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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①] “철근 가공이 사는 법, 2023 현안은?”…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신주열 이사장
[특별대담①] “철근 가공이 사는 법, 2023 현안은?”…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신주열 이사장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3.01.17 0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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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력 떨어진 시장, 가공능력 효율 운영 못한 아쉬움
연간 가공단가, 상생 효과 공감하는 첫 걸음 큰 의미
가공 철근 운송 부담...객관적 상승분 반영 상식적인 일
들쑥날쑥 원철 공급 지속 반복...시장 교란 지적 야속

철근 턴키 시장의 중심에 선 철근 가공. 현장가공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건설사와 직접가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제강사의 현실을 떠올리면, 역할의 무게는 더욱 커졌다. 가공은, 철근과 건설의 가교이자 실수요향 철근의 최종 품질과 납품을 매듭짓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 했다.  

최근 년도 철근 턴키 시장의 혼돈이 큰 주목을 받았다. 원자재와 파업, 금리 등 외부의 충격도 컸지만, 각자의 역할이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신주열 이사장과 철근 가공업계가 골몰하는 2023년의 현안을 되짚어 봤다. [편집자 주]  

Q> 2022년 철근 가공시장을 돌아보는 소회를 듣고 싶다.

A> 지난해 철근 가공시장은 예측불허 수급흐름의 문제가 컸습니다. 가공시장이 턴키 실수요와 호흡을 함께 하는 것을 고려하면, 불안정한 거래흐름은 큰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예정된 실수요가 원활할 흐름을 이어갈지 못할 경우, 다양한 지점에서 왜곡의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입니다.

상∙하반기에 반복된 화물연대 파업을 비롯해, 철콘업계와 레미콘 운송업계의 파업이 맞물리면서 실수요 흐름이 궤도를 크게 이탈하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상반기에는 러-우전쟁 여파로 핵심 건자재의 충격이 컸고, 하반기에는 금리폭등으로 건설시장이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으로 성수기와 비수기의 수요 패턴이 과거와 달랐던 점까지, 시장 전반의 예측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컸습니다.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신주열 이사장

그 여파로, 철근 가공시장에 복합적인 외부 충격이 집중됐습니다. 예정된 수요가 막연히 연기되고, 언제 얼마나 회복(발주)될 지 가늠하기 힘든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대단위 설비와 인력 운영 등 탄력적이지 못한 가공장 운영에 큰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죠.  

철근 실수요 시장이 예측불허의 흐름을 반복하면서, 가공업계는 기 수주 물량의 발주와 납품은 물론, 신규 수주까지 안배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열악한 여건을 버텨온 철근 가공업계의 생산능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Q> 2022년은 철근 가공에 연간단가 체계가 적용된 원년이었다. 연간단가 도입에 대한 평가는 어떠 한가.

A> 철근 가공의 연간단가 도입은 가장 의미 있는 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변동성의 충격이 컸던 지난해 철근 가공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막는 기반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물론, 표준단가를 온전히 관철하지 못했고 발주처에 따라 연간단가 적용의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설사와 제강사가 철근 가공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연간단가 체계의 상생 효과를 공감하는 첫 걸음을 떼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해 철근 가공업계가 충실한 납품으로 건설현장의 차질을 줄이는 안전핀 역할을 했던 것도, 연간단가 체제의 효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철근 가공은 전형적인 ‘임가공’ 시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철근 임가공의 강한 니즈가 발주업계에서 비롯되었고, 그 득실 또한 발주업계에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현장가공에서 공장가공으로 돌아선 건설사나, 가공을 포함한 턴키 거래의 대세를 키워온 제강사나, 임가공 방식이 합리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철근 가공의 연간단가 체제가 효율적인 협업의 가치를 신뢰하는 공감대로 다져 지길 기대합니다.

Q> 철근 가공업계는 ‘운송’을 큰 위협요소로 지목하고 있다. 어떤 문제인가? 

A>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이나 레미콘 운송 파업 사태에서도 운송관련 문제가 많이 부각됐죠. 이 때문에, 제강사나 건설사에서도 충분한 상황 이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공 철근의 운송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공 철근은 부피가 커서 안정적인적제가 어려울 뿐더러, 워낙 다양한 종류(태그)의 가공 철근을 구분 지어 싣다 보니, 기본적으로 상하차가 까다롭고 대기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건설현장에서 요구하는 아침 납품을 위해서는, 야간상차가 일상적인 패턴입니다. 운송업계 입장에서 가공 철근 운송은 기피대상 1호인 셈입니다. 

