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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대란, 이대로 괜찮은가①
철근 대란, 이대로 괜찮은가①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1.18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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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란의 늪에 갇힌 철근 시장, 악화일로 ‘심각’
막연한 기대감으로 순환거래 중단..품귀 시너지
분기價 체제, 예외적 시황 반영 한계..구조적 문제

원자재 충격에서 출발한 철근 대란이 심상치 않다. 혼돈 속에서도 활로를 찾아가는 여타 철강재와 달리, 철근은 악화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급과 가격의 왜곡이 철근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는 철근 시장의 문제를 ‘구조적인 한계’라는 다른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란의 늪에 갇힌 철근 시장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절실한 해법의 공감대를 찾고자 한다.

■ ”철근 시장에서 철근이 돌지 않는다”...멈춰선 시장

철근 시장에서 철근이 돌지 않는 문제가 심각하다. 건설현장을 멈춰 세운 한파와 폭설에도 철근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정작 급한 공사현장에서 필요한 철근을 구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폭발적’이라 느꼈던 수요의 체감은 거래를 멈춘 시장이 만들어낸 착시다. 하루가 다르게 시중가격이 뛰는 상황에서, 쥐고 있으면 돈이 되는 철근을 팔 이유가 없다. 누군가는 시세차익의 갈증을 풀기 위해, 누군가는 납품차질을 의식한 비축을 위해 전쟁을 치렀다. 이럴수록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더 심해졌고, 극히 제한적인 거래로 가격만 오르는 시장으로 왜곡됐다.

막연하게 부풀려진 기대로 판매할 수 없고, 과도하게 치솟은 가격 탓에 구매하기 두려운 시장이 됐다. ‘철근 없이, 가격만 떠돌아 다니는 유령시장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철근 대란을 시장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원가충격을 넘어 적자 부담을 떠안게 된 제강사의 긴축 생산과, 불안감이 커진 건설사의 조기납품 요구까지 맞물리면서 철근 대란을 부추기는 시너지가 됐다. 철근을 둘러싼 각자의 공포가 악화일로의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 악화일로 철근 대란, 구조적 한계 때문

필요한 철근을 생산하지 못하고, 그나마 생산된 철근은 시장 어딘가에 쌓여가고, 한겨울 공사현장의 수요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소한의 순환도 이뤄지지 않는 철근 시장이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예외적 시황 반영하지 못하는 분기 가격체제“

철근 시장이 경험했던 ‘월 단위 가격체계’와 ‘분기 단위 가격체계’의 장단점은 극명했다. 공교롭게 원자재 대란 직전에 도입된 분기 단위 가격체계의 취약점인 ‘비탄력성’을 극단적으로 체감하게 됐다. 분기 가격체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예외적인 시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다.

분기 가격체계가 깨졌던 ‘2017년 3분기’의 상황도 비슷했다. 합금철·전극봉 등 부자재에 이어 철스크랩 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분기체제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철근 시장이 무너졌다. 당시 가격체계 붕괴의 후유증은 직후 4분기를 거쳐 다음해 1분기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번 대란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국내산 철스크랩 가격의 연속 상승폭이 톤당 15만원에 육박한 데 비해, 1분기 철근 기준가격(71만5,000원)은 톤당 3만원 인상에 그쳤다. 지난 4분기와 1분기의 원가충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2분기의 철근 가격(인상)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1월 중순 현재, 국내산 철근 1차 유통 가격은 톤당 74만원~75만원(현금)까지 치솟았다. 원자재 대란이 본격화된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8만원 이상 뛰었다. 11월 중순부터 뛰기 시작한 수입산 철근은 현재까지 톤당 13만원이 오른 톤당 74만5,000원~75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는 수입 철근 가격이 국내산을 앞질러 끌고 가는 형국이다.

국내산과 수입산 철근 모두 분기 단위 가격체계의 틀을 크게 벗어나 있는 상태다. 철근 생산원가 마저 판매가격을 위협하는 현실 또한 구조적인 한계를 절실하게 느낄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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