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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③]논란의 중심에 선 포스코, 코일철근 양산…'갑론을박'
[특집③]논란의 중심에 선 포스코, 코일철근 양산…'갑론을박'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3.02.24 10: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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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장, 기존 코일철근 선호 압도적...구매부담 문제
코일-직선 가격차 과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현실
코일→직선 역행 움직임까지...자동화에도 걸림돌
구조적 문제 해소, 거래 최적화...최선 방어책 지목

포스코의 코일철근 양산 이슈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물밑으로 진행되던 양산 검토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최대 철강기업 포스코의 철근시장 진출을 두고 진위와 타당성에 대한 공방이 뜨겁다.

질문공세를 받은 포스코 측은 소문을 부인하지 않았다. ‘유휴 선재설비를 활용한 코일철근 양산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직 포스코 내부적으로 코일철근 양산에 대한 찬반이 충돌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지만, 포스코의 행보는 적극적이다. 

2월 하순에도, 코일철근 수요처인 가공업체에 이어 철근 제강사를 접촉하는 등 시장의 니즈와 협업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바짝 다가선 포스코 코일철근 양산 이슈가 철근 업계의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국내 코일철근 공급능력은 현 시점에도 시장수요의 두 배를 넘어선다. 그럼에도, 수요업계가 포스코의 코일철근 진입 소식에 기대를 보이는 이유를 들여 다 볼 필요가 있다. 다다익선처럼, ‘공급처는 많을수록 좋고 가격은 쌀수록 좋다’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철근 시장진입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동종 제강사들도, 코일철근 이슈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는 것 또한 같은 감정선으로 볼 수 있다. 

■ 코일철근 “기존 제품이 좋긴 한데...”

일선에서 코일철근을 직접 사용하는 철근 가공업계는, 두 말할 것이 없이 ‘기존 컴팩트 타입의 코일철근을 선호한다’는 입장이다. 컴팩트 타입 코일철근의 복원력 문제 또한 초창기와 달리, ▲코일철근 품질 개선 ▲관련 설비 보완 ▲가공노하우 등으로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다는 평가다. 

코일철근의 사용 목적인 △생산성(연속작업) △로스절감 △공간활용성 △거래연계성 등 기존 컴팩트 타입의 장점이 와일드 타입을 압도한다는 평가 또한 이견을 찾기 힘들다. 더욱이 10년 이상 국내 코일철근 시장이 컴팩트 타입에 최적화된 기반을 구축한 상태다. 추가적인 설비개조 비용까지 필요한 와일드 타입 코일철근으로 돌아서거나 혼용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와일드 타입 코일철근의 문제가 더 부각된다. 와일드 타입 코일철근의 경우, 교정성이 떨어지거나 리브가 틀어지는 현상 탓에 특정 절단기만 사용하는 등의 문제가 지적된다. 이 때문에 와일드 타입 코일철근의 품질 문제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철근의 리브(rib)를 뱀부(bamboo)→피시본(fishbone)으로 바꾸는 해법이 제시돼 왔다. 선재 생산기반의 포스코 코일철근이 피시본 타입으로 생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보수적인 건설현장이 피시본 타입의 생소한 철근에 거부감을 갖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도 흘러 나오고 있다.  

■ 코일철근, 효용성 뛰어 넘는 구매부담 문제

‘제품 자체의 경쟁력’과 ‘활용기반’ 모두 기존 컴팩트 타입 코일철근에 대한 선호가 압도적임에도, 수요업계가 포스코의 코일철근 진입에 기대를 보이는 것은, 기존 코일철근의 조달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철근 가공업계나 동종 제강사들도, ‘코일철근 생산기반을 보유한 제강사가 거래의 변별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을 투입하고 생산안정화의 시행착오 부담도 컸던 만큼, 철근 거래의 변별력을 갖거나 높은 생산원가에 상응한 판매가격(엑스트라)의 책정은 납득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코일철근의 구매부담이 수요업계가 사용을 줄이거나 활용자체를 포기할 만큼 크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코일철근 시장의 성장성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생산기반의 경제성까지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포스코와 같은 제 3의 코일철근 공급주체가 진입하는 명분과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종 제강사들의 코일철근 설비투자 역시 끊이지 않는 위협으로 반복될 수 있다. 

