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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②] “철근 가공이 사는 법, 2023 현안은?”…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신주열 이사장
[특별대담②] “철근 가공이 사는 법, 2023 현안은?”…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신주열 이사장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3.01.18 0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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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작은 옷에 몸 맞추는 실정 '난제'
턴키 협업체, 철근 가공시장 환경·체질 함께 바꿔야
가공단가, 흥정 아닌 협업 가치 판단으로 봐 달라...
원가절감 노력 무색한 원가상승...구조적 한계 통감

철근 턴키 시장의 중심에 선 철근 가공. 현장가공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건설사와 직접가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제강사의 현실을 떠올리면, 역할의 무게는 더욱 커졌다. 가공은, 철근과 건설의 가교이자 실수요향 철근의 최종 품질과 납품을 매듭짓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 했다.  

최근 년도 철근 턴키 시장의 혼돈이 큰 주목을 받았다. 원자재와 파업, 금리 등 외부의 충격도 컸지만, 각자의 역할이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신주열 이사장과 철근 가공업계가 골몰하는 2023년의 현안을 되짚어 봤다. [편집자 주]

Q> 철근 가공업계의 위기감을 높였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어떠 한가. 최근 거론되는 유연근무제가 적용되면 숨통을 틀 수 있는 것인가. 

A> 철근 가공시장은 수급상황의 변동성이 심하고 발주와 납품 일정이 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공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주 52시간 근무제는 현실적으로 부담이 큽니다.

30인 미만 가공장의 연장근로 유예는 지난 2022년에 종료된 상태입니다. 1년간의 계도기간이 주어지긴 하지만, 한시적인 유예일 뿐입니다. 유연근무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는 없는 일이죠. 결국, 주 52시간 근무제라는 작은 옷에 몸을 맞춰야 하는 실정이며, 그에 대한 채비를 미룰 수 없습니다.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신주열 이사장

문제는 현재까지 주 52시간 근무제를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가공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상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철근 가공업체는 언제든 범법자가 될 수 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이 때문에, 주 52시간 근무제의 채비를 미룰 수 없는 것이죠.

철근 가공이 주 52시간 근무에 돌입하면, 당사자인 가공업계는 물론 건설사나 제강사에도 충격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파업 없는 파업 같은 체감이 들 겁니다. 철근 턴키 시장의 협업 체제가 받을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업계가 함께 가공시장의 환경과 체질을 바꿔가야 합니다.

가공업계의 인식도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평일 야간근무나 주말 특근을 줄이는 대신, 수주량을 함께 줄이는 선택이 많아졌죠. 발주처의 일방적인 납품요청에 따라 가공일정을 잡아야 하고, 심한 인력난과 열악한 수익구조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버거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의 숙제를 풀어야 하는 가공업계 입장에서는, 절실한 생존의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Q> 2023년도 표준가공단가를 인상했다. 수요침체 부담이 커진 현실에서 발주처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겠는가. 

A> 철근 가공의 표준단가는 매년 최저임금을 비롯한 소모자재와 물가상승 등을 기반으로 책정해 왔습니다. 이번 표준단가 인상(6천원/톤)은 2022년의 원가상승 부담을 떠안은 채로, 2년만에 인상된 것입니다. 기존 표준단가를 관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간 가공단가 체계를 정착하기 위해 가공업계가 원가상승 부담을 감수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적된 인건비 상승 ▲코로나19 장기화로 심각해진 인력난 ▲금리폭등으로 인한 공장부지와 가공설비 임대비용 부담까지 눈덩이로 불어난 실정입니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운송 관련 문제 때문에도 표준가공단가 인상을 미룰 수 없습니다. 이미 2023년도 표준단가의 객관적인 인상근거를 상세하게 공개한 상태이고, 발주처에 대한 공문발송 등 추가적인 설명의 기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아마 가공업체들은 공감하실 텐데, 2023년도 표준단가에 적용한 원가상승분(2년치 6천원)은 대단히 보수적인 계산입니다. 시급한 원가반영에 대해 수요업계의 폭넓은 공감을 얻기 위한 것이죠. 실질적인 원가상승분은 표준단가 인상분을 크게 넘어섭니다.
 

과거를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철근 가공업계의 ‘역할’과 ‘단가’에 대해 적절한 평가가 이뤄졌던 적이 있었나요? 해외의 철근 가공단가는 물론, 국내 철근 조립단가에 비해서도, 심지어 관련 제품의 물가상승을 따지더라도, 철근 가공단가는 저평가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 왔음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경기침체의 위기감으로, 각자의 생존이 절실해진 상황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공을 포함한 철근 턴키 거래가 서로의 협업으로 이뤄지고, 각자의 역할을 배재할 수 없는 구조임을 되새길 일이라 생각합니다. 각자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협업 주체들의 공존과 공생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철근 가공을 ‘흥정의 영역’이 아니라, 협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선택의 영역’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Q> 열악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철근 가공업계의 자구노력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공 업계와 조합의 노력을 듣고 싶다. 

A> 맞습니다. 철근 가공업계도 생존을 위한 처절한 자구노력이 필요하고, 그동안 절실한 대안을 찾아 왔습니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뛰어 넘지 못하는 한계 또한 통감하고 있습니다. 

가공업계가 생존을 위해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절감 효과를 이끌어 내는 것보다, 훨씬 큰 원가상승 부담이 쌓이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심지어 건설업계의 원가절감을 위한 철근 가공 단수조정이나, 철근 가공의 영역과 무관하던 우마철근이나 전단보강근의 제작까지 무분별하게 떠넘겨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예측불허 발주와 납품을 이행하기 위한 특근 인건비와 웃돈 운송비, 들쑥날쑥한 원철 공급 등으로 발생하는 손실까지. 따지고 보면, 철근 가공업계가 충실한 협업의 역할을 지켜가기 위해 감내해 왔던 자구 노력들이기도 합니다.

철근 가공업계는 선진화를 통한 자구노력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기술적인 발전을 이뤄갈 것입니다. 기존 가공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설비자동화 시스템이나 스마트공장 구축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희 가공조합에서도, 가공산업의 선진화 방안으로 ‘기술분과위원회’를 운영하기 위한 테스크포스팀(TFT)를 구성해, ▲IT분과(가공발주서 표준화) ▲교육분과(실무∙안전∙원가관리) 등을 중점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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