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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가공, 주52시간 근무제 연착륙 가능한가?
철근 가공, 주52시간 근무제 연착륙 가능한가?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3.31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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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 5인 이상 사업장 의무 도입..’석 달 초읽기’
철근 가공시장 구조적 한계 속 여전한 사각지대
매출 21%↓·수익 26%↓ 동반..’수요 대응력 급감’
“3개월 유예, 대란 막는 해법 찾는데 아껴 써야”

주52시간 근무제가 3년의 유예를 거쳐 오는 7월부터 5~49인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다. 철근 가공업계를 포함해 사실상 거의 모든 사업장의 주52시간 근무제가 현실화되는 의미를 갖는다.

주52시간 근무제의 석 달 초읽기가 시작됐지만, 철근 가공시장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절대적으로 노동력에 의존하는 가공업계의 한계가 크다 보니, 막막한 고민을 풀지 못하고 있다.

철근 가공업계 입장에서는 생존을 좌우하는 중대한 현안 일 수 밖에 없다. 제강사나 유통, 건설사 등 발주업계 또한 ‘철근 가공’의 자체적인 대안이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가공업계만의 문제로 국한 짓기 어려운 일이다.

■ 철근 가공의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한계는?

철근 가공은 비탄력적인 산업이다. 철근 가공은 장치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동시에 철저한 노동집약 산업이다. 절대적인 작업량을 ‘설비’가 아닌 ‘인력운영’이 좌우한다는 뜻이다. 이와 달리, 철근 시장은 계절적인 수요 편중과 변동성이 극심한 시장이다. 그런 철근 시장의 가공수요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인력운영이 불가피하다. 즉, 탄력적인 인력운영이 어려운 한계가 크다.

철근 가공은 수주산업이다. 철근 가공은 수요처의 발주에 의해 가동여부가 결정되는 전형적인 수주산업이다. 기 수주한 가공물량 또한 발주처가 요구하는 납품 시점과 수량을 맞춰야 하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공장의 가동시간과 인력운영을 가공업체의 의도대로 조절하기 어렵다.

철근 가공은 원가조절 한계가 크다. 철근 가공의 원가는 인건비가 좌우하고, 그 인건비는 최저임금의 하한선에 맞물려 있어 줄일 공간이 없다. 가공을 위한 원철(철근)도 발주처가 지급해주는 임가공 구조로, 다른 제조업처럼 원자재 구매의 변별력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고질적인 인력난이 코로나19 여파로 극심해지면서, 숙련도를 떠나 인력수급의 조절력 마저 상실한 점. 장기화된 저가·출혈 수주로 철근 가공업계의 체력이 바닥난 현실 또한 큰 한계다.

■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얼마나 부담일까?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둔 철근 가공업계의 선택은 두 가지다. 법정 근로시간을 맞추기 위해 인력을 늘리거나, 기존 인력에 맞춰 가공능력을 줄이는 것이다. 두 가지 선택 모두 가공업계의 극한 현실을 넘어서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본지는 철근 가공업계와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의 구체적인 영향을 산출했다. 월 1만톤 규모의 가공업체를 모델로 삼을 경우, ‘약 21% 매출감소’와 ‘약 26%의 이익감소’가 동반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2021년도 최저임금을 기준할 때, 톤당 5,000원~6,000원 수준의 가공원가 상승이 발생하는 것으로 산출됐다. 규모가 작은 가공업체일수록 원가상승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해당 계산이 주52시간 근무제 이외의 변인을 배제하는 조건임을 감안하면, 철근 가공업계의 부담을 짐작할 만 하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위해서는, 톤당 5,000원 이상의 가공단가 회복이 절박한 숙제다. 그것이 아니라면, 현재보다 톤당 5,000원 이상 낮은 가공단가에도 버틸 수 있는 가공업체만 시장에 남게 되는 셈이다.

발주업계에도 부담스런 일이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철근 가공업계의 매출이 20% 이상 감소한다는 계산은 그만큼의 가공능력 감소와 동일하다. 즉, 발주처로 납품되는 가공 철근의 ‘물량 감소’와 ‘납기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 3개월의 유예,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쓸 것 인가?

3년의 유예 동안,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의 해법을 찾지 못한 철근 가공업계의 책임이 우선 크다. 하지만 자구책을 찾을 수 없었던 철근 가공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또한 함께 들여 다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장가공’으로 돌아가거나, ‘턴키거래’를 중단할 수 없는 발주업계의 한계 또한 크기 때문이다. 임가공 거래가 이뤄지는 철근 가공시장의 붕괴가 당사자인 가공업계 뿐만 아니라, 발주업계의 심각한 거래 리스크로 이어지는 문제 또한 중요한 이유다.

최근 시장에서, 철근 가공업계의 원활치 못한 수요 대응이 부각되고 있다. 열악해진 시황과 경영난으로 설비와 인력을 크게 줄인 가공업계가 늘어난 턴키(가공)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무방비 상태로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철근 가공시장을 미리 짐작해 봐야 한다. 분산발주의 관리부담이나 외주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물론, 납품사고를 수습할 대체 가공업체를 구할 수 없게 되는 대란도 걱정해야 한다. 가공업계 내부적으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현실로 마주할 수 있다.

철근 가공의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은 오는 7월부터다. 불과 석 달 뿐인 유예는, 철근 가공시장의 구성원들이 절실한 해법을 찾기 위해 아껴 써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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