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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철근, '선택' 아닌 '필수'가 된 키워드
내진철근, '선택' 아닌 '필수'가 된 키워드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3.11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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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 이후 내진철근 수요증가 ‘격한 체감’
기 수주 납품·신규 수주 맞물리는 본격 대세 시작
올해 20~30% 증가 관측..20만톤 대 진입도 가능
수요 대응 갈등 여전..엑스트라 조정 고민도 커져
"불가피한 경쟁 영역, 규모경제 조기확보 급선무"

올해가 내진철근 시장이 순증 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내진철근 시장 저변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철근 실수요 수주의 선택이 아닌 필수 옵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내진철근이 향후 철근 실수요 시장의 거래 트렌드가 바뀌는 새로운 출발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내진철근, 판촉에서 순증으로…’작지만 큰 대세’

내진철근 화두가 커진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내진철근이 포함된 ‘기 수주 물량의 납품’과 ‘신규 수주’가 본격적으로 맞물리면서 수요증가의 체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제강사(수주)와 가공업계(납품)의 내진철근 고민이 동시에 깊어진 것도 같은 이유다.

초기단계였던 2017년~2018년의 내진철근 판매 증가폭은 컸지만, 특정 제강사의 상징적인 실적에 그쳤다. 시장의 인식도 부족했던 데다, 제강사 또한 철근 수요가 넉넉했던 상황에서 내진철근 수요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후 ▲2019년은 내진철근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기점 ▲2020년은 내진철근 수요가 순증으로 돌아선 기점 ▲2021년은 내진철근 수요 순증이 본격화되는 기점으로, 구간별 의미를 평가할 수 있다.

주목할 변화는 시장의 추세다. 2018년까지 내진철근 시장은 특정 제강사의 마케팅에 의존했다면, 2019년 이후부터는 수요와 공급 주체가 함께 늘어나기 시작했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내진철근을 직접 생산해서 납품한 철근 제강사의 숫자가 2018년 1개사→2019년 3개사→ 2020년 5개사로 늘었다. 내진철근 저변이 급격히 늘어나는 2021년에는, 사실상 7개 제강사 모두가 내진철근 수주와 공급(자체생산)에 나섰거나 검토하고 있다.

수요 트렌드를 평가하는 데 있어, 절대물량의 증가보다 중요한 것이 수요처와 공급처의 숫자다. 저변이 늘어나는 중요한 판단기준이기 때문이다.

내진철근 수요는 △관급·공공공사→민간 건설 △수도권→지방 △대형건설사→중소형건설사 △고층→저층 건물 △건설→토목으로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PC(precast concrete)제작 업체의 내진철근 수요증가도 두드러지고 있다. ‘건축설계 단계에서부터 적용이 활발해졌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 내진철근에 대한 건설업계의 인식도 달라졌지만, 좋든 싫든 설계에 반영된 내진철근 수요에 편승하는 추세다.

들썩이는 내진철근 시장의 계단식 성장이 전망된다. 주요 철근 제강사들은 올해 내진철근 수요증가를 20%~30%로 관측했다. 그 마저도 연초의 보수적인 전망이다. 본지가 조사했던 2020년 내진철근 시장(=제강사 판매)은 13만7,000톤 규모로 추정된다. 예측을 반영하면, 올해 내진철근 시장은 18만톤 규모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중 수요 증가세에 탄력이 붙을 경우, 20만톤 대 규모의 진입 가능성도 충분하다.

■ 선택 아닌 필수 옵션이 된 내진철근, ‘고민’과 ‘숙제’

향후 내진철근은 실수요 수주의 변별력이 아니라 필수 요건일 수 있다. 하지만 저변확대의 체감이 커진 상황에서도, 철근 업계가 공격적인 추격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엑스트라 이상의 원가상승 ▲생산성 저하 ▲재고 운영·관리 등의 부담 때문이다. 철근 가공업계 또한 동일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으며, 내진철근 가공장을 선정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올해 내진철근 수요가 20만톤 규모에 도달한다 해도, 전체 철근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안팎에 불과하다. 내진철근 생산을 위해서는 쇳물(제강)부터 따로 끓여야 하지만, 제강의 최소단위도 채우지 못하는 내진철근을 생산하고 남은 쇳물은 처치곤란이다. 극소량의 내진철근 생산을 위한 압연 역시 비효율적인 생산일정을 감수해야 한다. 일상적이지 않은 내진철근 생산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생산된 제품의 테스트 횟수 또한 일반강종과 비교하기 힘들다.

현재 철근 제강사는 내진철근에 대해 일반강종 대비 톤당 3만원의 엑스트라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합금철 투입 등 생산원가가 껑충 뛰는 SD600S의 경우, 톤당 3만원의 엑스트라를 적용해도 2만원~3만원의 적자생산을 피하기 힘든 실정이다.

최근 내진철근 수요에서 SD500S→SD600S 트렌드가 두드러지는 것도 난감한 일이다. 역마진 부담이 큰 SD600S의 수요가 가장 적극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일반철근 시장을 떠올리면 당연한 추세다. 건설업계가 원가절감을 위해 SD400→SD500·600 강종의 선호를 빠르게 늘린 것과 마찬가지다.

제강사들의 내진철근 엑스트라 조정 고민이 깊어 졌다. 외면하기 힘든 수요가 늘어난 만큼, 감당해야 하는 손실도 커졌기 때문이다. 아직은 고민단계다. 아직 조정시점이나 인상폭에 대한 계획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 발 앞서 철근 가공업계는 지난 연말 내진철근 가공단가에 톤당 1만5000원의 엑스트라 적용 방침을 공표한 상태다. 생산성과 로스율, 재고관리 등의 부담을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철근 시장에서 내진철근의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경쟁의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내진철근이 새로운 경쟁의 영역이 되면서 철근 업계의 갈등이 커진 것도 맞다.

우선적인 숙제는, 순증 단계의 초기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인 수요 대응으로 규모의 경제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거부하기 힘든 수요 트렌드에 대한 갈등과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효과적인 양산과 관리체계 구축을 우선으로, 엑스트라 조정 등 합리적인 공감대의 기반을 다져가는 노력이 중요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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