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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①] 철근 유통, 이대로 괜찮나? – ‘가격 이원화’
[기획특집①] 철근 유통, 이대로 괜찮나? – ‘가격 이원화’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3.12.14 0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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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동안 철근 시장을 지탱했던 가격 이원화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달라진 시장의 현실과 맞지 않을 뿐더러, 불필요한 금융 부담을 일으키는 문제까지 커졌다. 반토막 매출이 장기화된 유통점들의 유동성 문제가 내년의 공포를 부풀리고 있다. 불황을 버텨내기 위한 연착륙 전략에서도, 가격체계의 실효성 회복은 미뤄선 안 될 숙제다.

철근 가격 이원화 정책의 '명암'

출발은 2021년 상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로벌 원자재 대란이 철근 대란으로 확대되면서, 수급 불균형과 가격 폭등 문제를 빠르게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실제, 해당 가격정책이 제강사들의 공격적인 증산으로 철근 시장을 정상화 시키는 효과를 이끌어 냈다. 이후에도 원∙부자재 가격 폭등의 충격을 버텨내는 완충공간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격 이원화 정책의 순기능으로 철근 시장이 정상궤도를 찾고 나서부터는 부작용이 부각됐다. 

가격 이원화 정책이 지속되면서 철근 실수요가 제강사에 편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모두 매력적인 제강사 직거래로 실수요가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반대로, 유통점들은 열악한 바닥시장에 갇혀 운영난에 시달리는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 졌다. 시황악화로 철근 가격구조가 무너지면서 부터는, 선판매∙후정산 등 거래혼선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역할 잃은 이원화 정책, 그럼에도 왜…?!

가격 이원화 정책이 철근 시장에서 역할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실수요나 유통 시장 어느 곳에서, 누구와 어떤 형태의 거래를 하든, 더 이상 +8만원을 더한 판매가격으로 거래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오로지 기준가격만으로 실랑이를 벌일 뿐이다. 소위 ‘유통(일반)판매가격’으로 이름 붙여왔던 +8만원의 가격체계는 말 그대로 유명무실한 신세가 됐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철근 유통가격이 유통(일반)판매가격을 하향 돌파한 2022년 11월을 기점으로 이원화 정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철근 유통가격이 기준가격마저 뚫고 내려간 2023년 6월부터는, 가격 이원화 정책의 실효성을 완전히 잃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역할도 없고 유명무실 한데, 왜 이원화 방침의 폐지를 외치는가. 무의미하게 남아 있는 가격체계의 틀 때문에, 불필요한 금융부담을 떠안게 되는 부작용 크다. 거래보증을 위한 여신의 기준을 과거의 이원화된 가격체계로 따지는 문제다. 다시 말해, 여전히 +8만원이 더해진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서가 발행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제강사 유통 대리점들의 자금 유동성이 묶이는 부작용이 발생되고 있다. ▲극심한 거래침체로 유통점들의 반토막 매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처의 결제지연 문제 ▲선판매·후정산 금액 누적 ▲거래처들의 보증금 확대 요구까지 더해져 철근 유통점들은 막대한 금융부담을 떠안게 됐다.

거래침체 탓에 기존 보증 여신을 100% 활용하는 유통점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불필요한 금융부담을 떠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거래회전률이 높은 일부 유통점의 경우는, 보증 여신을 넘어서는 거래에 현금을 투입하는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왜 시급한 숙제인가…제강사들 조용한 변화 ‘속속’

가격정책의 일원화. 즉 현실화를 미뤄선 안 될 이유는, 내년 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훨씬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토막 매출이 지속된 철근 유통점들은 금융권의 여신 축소 공포에 떨고 있다. 급격히 감소한 매출과 수익 뿐만 아니라, 부도와 폐업 등 철근 유통∙가공 업종의 경영부실을 의식해 금융권이 적극적인 여신 축소에 나설 태세다. 

내년 철근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진입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유동성의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더욱이 효율적인 자금 안배와 활용이 철근 유통업의 핵심적인 관건임을 감안하면, 유동성의 위기는 훨씬 심각한 문제다. 결국, 제강사의 판매력과 협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로 귀결될 것까지 감안해야 한다. 

소리 소문 없이 가격체계를 바꾸는 제강사가 늘고 있다. 불필요한 금융 부담으로 자사 유통점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에 대해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명무실한 이원화 체계를 고수해서 제강사가 얻게 되는 실익도 딱히 없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8대 철근 제강사의 절반 가량이 기준가격을 적용해 유통(일반)판매 계산서를 발행하는 일원화 시스템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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