고 공급능력은 넘치는 코일철근

포스코는 포항공장에 보유한 선재 생산라인 4기 가운데, 일단 1기(1선재)를 코일철근 생산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1선재라인의 연간 생산능력은 70만톤(월 5.8만톤)이지만, 진입 초기에는 월 3,000여톤의 코일철근 생산∙판매 규모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철근 가격을 기준으로, 월 30억원 미만의 매출이 예측된다. 

코일철근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코일철근의 시장수요보다 생산능력이 2배에 달하는 극심한 불균형 구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공급과잉 산업으로 지목되는 철근에서, 훨씬 심각한 공급과잉 영역이 코일철근이다. 경쟁심 강한 철근 제강사들이 비용을 떠나 코일철근 투자에 나서지 않는 이유를 알 법하다.

2022년도 기준, 국내 철근 생산능력은 1,189만톤 규모로 파악된다. 같은 시점의 철근 수요는 1,029만톤(내수판매 967만톤∙수입 62만톤)으로 생산능력의 86.5%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국내 코일철근 생산능력은 컴팩트 타입의 대한제강(45만톤)과 동국제강(55만톤)만 합해도 연간 100만톤. 여기에 선재 생산기반에서 코일철근(와일드 타입)을 병행 생산하는 제이스코홀딩스의 생산능력은 연간 36만톤의 압연설비 가운데 약 10%. 연간 4만톤 정도로 추정된다. 

같은 2022년의 국내 코일철근 수요는 50만톤~60만톤 규모로 추산된다. 국내 코일철근 생산능력을 연간 104만톤으로 볼 때, 생산능력의 52.9%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본지가 추산한 역대 최대 코일철근 수요는 2017년의 66만톤 규모다. 철근 수요침체가 본격화된 올해의 경우는 코일철근 수요가 50만톤을 밑돌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코가 공격적인 판매정책으로 코일철근 수요를 창출한다 해도, 시장의 특성상 확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제로섬 감안하면, 전체 철근 시장의 수급변수 

포스코 코일철근의 수급 변수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코일철근 시장의 특성을 자세히 이해해야 한다. 

코일철근은 연속적인 가공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철근을 실타래처럼 감아 놓은 형태다. 목적이 분명한 코일철근은 사실상 전량이 관련설비를 갖춘 공장형 철근가공에 사용되며, 코일철근의 대부분이 가공발주의 지급자재 성격으로 공급된다. 즉, 직선철근처럼 불특정 다수가 사고 파는 유통 수요는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지급자재 위주의 턴키시장에서, 포스코 코일철근이 단순 유통판매 방식으로 틈새시장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의 진입에 따른 수급변수는 비단 코일철근에 국한되지 않는다. 포스코가 코일철근을 많이 판매할수록, 포스코 코일철근을 사서 쓰는 가공업계는 그만큼 많은 직선철근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코일철근을 생산하는 기존 철근 메이커 뿐만 아니라 여타 메이커들의 철근 판매에도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제로섬의 시장논리를 떠올려 보자. 포스코 코일철근의 신규 공급은 전체 철근 시장의 수급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그 부담을 모든 공급자가 나눠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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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2023-08-04 08:28:52
항상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면, 기존의 player는 좋아하지 않지?
현대제철이 강원산업, 한보철강을 인수할때....누구 하나 좋아하지 않았지?
한국철강이 환영철강을 인수할때 .....쌍수를 들고 반기지 않았지?
동국제강이 코일철근을 생산할때.....기존 공장들이 싫어했지...아마
한국특강이 철근을 생산할때...기존 생산자들은 아주 아주 싫어했지
이제,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가 코일철근을 생산,공급한다는데 ......
시장과 소비자는 열렬히 환영하고 반기는데,
철근시장이 공급과잉이라고 하네......그럼, 일본처럼 야간생산을 하면 되겠네......
내것은 버리기 싫고, 남들이 버리길 바라네..... 놀부심보네
현대제철, 동국제강, 한국철강, 한국특강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의사결정을 했을까?

장** 2023-08-03 09:45:58
슈퍼 을에게는 간만에 굿~~~~~뉴스..
좋아요

장** 2023-08-03 08:15:47
철근을 만들다, 형강도 만들고
봉강을 만들다, 철근도 만들고
형강을 만들다, 철근도 만들고
철근을 만들다, 열연,냉연제품도 만들거지..
왜, 돈이 되니까,
소비자는 환영합네다..열렬히...
좋아요

장** 2023-08-03 08:10:07
22만 건설산업 종사자들은 선택지가 늘어서 좋아..
아주 좋아..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철근 때문에...
국내, 세계 일류 기업 포스코...

장** 2023-08-03 07:57:13
옥션의 법칙
내로남불
안하무인의
철근 시장에 진정한 글로벌 맏형
연렬히 환영합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