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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시장의 불편한 데자뷔…’그리고 10월’
철근 시장의 불편한 데자뷔…’그리고 10월’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8.09.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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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시장은 불확실한 예측의 근거를 과거에서 찾곤 한다. 크게 틀린 생각은 아니다. 다른 듯 비슷한 흐름을 반복하는 시장에서 과거는 미래를 비춰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최근 철근 시장에서는 데자뷔(deja vu)에 대한 언급이 부쩍 늘었다. 기시감이라고도 말하는 데자뷔는 ‘처음 겪는 일이지만, 마치 과거에 보거나 겪은 것 같은 느낌’이라 설명되는 개념이다. 철근 시장이 언급하는 데자뷔는 불안한 시장의 향배를 읽기 위해 유사한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철근 시세의 변곡을 지난 2015년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러가지 상황은 다르지만, 실제로 2015년과 2018년은 매우 유사한 시세 흐름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왕 과거를 빗대는 데자뷔 얘기가 나온 김에 좀 더 자극적인 과거를 들춰보자.

바로 2016년의 10월이다. 철근 시장은 추석 연휴가 끝나고 곧바로 이어지는 10월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때 보다 크다. 2년 전의 10월은 철근 시장에서 참으로 난감했던 경험으로 기억된다. 하반기 최대 성수기인 10월에 계절을 역주하는 폭락장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수요도 활발했던 데다, 보유재고 또한 수요대응이 어려울 정도로 빠듯했다. 그랬던 2016년 10월 철근 시중가격은 톤당 5만원이나 추락했다.

당시 철근 시장의 수급상황은 기대를 빗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동종 제강사나, 제강사와 유통점 등 상생을 잊은 불신이 누구도 생각치 못한 시세를 만들었다. 기대와 어긋난 시세에 대한 ‘탓의 공방’이 넘쳐나면서 시장은 흉하게 무너졌다.

메이커인 철근 제강사는 현실과 동떨어진 판매방침을 고수했고, 자포자기한 유통점들은 경각심 없는 저가판매에 열을 올렸다. 철근 시장은 그렇게 2016년의 10월을 잃어버렸고, 시장엔 수습하기 힘든 상처만 남았다. 기억하기도 싫은, 반복하기는 더더욱 싫은 데자뷔다.

다양한 변수에 좌우되고 변동성이 큰 철근 시장의 흐름은 심리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 거래심리를 바꾸는 것은 방향성의 신뢰이고 그것을 믿는 각자의 신뢰다.

2018년, 올 추석 연휴를 앞둔 철근 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여느 명절 연휴와 달리, 연휴를 앞두고 제강사의 출하량과 시중 물동량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생산원가를 위협하던 시중가격은 조금도 오르지 못한 데다, 추가 하락을 막아서는 데 급급했을 뿐이다.

적자판매 걱정에 잠을 못 이루는 철근 시장이 판매가격을 올리지 못한 이유는 분명했다. 단돈 얼마라도 가격을 올리면 팔지 못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상황판단의 신뢰보다, 불안해진 시장이 심리를 쫒는 시장의 전형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지난 9월, 철근 시장은 이미 납득하기 힘든 큰 폭의 가격을 잃었다. 2015년이든, 2016년의 10월이든 불편한 데자뷔가 현실로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누군가는 데자뷔를 초능력 현상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전혀 다른 지각장애라 말하기도 한다.

추석 연휴를 보낸 10월의 철근 시장이 불안한 과거를 연상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의 시황에 대한 판단과 신뢰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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