■ 배보다 배꼽이 큰 현실…코일→직선 역행 “왜?”

기존 코일철근 생산업체인 동국제강이나 대한제강의 판매정책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최근 년도 들어 ‘공급’과 ‘가격’ 등 전반의 판매정책이 강화된 것은 공통적인 추세로 평가된다. 코일철근 기반을 활용한 거래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수익성 위주 판매기조에 맞춰 ‘제값 받기’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동종 제강사와의 스왑(swap) 거래가 줄어든 것도 함께 지적되는 문제다. 

직접적인 문제는, 직선철근과 코일철근의 가격차이가 과도하게 벌어진 구조다. 가공업체들은 ‘코일철근을 직접구매 하고, 지급자재로 받은 직선철근은 시장에 팔아야 하는’ 거래구조가 많다. 코일철근(구매)↔직선철근(판매)의 가격차가 클수록 코일철근에 대한 구매부담이 커지고, 그로 인해 코일철근을 써야 할 이유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공업체가 코일철근(SD400∙10mm)을 106만3,000원에 사고 직선철근을 93만원에 팔았다면 톤당 13만3,000원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 철근 가공단가를 6만원(운송비 포함)으로 볼 때, 두 배 이상의 구매손실이 코일철근 구매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SD500 코일철근의 강종 엑스트라까지 감안하면, 가격차는 더 커진다. 

현재 코일철근 판매에 적용되고 있는 개별 할인을 감안하면, 실질 가격차(코일-직선)는 일정폭 줄어든다. 그렇더라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조의 문제는 여전하다. 코일철근의 가격정책과 별개로, 직선철근 유통가격이 너무 급격하게 무너진 것도 코일-직선 가격차가 확대된 이유임을 빼놓을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일철근을 사용해오던 가공업계가 사용을 줄이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물량공급이 원활하더라도, 코일철근 구매손실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졌다’는 입장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코일철근 사용을 줄이지 못하는 경우는, ▲코로나19 이후 극심한 가공인력난 ▲공사현장 납품차질(납기부족) ▲매몰된 설비투자 비용에 대한 갈등 때문이다. 

가공업체 상당수는 코일철근의 사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효용성이 낮은 코일철근 절단기 사용을 중단하거나 매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산성 저하를 감수하더라도, 차라리 직선철근을 사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철근 가공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기반구축이 시급한 숙제다. 인력사용을 줄이고 탄력적인 생산능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팩토리. 즉 설비자동화가 대안으로 주목된다. 가공로봇 등 생산라인의 자동화를 위해서도 코일철근은 필수소재다. 하지만 코일철근에 대한 구매부담이 가공라인 자동화의 걸림돌이 되는 동시에, 코일→직선으로 역행하는 문제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 코일철근, 구조적 문제 푸는 최적화 ‘최선의 방어’

포스코의 코일철근 양산 이슈는, 그 자체로 화제성이 크다. 이를 계기로, ‘기존 코일철근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최적화하는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코일철근의 거래부담 때문에, 대안의 갈증이 커지고, 그것이 포스코가 코일철근을 검토하는 설득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 나은 제품의 ‘생산기반’과 ‘가공기반’을 두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체재를 찾아 나서는 시장의 불합리를 곱씹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급과잉 부담이 큰 철근 산업에서 중복투자를 막고 시장교란 요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공급처와 수요처가 견고한 거래기반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교란 주체에 진입의 빌미나 빈틈을 내어주지 않는 것이다. ‘기존 코일철근의 가격정책을 시장의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고,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같은 이유다. 

코일철근과 관련해 다른 시각의 문제제기도 있다. ‘최종 수요처인 건설업계도, 코일철근을 포함한 가공시장의 현안에 관심을 높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수백개로 늘어난 가공형상과 복잡가공, 변동성이 큰 건설현장에 맞춘 단납기 체제 등의 최종적인 수혜가 건설업계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가공 턴키 실수요의 필수소재가 된 코일철근의 사용기반을 고려한 합리적인 가공단가 형성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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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2023-02-24 14:26:14
철근 시장을 읽는 정직한 언론...항상 감사합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을 가감없이 정확하게 분석...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