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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유통 상승장, 누가 견인했나?
철근 유통 상승장, 누가 견인했나?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1.06 0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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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價 돌파 상승장, 예상 깬 파죽지세
반나절 단위 유통價 상승..’갈증 큰 시장’
견인 주체로 나선 재유통·수입..상승장 주역
자신감 찾은 대리점..손실보전 만회 안간힘

철근 유통가격이 기준가격을 뚫은 것은 12월 4주차부터다. 원자재 대란의 충격으로 시세가 급변하면서, 유리천장 같던 기준가격을 상향 돌파했다. 3만원이 인상된 1분기 기준가격(71만5,000원) 또한 더 강해진 탄력으로 뛰어 넘었다.

한파와 함께 출발한 1월 국내산 철근 1차 유통가격은 4일(월) 오전 71만원→4일(월) 오후 71만5,000원~72만원→5일(화) 오전 72만원→5일(오후) 72만원~72만5,000원까지 반나절 단위로 가격대가 바뀌었다.

사상최대 호황이 포함된 최근 6년(2015년~현재) 동안 철근 유통가격이 기준가격을 1개월 이상 웃돈 것은, ▲2015년 7월~8월(6주간) ▲2017년 6월~7월(6주간) 두 번 뿐이다. 국내산과 수입산이 나란히 기준가격을 돌파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극심한 품귀 속에서도, △최소한의 매출확보(자금회전) △선제적인 시세차익 매물 △기상악재와 수요감소 불안 등을 근거로, 첫 주부터 파죽지세가 연출될 것으로는 기대하지 못했다. 예측은 틀렸고, ‘철근 시장의 갈증이 예상보다 컸다’는 신뢰가 남았다.

■ “재유통이 끌고, 수입이 밀어 올렸다”…한(恨) 많은 대리점
원자재 대란과 극심한 품귀가 철근 가격상승의 기반인 것은 맞다. 하지만 연말·연초 철근 유통 상승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가격상승을 견인하는 주체’다.

재유통이 끌고 수입이 밀어 올리는 상승장이다. ‘하락장 견인의 주체로 지목되던 재유통 세력’과 ‘저가경쟁력을 내세우던 수입 철근’이 공격적인 견인 주체로 부상한 것이다.

[재유통] 재유통 업계는 재고부족이 장기화된 시황에서 고전했다. 시세가 돌변했던 지난 연말 철근 시장은 가수요 차단을 명분으로 보유재고에 빗장을 걸었다. 가격상승 기대감이 높아진 시장에서, 하치장을 보유한 재유통 업체들은 매집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나마 확보한 재고는 1월 가격인상이 선(先)반영된 톤당 69만원~70만원의 높은 원가였다.  

▲높은 기대감 ▲극심한 재고부족 ▲높은 매집원가 등을, 재유통 업계가 연초 시장에서 공격적인 가격인상 주체로 나선 배경으로 볼 수 있다. 하치장을 보유하지 않은 재유통 업체 역시 가격인상 수용력이 높은 시황에서, 매출과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절실함이 커졌다.

[수입] 수입업계 또한 고정관념을 깨는 주체로 나섰다. 글로벌 원자재 대란 여파로 중국과 일본, 대만 등 수입대상국들의 철근 ‘수출 포기’나 ‘수출가격 폭등’이 수입업계의 생각을 바꾸게 했다. 한계를 드러낸 보유재고와 신규 계약차질의 불안감이, 수입업계가 저가경쟁을 중단하고 국내산 철근 가격을 앞지르는 동력이 됐다.

실제, 지난 4일 중국 사강의 1월 수출 오퍼(675달러)가 철근 수입업계는 물론, 철근 유통시장의 가격상승을 한번 더 자극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해당 오퍼의 예측 수입원가는 톤당 76만원 선으로, 1분기 철근 가격체계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대리점] 제강사 대리점이 가장 늦게 돌아섰다. 오히려 망설이던 대리점을 가격인상으로 이끈 것은 재유통 거래선들이었다. 재유통 업계가 공격적인 가격인상을 주도하면서, 거래선 관리(훗날의 불안)의 부담을 내려놓고, 판매단가 인상의 자신감을 갖게 됐다.

손실만회의 절박함도 커졌다. 적자마감에 시달렸던 유통 대리점들은 ‘지난해 1분기 손실보전’ 여부가 중요한 관건이었다. 하지만 원자재 대란으로 철근 시장이 뒤집히면서 제강사의 손실보전 기대는 요원해 졌다. 자력으로 마진을 확보해 체력회복에 나서야 하는 부담이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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