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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②] "위기의 철근 시장을 논하다"…동국제강 봉강영업담당 이윤노 이사
[특별대담②] "위기의 철근 시장을 논하다"…동국제강 봉강영업담당 이윤노 이사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4.02.20 0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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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수급불균형 탈출 위해 특단의 최적화 정책 처방 필요
실수요-유통의 하락 시너지...유통 예측판매 책임 자성 해야
유통 마감가 고시제, 예측판매 악순환 끊기 위한 최소한 요건
구성원 각자 명확한 방향성과 역할로 시장의 혼선 줄여가야

철근 시장이 가늠하기 힘든 불황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각자의 위기감은 높아졌지만, 불황에 맞서는 시선은 막연하다. 날카롭게 현실을 통찰하기보다, 무기력하게 방관하는 공포로 느껴지는 게 솔직한 공감이다. 

생존의 활로를 찾기 위해 모두가 동분서주하는 요즘. 동국제강의 행보가 각별한 시선으로 와닿는다. 근본적인 생산체계의 변화를 선언한 야간조업, 매달 유통향 판매단가를 선고지 하는 마감가격 고시제 도입 등 불황과 맞서는 정면승부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동국제강의 베테랑 마케터였던 이윤노 이사(現. 봉강영업담당)와 위기의 철근 시장을 논했다.[편집자 주]

Q> 수급불균형과 가격붕괴 등 철근 시장이 극단화 되는 문제를 보이고 있다. 철근 업계가 새로운 수급균형을 찾아가는 정책적인 결단도 필요해 보인다.
  
A>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논리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습니다. 철근 시장의 가격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그에 따라 제강사와 유통점의 수익구조가 위협을 받게 된 것도, 결국 수급불균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봅니다. 

최적 생산∙최적 판매를 의도적인 공급량 조절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하지만 철근 제강사 뿐만 아니라 어느 생산자도 팔지 못할 물건을 생산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최근 철근 시장의 신규 설비 진입과 수요 급감의 악재가 맞물리면서, 누구도 의도치 않은 왜곡의 진통을 겪고 있지만, 이 또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전보다 적극적인 정책변화가 필요합니다. 철근 시장이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수요감소와 신규 설비 진입의 변수를 마주한 것처럼, 시장의 보유재고 또한 품귀를 경험했던 2021년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없습니다. 즉, 극단적인 수급불균형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자가 특단의 최적화 처방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동국제강 봉강영업담당 이윤노 이사
동국제강 봉강영업담당 이윤노 이사

동국제강은 ‘야간조업’이라는 정책적인 승부수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전에 없던 불황에서 과거와 같은 최적화 정책으로는 수급균형의 효과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수급불균형의 부담이 큰 계절 비수기 동안 야간조업을 통해 감산효과를 최대한 집중시킨 것이죠. 비가동의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것 또한 향후 최적화 정책의 중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야간조업의 빠른 결단 덕분에, 동국제강은 동절기 수요감소에도 재고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의도치 않은 재고 급증을 막은 덕분에, 보유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영업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점이 야간조업의 승부수로 이끌어낸 효능감 이었습니다. 
 

Q> 철근 가격구조의 문제를 따로 짚어봐야 할 것 같다. 과거 +8만원의 이원화 체계가 소멸되고 기준가격을 10만원 이상 밑돌게 된 가격붕괴의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A> 가격붕괴의 근본적인 원인은 앞서 말씀드린 수급불균형이지만, 거래구조의 변화도 중요한 문제로 봅니다. 전체 철근 시장에서 유통 거래의 비중이 감소하면서 경영실적이 악화된 유통점들이 많아진 것이죠. 경영실적 악화로 무리한 저가판매에 나서는 유통점, 판매량 감소를 이유로 저가판매를 용인하고 있는 제강사. 모두가 현재의 가격체계 붕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철근 수요의 한계 속에서 그저 싸게 팔아 매출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국내 철근 시장을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갈 뿐입니다. 달라진 수요환경에 따라 철근 유통시장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강사 또한 건전한 공급자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 봐야 할 것입니다. 

실수요와 유통 가격의 하락 시너지가 커진 것도 문제입니다. 

