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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철근 가공 생존 화두 점검②…코일철근
[초점] 철근 가공 생존 화두 점검②…코일철근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4.03.12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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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일철근 활용가치 크게 넘어서는 비용 부담 '감당불가'
울며 겨자 먹기 판매에, 유통시장 교란 주범 낙인까지...
임가공 구조에서 가공업계 홀로 감당할 수준 넘어서
협업 주체들, 합리적인 해법 찾기 위해 머리 맞대야

경기침체 한파에 신음하는 철근 가공시장이 생존 화두에 주목하고 있다. 오랜 시간 미뤄온 거래 합리화의 숙제가 철근 가공 턴키 시장의 구성원 모두에게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근 실수요 시장의 가공 턴키 거래는 거스를 수 없는 붙박이 트렌드로 굳어졌다. 건설사와 제강사, 가공사 등 관련 구성원들 또한 대세를 거스르기 보다 ‘합리적인 최적화의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는 공감이 많다. 그것이 결국, 모두에게 절실한 불황극복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인식도 늘어나고 있다.

철근 가공 턴키 시장의 공생공사 키워드로 부상한 ‘로스 현금화’와 ‘코일철근’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다.

 

철근 가공 살리는 코일철근, 철근 가공 죽이는 코일철근

철근 가공업계가 생사를 가를 관건으로 코일철근을 꼽고 있다. 코일철근이 철근 가공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당장의 생계에 가장 크게 체감되는 요소라는 뜻이다.

코일철근은 2010년 대 가공 턴키 시장과 함께 성장하면서 공장가공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철근 실수요에서 가공 턴키 거래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만큼, 코일철근 역시 철근 가공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소재로 자리 잡았다.

■ 가공업계 두 번 울리는 코일철근, 왜?! 

코일철근의 조달부담이 코일철근의 활용가치를 훨씬 넘어서게 된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다. 

철근 가공업체들은 지급자재로 받은 직선철근의 일부를 판매한 돈에 일정금액의 웃돈을 더해 코일철근을 구매한다. 하지만 시중 직선철근 가격이 급락한 탓에, [직선철근 판매단가 ↔ 코일철근 구매단가]의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진 것이다. 해당 초과금액이 코일철근을 사용해서 얻는 생산성과 효율성의 가치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심지어 철근 가공단가를 크게 넘어서는 경우도 발생할 정도다.  

일반과 내진 등 강종과 사이즈 등 발주처로 지급받는 철근의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가공업계의 자재 관리와 운영의 부담도 크게 늘었다. 특히, 부족한 원철을 별도 구매하는 경우에는 아찔한 금액을 손해로 떠안아야 한다. 

코일철근도 마찬가지다. 코일철근 구매를 위해 판매되는 가공장 철근은 강종과 사이즈 엑스트라를 무시한 채 판매되고, 코일철근 구매에서는 온전한 엑스트라를 다 치르고 사야 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철근 가공업체가 떠안게 되는 손실에 현기증이 날 정도라는 하소연이다. 

직선철근을 팔아 코일철근을 사는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손해를 떠안게 돼 한번 울고, 울며 겨자 먹기식 저가판매 때문에 유통 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라는 낙인까지 찍혀 두 번 울게 되는 실정이다. ‘생업을 포기할 만큼 큰 손실을 떠안는 형편인데, 잔여 철근을 싸게 팔고 싶은 가공장이 어디 있겠냐’는 반문에 답답한 속사정을 공감할 만하다.

■ "그렇게 부담스러우면, 코일철근을 안 쓰면 될 것 아닌가?!"

실제, 코일철근의 구매부담 때문에 관련설비를 내다 파는 가공업체들이 크게 늘었다. 시황악화로 일감이 줄어든 가공설비 업체들이 코일철근 설비의 수출에 매달리는 것도, 철근 가공산업의 씁쓸한 현주소다. 

하지만 대다수의 철근 가공업체들은 여전히 코일철근을 내려 놓지 못하고 있다. 

철근 가공산업은 ‘노동집약’과 ‘장치산업’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어, 고정비 부담이 큰 데다 시황변화에 따라 탄력적인 운영도 어렵다. 이처럼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설비 자동화이고, 그 핵심소재가 코일철근이다. 자본력이 약한 철근 가공업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투자한 자동화 설비를 포기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한번 매각한 설비를 다시 재투자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급격한 인건비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중대재해처벌법 등 인력 운영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설현장의 △단납기 △다품종∙소량 가공 △복잡가공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코일철근과 자동화 설비를 포기할 수 없는 속사정이 오히려 커졌다.

코일철근은 단순히 철근 가공의 효율성을 높이는 소재라기 보다, 건설시장의 수요 트렌드, 가공산업의 열악한 여건, 시대적∙사회적 화두 등과 강하게 맞물려 있다.

■ "코일철근 문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지급자재를 임가공 하는 거래구조에서 코일철근의 문제를 가공업계 홀로 오롯이 감당하고 해결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즉, 건설사와 제강사 등 관련업계가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임가공 구조의 철근 가공시장을 고려하면, 코일철근 또한 지급자재로 공급하는 것이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해법이다. 건설사(원청)와 제강사(발주처)가 가공 턴키 철근 거래에서 코일철근을 지급자재 구성에 포함시키는 합의를 통해 가능하다. 단납기와 복잡가공 등 코일철근을 통해 얻어지는 효율성의 수혜가 결국 건설사에 돌려지는 것을 감안하면, 머리를 맞댈 이유가 충분하다는 게 가공업계의 입장이다. 

과도하게 복잡해진 철근 가공과 비효율적인 가공 설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종 제강사간 적극적인 협업도 대안이다. 코일철근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제강사와 여타 제강사가 합리적인 공유의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불황의 위기에서 과잉 공급능력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코일철근의 문턱을 낮추고 중복설비의 가동을 최소화하는 공존의 지혜로 주목된다. 포스코 등 추가적인 생산능력의 진입으로 공급과잉의 확대를 막는 의미도 있다. 필수소재가 된 코일철근의 니즈를 외면하기 보다, 적극적인 해법을 찾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코일철근을 지급자재로 전환하는 것 이외의 보완책도 있다. 건설사들이 철근 가공 도면의 설계를 단순화해 가공 철근의 ‘표준화’를 이뤄내는 방안이다. 단순 가공이 주류를 이루던 과거의 철근 가공시장에서 만들어진 ‘단납기’ 조건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 또한 효과적인 보완책이다.  

이를 통해, 철근 가공업계는 코일철근 관련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 건설사들은 철근 가공품의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하는 동시에, 공사현장에서의 조립비용을 절감하고 시공능률을 높이는 효과에서 설득력을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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