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 이슈로 철근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관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주요 철근 제강사는 각사별로 가공 실수요 턴키 수주중단 관련 내부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철근 시장 전반의 틀이 바뀔 수 있는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는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오랜 고심 끝에 던져진 화두로 제강사는 물론 건설, 가공, 유통 등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급 이슈에 대한 의구심부터, 다양한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이해득실 계산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제강사의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이슈를 지켜보는 관련 업계의 관심사와 변화에 대한 관측을 정리했다. 직접적인 거래주체인 '건설'과 '가공' 업계를 먼저 살펴본다.
■ 건설 - 강한 의구심과 우려, ‘신중한 관망’
건설업계는 제강사의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에 강한 의구심과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제강사가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에 나섰다 해도, ‘아직 아무것도 가시화된 것은 없다’는 평가가 당연한 상황이다. 최대한 신중한 입장에서 향배를 관망하고 있다.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에 돌입한 제강사가 건설사 측과 직접적인 협의에 나선 상황은 아니다. 건설사나 관련 단체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의견이 나온 것도 없다. 다만, 예사롭지 않은 제강사의 수주중단 검토를 타진하며 강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제강사의 가공 실수요 수주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건설현장은 크게 바뀌었다. 주택과 토목 등 대다수 공사현장의 철근가공은 제강사를 통한 공장가공으로 대체됐다.
건설사의 가공관련 업무는 사실상 제강사로 넘어왔다. ‘철근’과 ‘가공’을 한번에 해결하는 구매편의는 물론, 효율성 향상을 통한 공기단축, 관리부담 축소, 거래부실과 사고 등 리스크 회피 등 다양했던 실익을 부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 큰 수혜는 철근과 가공철근 조달 책임을 크게 덜었다는 점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주택공사가 몰린 상황에서도, 가공 실수요 장기계약 덕분에 건설사의 철근 관련 스트레스는 최소화 됐다.
철근 제강사의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그동안의 수혜는 대부분 부담으로 돌려받게 될 공산이 크다. 당장 감당해야 하는 구매부담은 물론, 공사현장의 혼선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가공 문제를 배제하더라도, 철근 거래의 우위와 열위가 반복되는 변동성 부담 또한 커질 전망이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철근 수요감소는 건설사의 거래 우위를 점칠 수 있는 배경이다. 다만, 가공에 대한 문제는 철근 수요와 별개라는 점에서 건설사 또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입장이다.
건설사가 현장가공 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도 건설사의 철근가공은 철근콘크리트 업체 등 하도급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강사가 가공 실수요 턴키수주를 중단할 경우, 하도급 운영·관리에 대한 직간접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건설사 또한 새로운 거래형태나 대안 주체를 찾을 수 있다. 가공을 책임지거나, 제강사를 대신해 가공 실수요를 턴키 수주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주체를 발굴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철근과 가공을 제강사만큼 안정적이고 온전하게 대체할 수 있는 주체는 없다.
■ 가공 - 기회인가 위기인가…’불확실성 부담’
뜻밖의 이슈로 철근 가공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건설사와 함께 가장 직접적인 관련 주체인 동시에,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변화를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제강사가 가공 실수요 수주를 중단할 경우, 철근 가공업계는 시장 일선에 나서게 된다. 지난 7년여 동안 내어준 철근 가공업의 주권을 되찾는 의미로 평가할 수 있다. 동시에, 치열한 수주영업에 나서야 하는 자생력 확보, 결제나 거래 리스크 등 경영관리에 대한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제강사가 가공철근 납품을 함께 책임지는 기존 시스템보다, 자재(철근) 조달이 원활치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가공 실수요 시장에서 제강사가 빠질 경우, 철근 가공업체의 자체적인 재고운영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가공단가에 대한 관측도 엇갈린다. 건설경기 침체 상황에서 치열한 입찰경쟁으로 가공단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반대로 ‘가공’에 대한 주도권을 누가 어떻게 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가공단가 형성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거래에 대한 인정과 수용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 가공업계가 경쟁력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철근 가공산업 발전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불편한 문제는 첨예한 입장차다. 제강사의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와 관련해 업계 내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곳이 가공업계다. 제강사로부터 수주에 최적화됐던 가공업체는 원하지 않는 변화다. 반대로, 어차피 제강사와 거래가 없던 가공업체의 경우는 판이 뒤집혀 새로운 기회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도 적지 않다.
각자의 유불리를 떠나, 큰 변화의 물살에 오르게 될 철근 가공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의 부담이 크다. 제강사의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이슈에 적극적인 입장을 제시하거나 역할에 나서기 어려운 것도 비슷한 속사정이다.
가장 부담스러운 관측은 양극화다. 제강사가 가공 실수요 수주를 중단할 경우, 철근 가공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양상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담보능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거래 리스크를 경계하는 건설업계가 안정성을 신뢰할 수 있는 대형 가공업체를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이 당연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