문제의 출발점은 유통시장의 무분별한 예측판매입니다. 유통업체간 경쟁적인 예측판매가 반복되면서 시장가격이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무너졌고, 실수요향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유통시장에서 밑도 끝도 없는 최저가가 만들어지고, 그 유통 최저가를 빌미로 실수요 시장이 저가거래에 못을 박는 악순환의 시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예측판매를 부추기는 제강사의 책임도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철근 수요예측에 실패한 제강사들이 자사의 판매목표 달성을 위해 월말 밀어내기 등에 나서면서 유통업체에게 판매부담을 떠넘기는 구시대적 발상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로스 철근을 저가로 재판매하는 가공업체 ▲판매량 감소를 예측판매로 대응하고 있는 유통업체 ▲수요예측 실패의 짐을 유통시장에 부담시키고 있는 제강사 등 모두의 정책실패가 겹쳐지면서 철근 시장의 불균형 상태를 불러온 것입니다. 

이를 통해 왜곡된 유통가격을 기준으로 실수요향 가공 턴키 거래가 결정될 경우, 철근 시장의 정상화 또한 늦춰질 수 밖에 없습니다. 유통 시장의 가격은 즉시현금 조건의 스팟성 거래가 주도하는 것과 달리, 가공 턴키 실수요의 경우 길게는 2년 이상도 지속되는 거래인만큼 향후 가격회복에도 큰 저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수요와 유통 시장은 각각의 성격과 지향점이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가공 턴키 실수요는 장기간의 안정적인 공급을 전제로 ‘기준가’라는 합의된 가격 결정구조 하에 존재한다는 것에 이해관계자 모두의 컨센서스가 필요합니다. 왜곡된 유통시장의 흐름에 휩쓸려 가공 턴키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공급처인 철근업계는 물론 수요처인 건설업계도 심각한 거래차질의 위기를 자초할 것이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Q>동국제강은 ‘유통향 마감가격 고시제’를 발표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가격정책과 어떻게 다른 것이며, 향후 운영계획을 듣고 싶다.

A>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유통향 마감가격 고시제는 철근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가격, 월말까지 가려진 할인폭 속에서, 유통점들이 예측판매의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는 문제가 크다고 봤습니다. 이에, 최소한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고자 시행된 정책이 바로 마감가격 고시제입니다.

매 월말에 다음 달의 마감가격이 정확하게 고시됨에 따라, 유통점들은 예측판매의 어려움을 제거할 수 있고, 제강사는 원가 이하 판매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처음 시행되는 만큼 시장의 혼선이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며, 특히 철근 기준가격과의 관계가 가장 고민스러운 지점입니다. 동국제강은 유통점은 물론 가공 턴키 철근을 납품 받는 건설업체 중 어느 쪽에도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철근 시황과 기준가격의 변동 흐름을 고려해 유통향 마감가격 고시제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유통향 마감가격 고시제의 1차적인 목표는 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판매가격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익월 마감가격 고시시점을 앞당기거나, 시장참여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 결정기준을 마련하는 등 세부 운영방안들을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Q> 철근 시장의 문제를 공감하는 동종업계나 수요업계에 하고 싶은 말씀은?

A> 철근 시장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설명하다 보니, 문제점만 늘어 놓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내 철근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동국제강의 봉강담당임원으로서, 철근 시장이 직면한 문제와 이를 정상화하는 역할 모두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 구성원 각자가 정책적인 방향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명확한 방향성과 역할로 시장의 혼선을 줄여가다 보면, 정상화의 성과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고단한 정상화의 과정을 거친 이후에, 국내 철근 시장은 이전보다 건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리라 믿습니다. 정상화의 진통을 최소화하고 그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동국제강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필요한 역할들을 스스로 찾아 가도록 하겠습니다.

철근 시장에서 바라보는 제강사의 역할은 비단 저렴한 제품의 공급만은 아닐 것입니다. 동국제강을 포함한 철근 제강사들은 원활한 수급과 우수한 품질의 제품생산을 포함해, 국내 건설시장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철근시장은 물론 수요산업의 발전에 힘쓰는 동국제강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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