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관심 속에 철근 제강사의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살폈다. 결론은 하나로 모아졌다. 당장의 유불리를 떠나서라도, 철근 시장의 거래가 보다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다. 각자 입장에서 느끼는 왜곡의 문제,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가 본질적인 고민이다.
철근 시장은 ‘결자해지’라는 숙제를 제강사에 던지고 있다. 가공 실수요 문제가 시작되고, 여기까지 커진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제강사의 판단과 결심으로, 제강사의 손으로, 직접 바꿔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는 철근 시장의 시선을 한 곳에 모은 공동현안이 됐다. 모든 구성원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변화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의 무게를 더하게 됐다.
■ 정면돌파 나선 제강사, 고민의 본질은?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는 외면해오던 철근 시장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했다. 물러 설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한 제강사가 난감한 고민을 드러내고 적극 답을 찾기 시작했다는 의미 또한 크다.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의 본질을 되짚는 것이 중요해졌다. 엄밀히는 가공 턴키 수주에 국한된 문제라기 보다, 실수요 거래 전반의 고민으로 보는 것이 맞다. 다각적인 접근과 해결을 위해서는 전체 철근 시장의 문제를 드러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부가가치를 상실한 가공수주부터, 원가나 시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고정 할인폭, 장기간에 걸친 일방적인 거래책임 등이 거부할 수 없는 최저가 입찰로 결정되는 거래구조. 균형을 잃은 시장의 ‘불합리’로 요약되는 문제들이다. 거래변수로 인한 왜곡이나 손실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안게 되는 거래구조가 문제의 심각성을 키워왔다는 것이 제강사의 견해다.
당초 일정과 달리 착공(납품시점)이 수개월, 1년 이상 미뤄지는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예정과 다른 납품수량의 변화 또한 마찬가지다.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 수주했다 해도, 생산·판매 계획은 물론 수익구조까지 왜곡되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철근 제강사는 종속적인 거래관계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것에 고민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부작용의 문제를 풀어내고, 대등한 거래관계로 균형을 회복하는 것을 고민의 본질로 볼 수 있다.
■ 오랜 굴곡, “넘어야 할 산 많아..”
대세를 굳힌 가공 실수요의 수주중단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거래변화를 위한 현실적인 문제부터, 명분과 설득력을 갖춰내는 일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직 가시화된 결과는 없다. 여전히 내부적으로 신중한 논의를 이어가는 상황으로, 다양한 변화와개선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안팎에서 고려해야 할 민감한 사안들 또한 많아 충분한 내부 공감대를 다진 후에 실행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문제의식이나 위기감이 충분한 상황으로, 판단과 결심을 미루지 않을 것이라는 설득력도 높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쯤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관점에 따라서는 이미 시작된 변화도 있다. 가공 실수요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제강사의 신규 수주가 보류되고 있다. 유통점을 통해 수주된 프로젝트 또한 승인이 미뤄지는 상황이다. 가공 실수요에 대한 판단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적극적인 수주가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도 크다.
현실문제에 대한 대안도 중요하다.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으로 발생될 수 있는 매출공백을 어떻게 채울 것이냐.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가공 관련 인프라를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 등도 예민한 문제다. 수주중단 방침을 결정할 경우, 기존 수주물량을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 또한 고민이다.
수주중단 방침을 결정한다 해도, 실행은 달라질 수 있다. 특정 기점부터 수주를 전면 중단하거나 단계적인 수주 축소를 거친 중단으로 나눠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단계적인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단계적인 축소로는 가장 중요한 ‘실행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건설사와의 협의를 통한 거래개선으로 선회 될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거래관행에서 발생되는 왜곡과 부작용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을 고민의 본질로 볼 때, 수주중단 대신 거래개선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할인폭 적용과 마감기준, 가공단가, 적정 수주규모 등 다양한 개선의 공감대가 필요한 일이다.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을 방침을 확정한다 해도, 건설사와의 협의가 갖는 의미는 크다. 수요처인 건설사에 충분한 선택의 기회를 주는 의미가 있는 것은 물론, 수주중단의 명분과 설득력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 파생될 수 있는 중요현안 ‘기준가격’
가공 실수요는 실수요의 영역을 넘어 유통과 가공 등 철근 시장 전반과 연결된 현안이다. 이 때문에 수주중단 검토와 관련해 파생될 수 있는 현안과 쟁점 또한 많다.
가장 예민한 문제가 기준가격이다. 철근 기준가격은 가공 실수요 거래가격 결정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만약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이나 거래구조의 큰 변화가 일어난다면, 기준가격에 대한 의미도 달라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기준가격의 존재가치가 사라질 수도 있는 일이다.
원가변동 조차 반영하지 못하는 기준가격 결정구조의 한계는 철근 제강사의 큰 불만거리다. 가공 실수요 거래로 인한 수익악화의 드러나지 않은 원인으로 작용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가격결정권 회복이라는 철근 제강사의 또 다른 고민에서도 협상을 통한 기준가격 결정에 대한 문제의식이 깊어진 상황이다.
현재 제강사와 건설사는 기준가격 결정에 부자재 원가를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또한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시선으로 주목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