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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가공, 배차 전쟁 "웃돈 운송은 누구를 위한 것…?"
철근 가공, 배차 전쟁 "웃돈 운송은 누구를 위한 것…?"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2.10.18 0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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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납품 위한 야간상차, 배차 웃돈 5만원부터 시작
기본 운송비 근거리 30만원 이상…장거리 45~50만원
가공 철근 기피하는 운송차량, PC선호…쏠림 현상까지
가공단가-운송비 분리, 도착도→상차도 전환 해법 제시

철근 가공업계가 하루하루 배차 전쟁을 치르고 있다. 껑충 뛴 운송비에 웃돈까지 얹어 가공 철근을 내보내지만, 감당하기 힘든 비용은 고스란히 가공업체의 몫으로 남는다.

다양한 종류의 가공 철근을 운송차량에 싣고 있다.

성수기 출하로 분주한 철근 가공업계는 야간상차로 하루일과를 마무리한다. 공사현장의 새벽 납품 요구를 맞추기 위한 일상이다. 가공업계에 따르면, 출하물량의 70% 가량이 새벽 납품 조건을 맞추는 게 현실. 당일 도착 납품은 공사현장과 협의를 통해 이뤄지는 30% 안팎에 불과하다. 교통정체가 심한 서울 시내 공사현장은 아침 7시 이전의 새벽 납품이 필수다.

운송차량 확보는 전쟁이다. 야간상차를 기피하는 운송차량을 수배하기 위한 웃돈 경쟁은 톤당 5만원에서 흥정이 시작된다. 원청과 발주처, 납품현장에서는 ‘알아도’ ‘모르는’ 가공업계의 속사정이다.

■ 철근 가공시장 위협하는 현안 ‘운송’
 
새벽 납품을 위한 웃돈 배차 이전에, 기본 운송비부터 크게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 까지만 해도 근거리와 장거리를 포함해 톤당 1만원 안팎이던 운송비가, 현재는 근거리 조건도 톤당 1만2,000원~1만3,000원(25톤 한 대당 최저 30만원) 수준으로 뛰었다. 장거리 운송비는 대당 45만원~50만원으로, 톤당 1만8,000원~2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와 별도로, 야간상차는 톤당 5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는 구조다.    

철근 유통시장의 운송비도 올랐지만, 근거리 기준으로 대당 26만원~28만원(톤당 1만1,000원 안팎)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다.  

철근 가공업계의 부담은 높은 운송비에 그치지 않는다. 운송차량의 수배 자체가 어려운 문제도 크다. 웃돈 배차가 일상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가공장 출하차량 대당 철근 태그 갯수...본지 2021년 7월 조사
가공장 출하차량 대당 철근 태그 갯수...본지 2021년 7월 조사 자료

복잡가공이 크게 늘어난 철근 가공시장에서, 25톤 한 대에 실리는 가공 철근의 종류는 적게 봐도 250개 내외다. 몇 가지 원철만 싣고 내리는 철근 유통에 비해 상∙하차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납품현장에서의 대기시간도 길다. 

최근에는 PC(Precast Concrete)업계와의 운송차량 경쟁도 치열하다. 건설시장에서 PC공법 적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PC업계의 운송물량이 급증했다. PC물량은 한 대에 3~5개 가지수로 가공 철근에 비해 훨씬 수월해 운송차량이 선호하는 데다, 운송비 웃돈도 높아 성수기 배차가 PC시장에 쏠리고 있다.   

■ “운송비, 그거 얼마나 된다고…?!”

철근 단가는 톤당 100만원이 넘지만, 철근 가공단가는 톤당 6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철근 가공과 무관한 운송비가 가공단가 안에 포함돼 있다. 즉, 운송비가 늘어날수록 철근 가공업계는 마진이 줄거나 손실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가공단가를 톤당 6만원으로 볼 때, 근거리 현장의 경우 톤당 1만2,000원~1만3,000원의 운송비를 제외한 톤당 4만7,000원~4만8,000원에서 ‘가공원가’와 ‘마진’을 따져야 하는 셈이다. 운임이 비싼 장거리의 경우는, 순수 가공단가 금액이 4만원~4만2,000원으로 더 줄어든다. 여기서도 톤당 5만원 이상의 야간상차 웃돈은 배제한 계산이다. 

철근 가공단가에서 최소 20% 이상을 차지하는 운송비 문제를 시시콜콜한 하소연으로 볼 수 없다.

■ 선 넘은 운송부담, “근본적 해법으로 합리성 확보해야…”

올 한해 레미콘 운송노조와 화물연대 등 잇단 운송파업은, 결국 유가 폭등의 직격탄에서 비롯됐다. 철근 가공시장의 운송 문제 역시 같은 원인에서 파생된 것으로 봐야 한다.

철근 가공업계는 ‘운송 문제를 더 이상 홀로 감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철근 가공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푸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가공단가에서 운송비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철근 가공단가에 모호하게 녹아 있는 운송비를 떼어 내 명확한 개념을 구분 짓는 것이다. 순수한 가공단가와 운송비를 별개의 개념으로 나누고 각각의 합리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다.

보다 적극적인 해법도 제시된다. 현행 ‘도착도’ 조건인 철근 가공을 운송비 제외 ‘상차도’ 거래조건으로 바꾸는 방안이다. 운송비가 포함됐던 가공단가의 왜곡을 줄이는 동시에, 가공과 무관한 운송비에 대한 합리성 논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설득력이 있다.

가공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장은 운송비가 오르면 철근 거래단가에 반영할 수 있지만, 철근 가공은 감당할 수 없는 운송비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안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는 “운송비가 가공단가에 모호하게 포함되면서 순수한 가공단가에 대한 개념이 왜곡될 뿐더러, 운송비를 포함한 여타 부대비용의 부담까지 가공업계에 전가되는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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