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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유통, “한파 아닌 공포에 얼었다”
철근 유통, “한파 아닌 공포에 얼었다”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2.12.21 0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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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초 시세불안감에 거래의욕 상실
최저가 입맛 맞추려는 ‘가격 흔들기’ 악순환
불안한 가격정책∙마감도 시세불안 속사정
과도하게 벌어진 가격구조, 거래심리 위축

철근 유통시장이 연초 공포감에 사로 잡혔다. 막연한 시세불안감 탓에 거래의욕을 상실하는 공백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열흘 남짓 남겨둔 12월에 대한 기대는 없다. 막바지 수요의 고삐를 당기는 실수요와 달리, 철근 유통시장은 일찌감치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하지만, 1월의 새 판이 시작된다 해도 이렇다 할 기대 또한 없다. 텅 빈 유통 하치장을 언제 채울 지 가늠하는 것조차 막연한 일이다. 

화물연대 파업 탓도, 기상악재 탓도 아니다. 철근 유통시장은 운송파업이나 기상악재 이전부터 한계를 드러내면서 수요공백의 근본적인 문제가 심각했다.

시세하락 불안감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바닥을 비운 유통 하치장은 소매 판매를 위한 최소한의 보유재고도 남겨두지 않았다. ‘어차피 수요도 없고 가격만 떨어지는 데…, 보유재고 손실을 줄이겠다’는 생각 뿐이다. 

재유통 세력의 ‘가격 흔들기’도 시세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수요처의 최저가 입맛을 맞추고 최소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재유통 세력은 더 낮은 가격의 매입이 절실하다. 이 때문에, 판매처의 불안감을 자극해 더 낮은 판매가격을 유도하는 일이 만연하다. 당장 내년 1월 철근 기준가격의 예상 인하폭을 부풀리거나, 심지어 내년 2월 기준가격의 대폭 인하설까지 흉흉하게 떠돌고 있다. 문제는, 저가매입을 위해 가격하락 불안감을 부추길수록 수요는 더욱 단단하게 얼어붙는 악순환이다. 

제강사가 고수하고 있는 ‘기준가+8만원’의 가격 이원화 정책도 한 몫하고 있다. 철근 유통시장의 한계가 커진 상황에서, ‘제강사의 가격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다. 불안한 가격정책과 원칙 없는 원칙마감이 유통시장의 큰 부담으로 지목된다.  

극단적인 시중 가격구조도 거래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12월 하순 철근 유통시장의 가격구조는 올 들어 가장 폭넓고 복잡하다. 국내산-수입산 유통가격이 톤당 15만원 이상의 역대급 격차로 커진 데다, 국내산 유통가격 또한 판매처 마다 제 각각이다. 과도할 만큼 폭넓고 다양한 가격이 문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구매를 미루는 것이 시장의 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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