최근 년도 들어 건설업계가 철근 가공의 종류를 워낙 다양하게 늘리다 보니, 25톤 한 대에 적게는 300~400개, 많게는 500~600개. 현장에 따라서는 700개에 달하는 곳도 있을 정도 입니다. 태그 개수가 늘어나는 만큼, 가공 생산성도 크게 떨어지지만 상하차 대기시간도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직접적인 운송비 상승입니다. 기름값을 비롯해 관련 물가가 크게 치솟다 보니, 운송업계도 생존을 위해 운송비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운송회전이 크게 떨어지는 가공 철근에 대한 기피가 심각해 졌고, 기본적인 운송단가 인상에 추가적인 웃돈까지 붙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야간상차를 위한 8시 이후의 배차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 입니다. 장기간 가공업계와 호흡을 맞춰온 운송차량마저 난이도가 낮은 운송수요를 찾아 이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공 철근의 발주와 납품이 불안정해 진 것도, 운송 부담을 키우는 문제입니다. 최근 년도 들어 건설과 철근 시장의 수급 변동성이 워낙 커지다 보니, 긴급한 차량 확보를 위한 웃돈 운송의 부담이 더욱 늘었습니다. 

철근 가공단가에 운송비가 포함돼 있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2022년 한 해만 따져도 기본 운송비는 톤당 2,000원~3,000원이 올랐습니다. 25톤 한 대당 기본 운송비는 ▲근거리 지역 기존 27만원→32만원 ▲서울지역 톤당 27만원→38만원으로 크게 뛰었습니다. 전체 가공단가에서 20%를 훌쩍 넘어서는 운송비가 늘어날수록, 가공업계가 떠안게 되는 수익악화 부담은 커지는 구조입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철근 가공과 무관한 운송비로 실랑이를 벌이 느니 차라리 상차도 조건으로 바꿔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 입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크게 뛴 운송비에 웃돈까지 더해, 공사현장이 원하는 납품일정을 맞추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당연히 원청과 발주처를 위한 것이죠. 정말 가공 철근 납품을 상차도 조건으로 바꿀 것이 아니라면, 객관적인 운송비 상승분의 반영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Q> 원활치 못한 원철 공급을 호소하는 가공업체가 많다. 동시에, 가공장의 잔여재고 판매가 비수기에 집중되면서 시세교란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A> 임가공 방식의 철근 가공은 지급된 자재를 충실히 가공해 납품하는 것이 기본의 역할입니다. 그 기본적인 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변수가 많은 건설현장의 발주와 납품 일정이 크게 틀어지다 보니, 철근 제강사의 수급조절도 불안정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철근 가공업계는 ‘건설현장’과 ‘제강사’ 양쪽 모두의 문제를 함께 떠안는 구조입니다. 

원철근 공급과 관련해서는, 납품현장별로 다양한 강종과 규격, 길이의 철근을 제 때 공급받지 못하는 문제가 큽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원철 발주가 가능한 내진 철근의 경우는 더욱 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납품현장별로 20%~30% 수준의 여유 원철을 보유해야 공사현장이 요청하는 납품일에 맞춰 원활한 가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제강사에서 공급되는 원철이 워낙 들쑥날쑥하다 보니, 필요한 원철이 언제 얼마나 공급될 지 가늠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가공일정을 세우기도 어려운 문제가 반복됩니다. 보통, 납품 5일~6일 전에는 가공일정을 잡아야 하는 발주물량을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공장이 자체보유하고 있는 원철을 미리 활용하거나 심할 경우에는 가공장이 급한 원철을 시장에서 구매해서 쓰는 일까지 다반사입니다. 원철의 공급불안을 대비해 별도의 자체보유재고를 운영해야는 것도 가공업계에는 큰 부담입니다. 

문제는, 제 때 적정량의 원철이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공 철근의 납품일정이 아니라, 제강사의 재고보유 상황에 따라 원철 공급이 이뤄지는 것으로 체감되기까지 합니다. 성수기에는 원철 부족이 심각하고, 비수기에는 마이너스 상태로 비워져 있던 원철이 한꺼번에 채워지는 패턴의 부담이 큽니다. 

가공업계의 정당한 잔여 철근 판매가 비수기에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가공업계는 △필요한 시점에 원철을 공급받지 못해서 한 번 △잔여 철근을 필요한 시점에 적절하게 팔지 못해서 두 번 △열악한 비수기에 잔여 철근 판매의 손실을 떠안게 돼서 세 번, 울게 되는 셈이죠. 이런 상황을 제대로 알고 보면, ‘가공업계의 비수기 판매가 철근 시장의 수급과 가격을 교란한다’는 비난을 받는 것은 너무나 야속한 일입니다. 

[ 인터뷰 2편 연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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