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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철근 유통, 연초 시장은 왜 무너졌나?
[분석] 철근 유통, 연초 시장은 왜 무너졌나?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4.01.10 08:2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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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유통시장이 연초부터 속수무책이다. 새출발의 경계와 관망도 잠시. 연초 유통시장이 선제적인 매출경쟁으로 직행하면서 시중가격이 무너져 내렸다. 

새해를 주목했던 시세반전의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지난 연말을 그대로 이어간 연초 하락장에, 제강사도 유통점도 당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반짝 신년효과도 없었다는 게 더욱 답답하고 실망스러운 일이다. 

 

1월 기준價 인하, "이미 반영되지 않았던가…?!"

1월 철근 시장은 시작한 지 열흘도 안 돼, 2만원의 난감한 낙폭을 기록하게 됐다. 즉시현금 최저가격을 기준으로, 톤당 80만원 선에서 출발했던 유통가격이 순식간에 78만원 선까지 내려 앉았다.

지난 12월의 유통 하락장에서 ‘1월 기준가격 인하’의 선반영은 중요한 설득력으로 작용했다. 이를 감안하면, 철근 유통가격은 1월 기준가격이 인하되기 전인 12월에 한번(2만5천원↓). 인하되고 난 1월 초순에 한번(2만원↓). 두 번 매를 맞은 셈이다.

올해 1월 철근 유통가격의 행보는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새출발에 대한 경계심 없이 저가 매출경쟁으로 직행해 하락장을 연출한 것부터, 수입 철근 가격을 관통한 것까지 역대 시장에서도 보기 드문 일들이다. 실제, 연말의 하락장이 연초로 이어진 것은 2018년 말~2019년 초 이후 5년만에 처음이다. 

한 해 장사를 다시 시작하는 1월에는, 일단 상승장으로 첫 단추를 꿰는 것이 보통의 경험이다. 작심삼일조차 없는 올 연초 하락장에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연초 하락장 이끈 ‘총체적 난국’

새출발의 기대를 역행한 철근 시장은, 어느 것 하나를 꼬집기 어려운 총체적 난국이다. ▲텅 빈 수요 ▲불어난 공급능력 ▲창고를 가득 채운 재고 ▲전∙후방 매출 급감 ▲유동성 한계 ▲야속한 기상악재까지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재료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 딜레마 커진 제강사, 갈피 잡기 힘든 ‘침묵’


제강사들의 침묵은 새해를 혼란스럽게 했다. ‘유명무실한 가격방침을 재정비하고 엄격한 원칙이 제시되는 것을 시작으로, 시세회복의 고삐를 당기는 반격에 나설 것’으로 봤던 예상은 빗나갔다. 어느 제강사도 입을 떼지 못한 채 새해를 시작했고, 동종 제강사와 시장의 눈치를 살피느라 급급했다. 

지난 하반기 동안 가팔랐던 실수요 붕괴로 수주 잔량이 급감하면서 제강사도 불황의 공포가 급증했다. 어느 제강사는 ‘실수요의 매출과 수익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제강사는 ‘리스크가 커진 실수요 대신 유통 판매를 늘리기 위해’, 새해의 출발선을 엄격하게 긋지 못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년의 후정산(손실보전)이 암암리에 진행된 탓에, ‘오히려 왜곡된 메시지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해에도 마지노선 없는 제강사의 가격방침을 관대한 후정산의 연장으로 인식하고, 공격적인 최저가 승부에 뛰어 드는 유통점도 적지 않다.  


■ 기대 빗나간 유통, 실망매물 증가…’선제적 매출경쟁’ 여전


철근 유통점들은 매출과 수익 모두 깊숙한 한계를 드러낸 채로 새해를 맞았다. 절대 다수의 유통점들이 생사의 기로에서 발등의 불을 끄느라 바쁘다. 기대에 크게 못 미친 후정산 기류도, 유통점들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더욱 열악해진 시장여건이 선제적인 매출확보를 위한 출혈경쟁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키웠다. 

제강사가 적극적인 시세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지난 연말에 하치장 매입량을 늘린 유통점도 은근히 많다. 연초 상승장의 기대가 빗나간 유통점이 공격적으로 실망매물을 던진 것도 눈에 띄었다. 의외의 연초 하락장 탓에, 저점 매수를 고민하던 수요처들의 구매심리는 다시 얼어붙었다. 연말 매입물량의 결제자금 등 매출확보가 급한 유통점들 사이에서는, 선제적인 저가판매가 ‘매출’과 ‘수익’ 모두에서 상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 균열 커진 실수요 탓에, 가공장 저가매물 증가 ‘복병’


연말 연초 유통 하락장에서 가공장의 복병 역할도 커졌다. 예상보다 심각한 동절기 매출 감소를 만회하려는 가공장의 저가 매물이 늘어나면서, 유통시장의 시세하락을 견인하는 주체로 부상했다.

크고 작은 건설사들의 부실 폭탄이 터지면서, 예정된 공사현장의 착공이 미뤄지는 것은 물론 납품 중이던 현장까지 중단된 데 따른 매출 공백이 커졌다. 이에, 고정비 충당 등 최소한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가공장발 매물이 늘어난 것이다. 이 밖에도, 제강사의 밀어내기 출하나 유통 판매 압박, 코일철근 공급증가 등도 가공장발 저가 매물이 늘어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유통시장의 수요처가 저가의 가공장 매물을 우선 매입하고, 부족한 강종과 규격만 직송판매 시장에서 충당하는 거래흐름이 고착화되면서, ‘가공장이 유통 하락장을 견인한다’는 의도치 않는 역할을 평가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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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2024-01-10 13:05:39
이마트, 롯데마트, 트레이더스에 가서 , 라면을 사도 가격을 확인하고, 길거리 호떡가게에서도 2천원/ea이라고 가격을 정해놓고 파는데, 철근이 톤당 얼마인지? 도 모르고 구매를 하니,
결국, 밥 다 먹고나서, 계산서를 받아보니, 밥값이 비싸다. 싸다. ..........
싸움을 하는거지........
이게 무슨 경우인가?????

장** 2024-01-10 09:12:08
돼지고기만 먹다가, 소고기를 먹다보니, 소고기 먹는게 당연한 ㄱ게지..................
돼지고기도 먹기 힘들텐데........언제부터 소고기를 먹었다고........
원래 닭고기 먹던............

장** 2024-01-10 09:07:09
국민들을 바보로 알고, 당이, 군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그런 나라인가?
수요 고객사를 바보로 알고, 공장들이 이끄는 대로 굴러가는 그런 시장인가?
시장은 살아있는, 생각하는 생물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